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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 송승언의 시 읽기_9월 23일(금) +1
희음 / 2016-09-19 / 조회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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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 송승언의 시 읽기 :: 9월 23일(금)

일 시 : 2016-0923(금) pm2:00~5:00

일 정 : 송승언의 시 (당번_케테르 : 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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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원 : 희음, 오라클, 케테르, 책비, 무긍, 반디, 토라진,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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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_시즌1] 오픈세미나 준비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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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금) :: [의 공백_시즌2] 시작

 

 

담장을 넘지 못하고

 

 

그러나, 매 순간 나를 관통하는 빛

 

창이 열리면 의자에 앉았다 빛 닿은 자리마다 얼룩이었다

담장 너머 이웃집은 근사한 요새 같았다

 

이웃집의 창은 커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웃집의 내부는 환할까 알 수 없었다 내 방은 빛에 갇혀 깜깜하다

 

어제는 교회 가는 날 그것도 모르고 방에 있었지 오늘 교회에 가면 내일 좋은 곳으로 간다고 했다 좋은 곳은 이웃집보다 근사할까 알 수 없었고

 

좋은 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좋은 곳을 상상하지 못했다

빛의 문제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이웃집의 커튼이 공중으로 간다

의자에 앉으면 창이 열리고

 

열린 창으로 보이는 건 열린 창 너머의 열린 창 열린 창으로 보이는 이웃집의 이웃집

이웃집의 이웃집 앞에 일어선 담장이 이웃집 안으로 그늘을 구부린다

 

풍향계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여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거나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마른 입술을 통해 겨울이 왔다 나는 장롱을 뒤져 목을 묶는 생물을 찾았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습관을 버렸다 네가 온 벤치 하나 네가 오지 않은 벤치 하나 발목 잘린 벤치 하나 온통 하나뿐인 공원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네 입을 벌렸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쓸모가 없었고 살아 있었다 내가 온 벤치에 너는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목이 막혔다 개별적인 나무에서 개별적인 꽃이 피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너를 찾았다 너는 없고 너의 표정만 갈라지고 있었다 목이 막혔다

 

얼음 깨지는 소리, 벤치로 왔다 나는 땀을 흘렸다

 

 

 

철과 오크

  

 

숲의 나무보다 많은 새들이 있고 부리에 침묵을 물고 있고

그보다 많은 잎들이 새를 가리고 있고

 

수십 명의 아이들이 지거나 이기지 않고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숲을 통과하고 있고

끝도 모른 채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수십 명의 나무꾼들은 수백 번의 도끼질을 할 수 있고 수천 그루 나무를 수만 더미 장작으로 만들 수 있고

빛은 영원하다는 듯이 장작을 태울 수 있고

장작은 열 개비가 적당하고 그 불이면 영원도 밝힐 수 있고

 

아이들이 영원을 지나가고 있고 별들이 치찰음을 내고 있고

밤과 낮은 서로에게 이기지도 지지도 못하고 있고

 

불 앞에서 나무꾼들은 수십 개의 그림자를 벗으며 농담을 하고 있고

인간의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불그림자가 불의 주변을 배회하며 불그림자를 만들고 있고

새들은 여전히 침묵을 부리에 물고 있고

 

나무 위에서 열쇠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부라진 옷가지들이 발자국을 가리고 있고

나무꾼들은 횃불을 나눠 들고 더 어두운 곳으로 움직이고 있고

잎이 풍경을 가리며 무성해지고 있고

 

 

  

지엽적인 삶

 

 

비닐하우스에는 빛이 가득하다 현기증이 난다

 

너는 거대한 사물에 물을 뿌리고 있다 그것이 뭐냐고 물었다

그것은 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꽃이 아니다

꽃은 색이 있고 향기가 있다 무더기로 살다가 무더기로 죽는 것이다

 

그것은 거대한 하나이고 색이 없다 살지도 죽지도 않고 무한히 자라난다

 

요즘은 잘 사냐고 물었다 잘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요즘은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다고 했다

 

꽃이 아닌 그것은 비닐하우스를 채웠다 현기증이 난다

그런데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이곳에는 빛이 가득하다 몸을 잃을 만큼

 

물을 뿌렸다

물이 흩어진 곳에서 어둠이 번식한다

 

 

 

많은 손들을 잡고

 

 

몸을 잃어가며 장작이 빛난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거실의 음악은 언제까지 계속되는지 이곳에는 질문도 없고 답도 없다

 

간밤에 잃어버린 회문을 생각했다 오랫동안 눈이 내렸으며 믿음은 새로웠다 골목은 안으로 굽어 바람을 가두며,

 

눈은 눈과 겹치고 있다 첫눈이 겹칠 때는 눈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밤이 밤을 넘어서 지붕을 덮고 있고 눈을 밤을 덮고 있다 덮이는 건 없다 해도 좋았지만

 

악사들은 수백 년째 쉬지도 않고 밴조와 피들 따위를 연주 중이다 밤이 계속되니까 이제 우리는 연주의 슬픔도 지겨움도 다 잊고 이 음악에 고립되어 있다

 

어둠 속에서 우리의 눈은 왜 자력을 얻나 이곳에서 우리는 몇백 명쯤 되는 것이지, 저벅이는 소리 들리지만 괜찮다 아무런 답도 없다

 

그림자 한 덩어리가 어둠의 외곽으로 뻗어 나갔다 손을 뻗어 그것을 잡고 그것을 내밀었다 겹치는 그것들 너무 많은데 그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이상하다 눈이 자꾸 겹치는데 손등에 진 그늘의 열기는 식으려 하지 않는다 몸을 잃어가며,

 

거실은 무너지고 우리는 이 손들을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며 밤이 오고 밤이 쌓이면 한밤을 함께 넘어서

 

 

 

우리가 극장에서 만난다면

 

 

   언젠가 우리는 극장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모르는 채. 각자의 손에 각자의 팝콘과 콜라를 들고. 이제 어두운 실내로 들어갈 것이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채. 의자를 찾아서 두리번거리지. 각자의 연인에게 보호받으며. 동공을 크게 열고, 숨을 잠깐 멈추고.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볼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본 적이 있는. 어둠 속에서 사건들은 빛나고. 얼굴의 그늘을 밝히고. 우리가 잊힌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팝콘 한 움큼 쥐려다 서로의 팝콘 통을 잘못 뒤적거리고. 손이 엇갈릴 수도 있겠지. 영화가 뭘 말하고자 했는지 모르는 채. 깊이 없는 어둠으로부터. 너와 나는 혼자 나올 것이다. 두리번거리며, 눈 깜빡이며. 그때 너와 나는 텅 빈 극장의 내부를 보게 된다. 한 손에 빈 콜라 병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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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집안 일 때문에 오늘 세미나 못 가네요. 오라클 님과 케테르 님께는 미리 말씀드리고 부탁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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