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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김기택의 시 읽기 :: 1118(금) +5
희음 / 2016-11-14 / 조회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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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김기택의 시 읽기 :: 1118(금)


일 시 : 2016-1118(금) pm2:00~5:00

일 정 : 김기택의 시 (당번_반디 : 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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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무긍, 반디, 소리, 소소, 오라클, 주호, 책비, 케테르, 토라진,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010–8943–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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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 추


지하도
그 낮게 구부러진 어둠에 눌려
그 노인은 어제나 보이지 않았다.
출근길
매일 그 자리 그 사람이지만
만나는 건 늘
빈 손바닥 하나, 동전 몇 개뿐이었다.
가끔 등뼈 아래 숨어사는 작은 얼굴 하나
시멘트를 응고시키는 힘이 누르고 있는 흰 얼굴 하나
그것마저도 아예 안 보이는 날이 더 많았다.

하루는 무덥고 시끄러운 정오의 길바닥에서
그 노인이 조용히 잠든 것을 보았다.
등에 커다란 알을 하나 품고
그 알 속으로 들어가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곧 껍질을 깨고 무엇이 나올 것 같아
철근 같은 등뼈가 부서지도록 기지개를 하면서
그것이 곧 일어날 것 같아
그 알이 유난히 크고 위태로워 보였다.
거대한 도시의 소음보다 더 우렁찬
숨소리 나직하게 들려오고
웅크려 알을 품고 있는 어둠 위로
종일 빛이 내리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구멍의 어둠 속에 정적의 숨죽임 뒤에
불안은 두근거리고 있다
사람이나 고양이의 잠을 깨울
가볍고 요란한 소리들은 깡통 속에
양동이 속에 대야 속에 항상 숨어 있다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
몽둥이와 덫이 있는 대낮을 지나
주린 위장을 끌어당기는 냄새를 향하여
걸음은 공기를 밟듯 나아간다
꾸역꾸역 굶주림 속으로 들어오는 비누 조각
비닐 봉지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 있는 밥알들
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때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아아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

 

 

가뭄

 

울음은 뜨거워지기만 할 뿐
눈물이 되어 나올 줄을 모른다
힘차게 목젖을 밀어올리지만
아직도 가슴속에서만 타고 있다
매운 혀 붉은 입을 감추고
더 뜨거워질 때까지 더 뜨거워질 때까지

 

 

 

힘이 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동작인가.
목 잘리지 않으려고 털 뽑히지 않으려고
닭발들은 온 힘으로 버틴다 닭집 주인의 손을 할퀴며
닭장 더러운 나뭇바닥을 하얗게 긁으며.
바위처럼 움직임이 없는 고요한 손아귀 끝에서
그러나 허공은 닭발보다도 힘이 세다.

모든 움직임이 극도로 절제된 손으로
닭집 주인은 탱탱하고 완강한 목숨을 누른다.
짧은 시간 속에 들어 있는 길고 느린 동작.
힘의 극치에서 힘껏 공기를 붙잡고 푸르르 떠는 다리.
팔뚝의 푸른 핏줄을 흔들며 퍼져나가는 은은한 울림.

흰 깃털들이 뽑혀져나간 붉은 피가 쏟아져나간
닭의 체온은 놀랍게도 따뜻하다.
아직도 삶을 움켜쥐고 있는 닭발 안에서
뻣뻣하게 굳어져 있는 공기 한줌.
떨어져나가는 목숨을 붙잡으려 근육으로 모였던 힘은
여전히 힘줄을 잡아당긴 채 정지해 있다.
힘이 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동작인가.

 

 


태아의 잠 1


그녀의 배 위에 귀를 대고 누우면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작은 숨소리 사이로 흐르는 고요한 움직임이 들린다 따뜻한 실핏줄마다 그것들은 찰랑거린다 때로 갈비뼈 안에서 멈추고 오랫동안 둔중한 울림이 되어 맴돌다가 다시 실핏줄 속으로 떨며 스며든다 이 소리들이 흘러가는 곳 어딘가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한 아이가 숨어 있을 것 같다 생각 없는 꿈이 되려고 놀란 눈이 되고 간지러운 손가락 발가락 꿈틀거림이 되려고 소리들은 여기 한 곳으로 모이나보다 이 모든 소리들이 녹아 코가 되고 얼굴이 되려면 심장이 되고 가슴이 되려면 잠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 것일까 잠의 힘찬 부력에 못 이겨 아기는 더 이상 숨지 못하고 탯줄이 끊어지도록 떠올라 물결 따라 마냥 흔들리고 있다 고기를 잡을 줄 모르는 잎사귀 같은 손으로 부신 눈을 비비고 있다

 

 


병에 대하여


말로 만들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생각들은, 술에 섞어 오줌으로 빼내지 못했던 생각들은, 뜨거운 덩어리가 되어 어디엔가 걸려 잇다가 식으면 파삭파삭 가라앉는다. 발바닥에 쌓인다. 쌓여 무릎으로 넓적다리로 올라온다.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흔들어 춤을 만들어도 움직이지 않고 다만 두께만 더해간다. 어느 날 문득 무심코 받아먹은 말에 가슴이 찔렸을 때, 거울을 보고 튀어나온 기억에 머리를 다쳤을 때, 억지로 침을 삼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을 눌러 막았을 때, 식은 몸은 더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먼지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지만 열기와 바람이 불어닥치면 일제히 일어나 그 힘에 붙어 방향 없는 속력이 될 것이다. 어지럽게 온몸 구석구석 날아다닐 것이다. 찬물을 끼얹고 독한 약을 뿌려도 속도붙은 먼지들을 붙잡지는 못할 것이다. 누우면 머리를 밀고 들어와 벼랑이 깊은 잠을 부르고 빙글빙글 도는 현란한 꿈을 만들 것이다. 흔들면 두개골 덜그럭 소리가 나는 두통을 만들 것이다. 전에도 몇 차례 있었던 일이므로 이런 일로 결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얼굴이 붓는 약기운에 힘입어 여전히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고, 딱딱거리는 말대꾸를 전화통 속으로 밀어넣고, 술도 몇 찬은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내장 벽에 한동안 둗드러기가 돋고, 수십 그릇의 흰 밥이 식도를 거쳐 고스란히 항문으로 나오고, 뜨거운 오줌에 요도가 화상을 입은 후에야, 먼지는 아주 더디게 가라앉을 것이다. 더 큰 두께가 되어.

 

댓글목록

소리님의 댓글

소리

흑흑 이번주 결석이요~ㅜㅜㅠ

희음님의 댓글

희음

소리 님 빠지시는구나. 소리 님 목소리가 빠진 세미나, 많이 허전하겠는 걸요.ㅠㅠ

희음님의 댓글

희음

반디 님의 수고에 대한 인사를 빠트렸네요. 발제자가 없었는데 기꺼이 맡아 주시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시편들 친히 골라 타이핑해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주호님의 댓글

주호

이번주는 김기택이군요! 저 이번주부터 참석합니다. 그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찡긋)

무긍님의 댓글

무긍

저도 이번주 결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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