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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 황인찬의 詩읽기 :: 0708(금) +5
희음 / 2016-07-04 / 조회 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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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 속으로] 세미나 참가

일 시  : 2016-0708(금) pm2:00~5:00

일 정  : 황인찬의 시 (당번_케테르소개-후기-간식​)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회 원  : 희음, 오라클, 케테르, 아침, 선우, 책비, 무긍, 흴옹, 이응, 반디, 토라진, 소소

반 장  : 희 음 (시인 문희정. 010–8943–1856) 

 

[詩의 공백 속으로] 세미나 첫날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의 공백 속으로' 세미나가 이번 주 금요일(7/8)에 열립니다.

(앞으로는 편의상 '시 공백' 세미나라고 이름하겠습니다.)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과 그리고 우리가 다룰 시의 숨결들을 그리워하며 설렜습니다.

첫 시간에는 예고한 대로, 황인찬 시를 다루겠습니다.

이번 당번은 케테르님입니다. 그 주의 당번은 시를 조금 더 깊게 읽고 다양한 화두를 고민해 오면 되고,

이야기된 내용들을 후기로 정리하면 됩니다. 간단한 간식도 준비해 주시고요.

어렵지 않습니다. 첫날 당번인 케테르님이 하는 걸 잘 봐두셨다 비슷하게만 따라하면 됩니다.^^

그러니 케테르님, 너무 삐까뻔쩍하게 당번 수행하시면 안 됨!ㅎㅎ 사뿐히 즈려밟듯 첫 시간을 건너가 보자고요.^^

 

공부할 자료(황인찬 시)는 각자 프린트하여 미리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와 주시면 됩니다. 

(연구실에 프린트가 있으니 그것을 사용해도 됩니다.)

어려우면, 어렵다는 그 느낌만 가지고 오셔도 좋습니다.^^

세미나 공지와 자료 업데이트는 매주 월요일에 올라갑니다.

공부할 시 자료를 모두 올려 놓을 것이므로, 시집을 사실 필요는 없습니다.

공부해 보시고 '딱 내 스탈이야~'라는 느낌이 오면 그때 곧장 책 지름꾼으로 돌입!

그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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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조 씻기기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의 풍경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을 비춘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마저

실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읽었다 새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러나 물이 사방으로 튄다면,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긴 복도를 벗어나 거리가 젖은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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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은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 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어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가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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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이후

 

 

  어젯밤 경미가 죽었다

 

  수영이는 아빠랑 싸웠고 재희는 자동차에 치였다 예나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미연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책상 위에 흰 국화가 놓여 있다

  애들은 교복을 입고 있다

 

  수업 시간에 마음이란 걸 배웠다 죽어 버린 경미도 마음을 아느냐고 연아가 물었다

 

  은혜가 둘 중 누구랑 사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주에 정화는 먼 곳으로 떠난다 선주는 꿈에서 연예인을 봤다

 

  경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경미는 애들 마음속에 살아 있고,

  애들은 아직 살아 있다

 

  승희는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미라는 며칠 째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다 애들은 미라가 가출했다고 믿는다

 

  책상 위의 흰 국화는 노란 국화였다

  애들은 체육복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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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종

                       

 

누군가 문을 두드렸기에 나는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의 안쪽에는 나와 기원이 있었다

나는 기원을 바라보며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는지 물었다

기원은 내게 잘못된 일은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올 여름의 아름다운 일들을 생각했다

아무런 일도 생각나지 않았다

뜨거운 빛이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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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식

 

 

  누군가의 병문안을 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차가운 과일 통조림을 들고 병실에 들어섰다 공기청정기가 끝없이 정화시키는 것들로 좁은 실내가 꽉 찼다

 

  "당신 생각을 오래 했어요 오래전에 나는 아팠어요"

  나는 웃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큰 웃음이, 갑작스러운 웃음이 끝없이 정화되면서 좁은 실내가 서서히 침묵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는데,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웃지 않았다 이걸 먹으라고,

  죽지 않는 과일을 내미는 손이 있었다

 

  백의의 남자 간호사가 문밖에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그가 물었는데,

  죽은 것이 입에 가득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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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한국어 선생님

 

 

  나는 한국말 잘 모릅니다 나는 쉬운 말 필요합니다 길을 걷고 있는데 왜 이 인분의 어둠이 따라붙습니까

 

  연인은 사랑하는 두 사람입니다 너는 사랑하는 한 사람입니다 문법이 어렵다고 너는 말했습니다

 

  이 인분의 어둠은 단수입니까, 복수입니까 너는 문장을 완성시켜 말하라고 합니다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매일 나는 작문 연습합니다

 

   ㅡ 나는 많은 말 필요합니다.

