그들도 우리처럼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추석연휴, TV에서 한국 영화를 보았다. 서번트증후군(savant syndrome)을 갖고 있는 지우의 법정 증언 드라마 ⟪증인:Innocent Witness⟫이다. 서번트는 전반적으로는 정상인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나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은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옆집 할아버지가 살해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지우는 살인사건 피의자의 변호인 측 증인으로 세워진다. 살인을 목격한 사람이 살인을 부인하는 쪽을 변호하게 된 것이다. 변호인은 사건을 목격한 지우가 아니라 지우의 자폐를 이용하려 했다. 증인을 금치산자로 만들고 이를 피의자의 무죄의 근거로 삼으려 한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 Read more

철학을 종교와 혼동하고 문학을 자기변명과 혼동하고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수년 전 인문학을 함께 공부했던 여자였다. 소식이 두절된 채 몇 해가 지났고 며칠 전 뜬금없이 여자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고 커피 한 잔 하겠냐고. 마주 앉자마자 여자는 “나는 요즘 문학을 읽어요.” 했다.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학생용 문학전집으로 독서의 맛을 들였다고 했다. 그때의 책은 학생용이라고 특별히 배려된 바 없었으니 그림도 없고, 누런 종이에 글자 크기도 깨알 같았던 책을 여자는 읽고 또 읽었다. 좋아하는 책을 마음대로 사볼 수 있는 시절도 아니어서, … Read more

육아(育兒)를 끝내는 정신승리법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나이 오십 줄을 넘어서니 친구들은 거의 대학생 엄마 이상이 되었다. 결혼과 출산이 약간 늦었던 나는 딸이 아직 고등학생이다. 친구들의 입에서 요즘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도대체 육아는 언제 끝나는 거니!” 대학만 보내면, 애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안달하며 보낸 십여 년만 끝나면, 저도 제 앞가림하겠지, 그럼 나도 애 일에서 놓여나 좀 편해지겠지, 했단다. 그러나 대학 입학은 그야말로 좀 굵다 싶은 선 하나를 넘은 것이었을 뿐, 애들의 취직도 문제고, 연애도 문제고, 결혼도 … Read more

“나도 하겠네”라고 나는 말할 수 없다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월차 휴가 날 뭘 할까, 묻는 남편에게 미술관에 가자 했다. 갑자기 왜? 하는 표정이길래 그냥 그림이 자주 보고 싶어진다 했다. 썩 내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일 아침 딸의 등교 후, 어서 가자 10시에 오픈이야 한다. 호감 겨우 10프로의 표정까지 숨길 재간은 없으나 내 입에서 떨어진 말에 남편은 웬만하면 맞추는 사람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었다. 알았대도 달라질 것은 없었으나 누구의 어떤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였다. 관람비가 4천원으로 쌌고, 7개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회화를 … Read more

병원?②_네 앞에 서면 자꾸 화가 나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일단 화낼 준비가 된다. 준비가 된 사람에게라면 뭐라도 하나 걸려들지 않기는 쉽지 않은 법. 대개는 설명하지 않는 의사들을 향해 뾰족하게 촉수를 곤두세우지만 어떤 경우는 진료실에 들어가기도 전 간호사나 다른 직원들에게 딴지를 건다. 주로 치과에서다. 몇 번 대면했던 치과의사들은 내게 의사라기보다는 힘 좋은 기술자다. 어금니를 갈라서 캐내고 대체물을 잘 박아 넣는. 문제는 이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정하는 일명 실장님들이다. 병원 유니폼이 아닌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고상하게 … Read more

병원?①_우리는 우리 몸을 너무 모른다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대장내시경을 하는 남편의 보호자로 병원에 따라갔다. 남편이 들어가고 대기실 소파에서 두 시간을 앉아 있는데 귀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를 가진 간호사가 5분에 한 번씩 사람들에게 같은 대사를 읊고 있었다. “말간 물이 나올 때까지 변을 보셨죠? … 탈의실에 들어가 팬티까지 다 벗고 동그란 구멍이 뒤로 오도록 바지를 입으시고, 부를 때까지 앉아서 대기하세요.” 오전 근무가 끝나기도 전에 간호사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저 간호사는 3년 인지 4년인지 간호학과에서 공부를 하면서 저런 일을 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 Read more

세미나, 적극적인 자기 파괴의 자리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인문학 강좌에 대해서는 ‘치고 빠지기’가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경험의 결론입니다. 남 얘기는 개론으로 듣고, 바로 텍스트로 직접 들어갔으면 하는 것이지요. 강좌는 ‘스승-제자’의 구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강의는 강사 개인의 해석이지만, 이 구도 속에서는 배우는 자가 가르치는 자의 해석에 의존하기 쉽습니다. 스승에 대한 전적인 신뢰라는 관습적 관념과, 듣기 행위가 갖는 근본적인 수동성이 강사에 대한 의존도를 또 강화시키지요. 제도권 내의 학교에서는 스승의 권위라는 것이 일찍이 사라졌다고 하지요. 거기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 Read more

세미나는 지금 세일 중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월 2만원으로 모든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인문학 공간이 많아졌습니다. 이 소식을 반가워하는 나는 세미나 경험이 좀 있는 사람입니다. 인문학 공부가 처음은 아니지요. 그리고 인문학 공부에 저 2만원 보다는 더 많은 돈을 썼던 사람입니다. ‘월 2만원’은 상징적인 액수입니다. ‘2만원’은 돈으로서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그것은 세미나의 존재를 알리는 표시일 따름이죠. 왜냐하면 2만원은 공간 임대료를 충당하기에도 충분하지 않고, 특정인의 수고료로 지불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월 2만원에 모든 세미나를 개방하는 인문학 공간은, … Read more

딸에 대한 잔소리를 생각하다②_비판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나는 지난 글 말미에 고병권의 짧은 글 <비판이란 무엇인가>(『다시 자본을 읽자1』의 부록)를 읽고 이제는 딸에게 쉽게 잔소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썼습니다. 내 잔소리가 대부분 ‘교정으로서의 비판’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알고 난 후 나는 겁을 먹었었습니다. ‘이제 우리 딸과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해서요. 참 슬픈 일이죠, 잔소리 말고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을 하다니 말입니다. 뭔가를 알게 된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골치 아픈 일입니다. 까딱하면 타인을 … Read more

딸에게 하는 잔소리를 생각하다①_비판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일본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출간된 그의 책 『하류지향』이 한 때 많이 회자되는 듯했는데, 나는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의 저자로 그를 알고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자신의 완전 편파적인 팬심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요. 그런데 얼마 전 니체읽기 세미나를 함께 하는 한 분의 분노 섞인 일성이 들리는 겁니다. “어떻게 니체를 이딴 식으로 볼 수가 있어!” 그 분노의 원인은 타츠루의 또 다른 책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의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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