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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독소 제거하기 발제/후기 +2
자연 / 2018-02-07 / 조회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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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를 걷어내며 - 독소 제거하기

책 역사 0년, 이제 반 정도 읽었습니다. 역사라 하면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년도와 사건 외우르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에도 지금 기억나는 내용이 별로 없다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 자체가 있었나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세미나가 저에게, 우리들에게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안 부루마의 글은  역사를 올바로 안다는 것,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생각하게 합니다.  당장  우리 아버지 세대 사고방식에 대해 토론하면서 이해의 폭을 더 넓혀주기도 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다른 관점에 대해서는 새로운 질문을 하게 합니다.  

 

이안 부루마는 이번 장에서  전쟁, 점령, 독재로 인해 국가는 물질적 피해만 입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정치적 정당성도 상실하게 되면서 시민의식은 냉소주의로 변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전쟁이 끝나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사람들은  도덕적 구원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자신들이 점령한 패전국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서 걸림돌이 되는 제도는 없애고, 사람들은  숙청하고 추방해야 했습니다. 점령지의 민주화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 이면에 각 나라마다 속셈들이 있었던 겁니다. 연합국은 패전국 독일과 일본의 독소가  '군국주의' '봉건제', '프로이센주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독일을 탈나치화하려는 전략으로, 일본은 탈군국주의 전략으로 독소 제거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연합국 관료들은 저마다의 국가적 이익의 관점에서 패전국의 독소를 해결하려 했고, 패전국 기업과 산업관료들은 전쟁 피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연합국 관료들에게 협력하게 됩니다. 결국 독소는 제거되지 못하고 자본과 권력을 가진 기업가나 관료들은 대부분 살아남게 됩니다.


독소를 제거하려던 작업은 각 나라마다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독일에서는 탈나치화가 재나치화의 우려로, 일본에서는 경제 관료 전범에 대해 호의적 태도로, 중국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부 싸움으로 인한 민중들의 삶이 피폐해졌고, 필리핀에서는 맥아더의 배신과 ' 후크발라합'의  패배로 옛 귀족 엘리트가 복귀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드골이 전면에 나서서 프랑스의 재통합을 외치면서 과정에서 일본, 이탈리아,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을 수리하려고 했다. 각 나라마다 전쟁 전의 엘리트에게는 최소한의 타격만 주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이안 부루마는 이 장에서도 전쟁의 거시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의 잔해 속에 가려져 있던 개인들의 경험과 피해를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개인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느 역사책에서도 나오지 않은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잔혹하고 기괴한 행위들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것들이  다 1945년 전후 역사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이란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정말 알아야 할 역사적 진실은 이런 개인들의 서사가 아닐까란 점에서 공감했고, 후에는 개인들의 이런 작은 이야기만이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을거란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쟁의 가해자건 피해자건 그 개인의  경험과 역사를 알았을 때와 알지 못했을 때 우리들이 갖는 태도는 분명 달라질 겁니다.


** 후기를 쓰면서 책 맨 처음에 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ㅠㅠ - 발터벤야민의 [역사철학 테제9]라고 되어 있네요.

<새로운 천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파울 클레이 그림이 한 폭 있다. 천사는 마치 그가 응시하고 있는 어떤 것으로부터 금방이도 멀어지려는 듯 그려져 있다. 그 천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있고, 그의 입은 열려 있으며, 그의 날개는 펼쳐져 있다.  이것이 '역사의 천사'가 지닌 모습이리라. 그의 얼굴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잇따른 사건들이 형체를 드러낸 곳에서, 그는 잔해가 잔해를 쉴새없이 덮으며 그의 발 앞에 내팽겨쳐지는 하나의 파국을 바라보고 있다. 천사는 머무르고 싶고, 죽은 자들을 깨우고, 또한 산산이 부서진 파편들을 모아 다시 짜 맞추고 싶다. 하지만 폭풍이 천사가 날개를 더 이상 접을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불어와 그 천사는 날개를 옴짝달싹할 수도 없다. 천사 앞에 놓인 파편 더미가 하늘로 치솟는 동안, 이 폭풍은 천사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 쪽을 향하여 막무가내로 그를 떠밀고 있다. 이 폭풍이 바로 우리가 진보라고 일컫는 것이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앗 어느새 발제가 후기로 둔갑했군요.
무척 재미있는 발제였고, 후기 역시 생생하네요.
자연님이 역사와 개인들의 삶에서 느낀 흥미와 이해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그런가 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적 진실이 개인들의 서사라는 말,
가해자건 피해자건 그 개인의 경험과 역사를 알았을 때와 알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갖는 태도가 달라질 거라는 말에
무척 공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경험과 역사 속에서 살아온 사람의 삶을 마주하고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거겠지요.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 테제는 제가 세미나신청 공지 올릴 때 소개글에서도 조금 인용했었는데
제가 이 책을 여러 사람들과 꼭 함께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기도 했습니다.
발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라님의 댓글

라라

역사는 진보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싶었는데.........그것이 완전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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