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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발제문] 비극의 탄생 21 +1
이응 / 2016-07-01 / 조회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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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 비극의 탄생 21장 / 이응

페르시아 전투를 수행한 민족은 다시금 비극을 필요로 한다. 지친 건강을 회복하는 음료로서. 그러나 디오니소스적 해방이 <무관심>, <적대감으로 고양된 정치적 본능의 훼손>에서 감지된다면 어떨까? ... 그 때문에 어떤 민족은 정치적 충동의 무조건적인 통용으로 극단적인 세속화의 길로 빠져든다. 이 세속화의 가장 무서운 표현이 바로 로마제국인 것이다.
가장 고귀한 사람에게 가죽의 질긴 특성을 가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예컨대 로마의 국민성인 질긴 내구성은 아마 필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인은 어떤 약을 가졌기에 디오니소스적 정치적 충동이 강했던 시대에 세속권력과 세속명예의 열망으로 소진되지 않을 수 있었던걸까? 이 질문에 우리는 민족의 삶 전체를 흥분시키고 정화시키고 분출시키는 저 엄청난 비극의 힘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비극적 신화에서 비극적 주인공은 세계 전체를 자기 등에 짊어진다. 비극은 비극적 인물을 통해 실존에 대한 탐욕스러운 충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고상한 쾌락에 대해 기억하게 한다. 비극적 주인공은 자신의 승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파멸을 통해 고귀한 쾌락을 예감하고 준비한다.

이러한 비극적 신화에 음악은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형이상학적 의미를 선사한다. 말과 형상은 음악의 도움 없이는 이런 형이상학적 의미를 결코 얻을 수 없다. 이러한 환희에 이르는 길은 몰락과 부정을 통과하여 사물의 가장 내적인 심연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무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광경, 등장 인물과 말의 감정을 이용해 음악을 더욱 가깝게 느끼려는 사람들은 음악의 가장 내면적인 성전에는 닿지도 못한 채 음악에 대한 감각적 인지의 현관을 넘어서지 못한다. 반면 진정한 음악가는 말과 영상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음악을 느끼며, 음악을 통해 영혼의 모든 날개가 경련하여 펼쳐진다.

근본적으로 음악만이 보편적인 사실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다. 이에 대한 비유로서 비극적 신화와 비극의 주인공이 끼어드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 아폴론의 힘이 파괴된 개체의 재생을 위해 환희의 착각이라는 향유를 들고 나타난다. 저 멋진 아폴론의 착각 때문에 음악의 제국이 우리 앞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아폴론적인 것은 디오니소스적 보편성으로부터 우리를 떼어놓고 개체들에 대해 기쁨을 느끼게 한다. 아폴론적인 것은 개체를 통해 위대하고 고상한 형식을 갈망하는 미적 의식을 충족시키고, 삶의 핵심을 사상적으로 포착하라고 자극한다. 인간의 황홀한 파괴로부터 건져내고, 보편성을 보지 않게 만들며 개개의 현상에 묶어둔다.
그리하여 마치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아폴론적인 것에 봉사하면서 그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듯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멋진 가상이라는 이 착각의 효과 덕분에 우리는 디오니소스적 충동과 과잉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개체적 실존을 부정하지 않고 그런 작품을 전체로서 지각할 수 있다면, 창조자를 멸망시키지 않고도 음악이 창조될 수도 있지 않을까?
비극의 주인공은 언제나 현상일 뿐이다. 이 현상으로부터 진실한 실재, 세상의 심장으로 이어지는 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음악은 바로 이 심장으로부터 말한다. 그런 종류의 현상들이 무수히 음악 옆을 지나간다 해도 결코 음악의 본질을 다 퍼낼 수 없으며, 단지 음악의 피상적인 모방에 그칠 것이다.

아폴론적인 것은 연극을 가장 명료화하려는 목적에 음악을 이용했다. 여기에서 아폴론적 착각은 깨졌고 파괴되었다. 모든 인물을 내적으로 조명하여 선명하게 펼쳐놓는 연극은 모든 아폴론적 예술 효과를 초월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비극의 전체 효과 면에서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우위를 차지한다. 이로써 아폴론적 기만은 실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비극이 지속되는 동안 디오니소스적 효과를 가리는 베일임이 밝혀진다.
그러므로 비극에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관계는 의형제의 결의를 통해 상징될 수 있다. 디오니소스는 아폴론의 언어로 말하고, 마침내 아폴론도 디오니소스의 언어로 말한다. 그로써 비극과 예술 자체의 최고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댓글목록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그리스인들에게 그리스비극은 대체 무엇이었나?
"그리스의 비극적 신화에서 비극적 주인공은 세계 전체를 자기 등에 짊어진다.
비극은 비극적 인물을 통해 실존에 대한 탐욕스러운 충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고상한 쾌락에 대해 기억하게 한다.
비극적 주인공은 자신의 승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파멸을 통해 고귀한 쾌락을 예감하고 준비한다."

<비극의 탄생> 세미나에서 좋았던 것 중에, 이응과 만난 것이예요.
<반시대적 고찰>에서도 우리의 좋은 만남은 계속 될 것을 믿어의심치 않아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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