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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 이수명의 시 읽기 :: 8월 26일(금) +2
희음 / 2016-08-22 / 조회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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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16-0826(금) pm2:00~5:00

일 정 : 이수명의 시 (당번_무긍 : 소개-후기-간식​)

          이수명의 시는 꼭 첨부파일을 다운 받아 프린트 해주세요. ^_^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희음, 오라클, 케테르, 아침, 책비, 무긍, 흴옹, 이응, 반디, 토라진, 소소, 찬영

반 장 : 희 음 (문희정. 010–8943–1856) 

 

 

 

 

또 하나의 탈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었다.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어둠 속에서 길은 보이지 않게 구부러졌다. 길을 잡아당기는 내 손은 물집투성이였고, 손톱은 자꾸 부러졌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은 놀란 듯이 땅에 떨어졌다. 발은 힘센 어둠을 밀고 걸어가기가 어려웠다. 거리에서는 한 블록을 지날 때마다 매복되어 있는 짐승을 만났다. 짐승들은 어디선가 갑자기 뛰쳐나와 나를 뛰어넘으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가끔씩 뛰었다.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나를 앞질렀다. 나는 뛰었다. 헉헉대며 가까스로 집에 당도해 나동그라졌다. 그때 쓰러진 채 나는 본 적도 없는 거대한 짐승 하나가 내 안에서 뛰쳐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짐승은 지붕을 넘어 사라졌다. 지붕의 기왓장들 하나하나가 차례로 떨어져 내렸다.

 

- 시집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그 방을

 

 

그 방을 재려 했다.

그 방의 폭을

길이를

높이를 재려 했다.

 

줄자가 끊어졌다.

그 방을 감고 있는 나의

두 팔이 끊어졌다.

 

그 방을 재려 했다.

크고 작은 바퀴들이 엉켜 돌아가고 있는

바퀴 속에서 바퀴들이 쏟아져 나오는

그러나 정지해 있는 그 방을

재려 했다.

 

줄자가 끊어졌다.

시간의 줄자

소리치는 한숨 쉬는 조금씩 더 강력해지는

시간들이 끊어졌다.

 

그 방을 재려 했다.

그 방의 두꺼운 뚜껑을 열고

뚜껑을 닫고

다시 뚜껑을 열고

 

줄자가 끊어졌다.

내 몸의 관절이 하나하나 끊어졌다.

방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방을 떠나지도 못한 채

 

- 시집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화물차

                  

 

   빈 화물차가 지나간다.

   나는 가방 속을 뒤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책갈피 사이를 정신없이 뒤지고 있었다.  

   할퀴고, 할퀴고, 할퀴고, 나의  이단은 나의 오독에 불과했다.

   모든 주름은 펴기 전에 펴진다.

   내 가방 속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빈 화물차가 거리를 메웠다.

   나는 허약해지는 팔을 뻗어 필사적으로 가방을 뒤졌다.

   세상의 모퉁이들이  닳고 있었다.

   세상의 기다림들은 세상의  모퉁이들을 닳게 하고  있었다.

   희미해지는 기억의 경계들이 문드러졌다.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 없는  화물차가 지나간다.

   나에겐 새로운 이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

   빈 화물차가  지나갔다. 내 앞을,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침입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기둥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땅에까지 닿는 긴 그물을 들고 있었다. 나는 내 집에서 나가달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곳은 당신 집이 아니오. 그가 말했다. 나는 내 집에서 나가달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이곳은 당신 집 밖이오. 하고 그는 말하더니 친절하게 덧붙였다. 집은 없소. 집 밖이 있을 뿐이오. 아무도 당신 집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오. 침입자는 그물을 폈다. 그리고 나를 천천히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 시집 [[붉은 담장의 커브]]

 

 

 

비의 연산

 

깊은 밤 검은 우산이 홀로 떠 있는 명령을 내린다. 그냥 떠 있는 것을 사랑해 우리는 일제히 비예요.

 

우리는 비의 형식이면서 동시에 비의 배경이다. 우리는 세계를 채운다. 우리는 우리 이전과 구분되지 않는다.

 

합이 도출되지 않는 이 끝없는 연산을 무엇이라 부를까. 만나지 않는 선들이 그냥 떠 있지 그냥 사랑해 더 가늘게 더 두텁게 불확실하게

 

우리가 주고받는 것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연수로 탄생하고 자연수는 무효가 될 때까지 자란다. 낮과 밤이 어디로부턴가 흘러나와 시가전을 벌인다. 낮과 밤을 떠다니게 하라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이곳에서

 

형상을 시작하자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현상 속에서

 

틀림없어지거든요

 

틀림없이 비를 닮아가고 있어요. 우리는 비의 형식이면서 동시에 비의 배경이다. 우리는 세계를 벗어난다.

 

우리는 마찬가지가 될 모양입니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 그러나 없는 베개를 움켜잡고 베개에 머리를 묻고 떠내려갑니다.

    

-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마치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을 뒤집어쓰고

마치

죽은 잎들이 서 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구나 꿈속에서 처음 보는 접시

를 닦고 있구나 접시를 아무리 가지런히 놓아도

마치

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

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그러면 실시간

그러면 거리에는

마치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알 수 없는 숄들이 늘어서고

숄을 걸친 어깨들이

마치

다른 요일로 건너가고 있구나

다른 입김을 내뿜으며 돌아다니고 있구나

마치

흘러 넘치듯

끝없이 부풀어 오르듯이

그러면 나는 마치 꿈꾸고 난 후처럼

하얀 양들을 보러 가요

양떼들이 별안간 걸어 나오는 것을 보러 가요

마치

여기를 묻어버려요

여기가 떠내려가요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을 뒤집어쓰고

 

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

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마치

꿈꾸고 난 후처럼

 

- 시집 [[마치]]

 

댓글목록

무긍님의 댓글

무긍

고맙습니다
책 주문하고 수요일이나 배송 된다고 해서,  도서관 가서  4권 빌렸습니다. 시 고르는 것도 일 인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저 대신 좋은 시 골라주신 희음님께 감사드립다.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오늘 결석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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