   ㅡ 나는 김치 불고기 좋습니다.

   ㅡ 나는 한국말 어렵습니다.

 

  너는 붉은 색연필로 OX표시합니다 X표시투성이입니다 너 같은 애는 처음이다 너는 나를 질리게 만든다 너는 이제 끝이다 당장 사라져라 이것은 너가 한 말들입니다

 

  한국말이란 무엇입니까 처음과 끝을 한꺼번에 말하는 말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마에 난 X표시가 가렵기만 합니다

 

  나는 돌아오는 길을 이 인분의 어둠과 함께 걸어갑니다 이 인분의 어둠이 말없이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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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본 영화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그와 영화를 봤다

 

그건 일상의 슬픔과 고독에 대한 영화였고

가는 비가 내리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지나치게 절제된 배우의 연기가 계속되었다 그건

내 인생을 베낀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배우의 눈썹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영화가 끝나자 스탭롤이 올라갔다 그는 죽어 가는 

군인이 휘파람을 불 때 조금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없었고,

내가 말해도 그는 믿지 않았다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저 멀리서

비옷을 입은 아이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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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이었다

  이곳에 단 하나의 백자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나는 알았다

  그것은 하얗고,

  그것은 둥글다

  빛나는 것처럼

  아니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있었다

 

  나는 단 하나의 질문을 쥐고 

  서 있었다

  백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많은 여름이 지나갔는데

  나는 그것들에 대고 백자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여전했다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에서 나는 단 하나의 여름을 발견한다

  사라지면서

  점층적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은

  여전히 백자로 남아 있는 그 

  마음

 

  여름이 지나가면서

  나는 사라졌다

  빛나는 것처럼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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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종 5

 

 

  여름

  성경학교에 

  갔다가

 

  봄에 

  돌아왔다

 

댓글목록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

시를 읽고 있습니다 ~~  꽃보다 사람 시보다 사람입니다

희음님의 댓글

희음 댓글의 댓글

아, 저는 이 밤에 이 꽃 같은, 시 같은 댓글을 읽고 있습니다.
늘 힘을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케테르 님!

아침님의 댓글

아침

내일 세미나 첫모임에는  참석이 어려워요.
아쉽지만  다음주에 뵐께요

아침님의 댓글

아침

우리는왜시를읽을까요?
어찌보면아주개인적인사건과 감상들인걸요.
얼굴도모르는그가혹은그녀가
 어떤감정인지무슨생각하는것인지궁금한것은아닌것같고요.
시를읽으면
아주가끔내목소리가들리는것같기도 하고
또아주가끔사랑하는사람의모습이보이기도 하고
정말아주가끔그의혹은그녀의시어가날아와서내가슴에콕콕꼭박히기도하고
아무튼우리는시를왜읽을까요?

희음님의 댓글

희음

아쉽네요, 아침 님.ㅠㅠ
시를 왜 읽을까, 하는 질문은 시 읽기에 있어 가장 최초의 질문일 텐데,
아침 님께서 시의적절하게 질문을 던져 주셨네요.
세미나 모임에서 아침 님도 함께 대답을 찾으며 속삭일 수 있다면 더 좋을 테지만,
할 수 없이 아침 님을 빼고라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짧게라도 나누고 넘어가아겠어요.^^
우린 왜 시를 읽을까요. 왜 읽고, 왜 쓰려고 할까요. 왜 사랑하려 하고, 왜 끝내 살아내려 할까요.
질문들을 잘 통과해 갈 수 있을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우리, 함께 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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