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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후기] 오리엔탈리즘 서설 :: 0213(화) +4
김현 / 2018-02-19 / 조회 1,080 

본문

 

후기가 늦었습니다.

 

오리엔탈리즘 세미나 첫 시간에는 같이 서설의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서설에서는 주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오리엔탈리즘의 정의와, 오리엔탈리즘 연구에 있어서의 방법론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책에 드러난 오리엔탈리즘의 정의를 되짚으며, 각자 생각하는, 지리적 위치가 아닌, ‘동양이라는 인식적인 면,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을 읽어야 겠다는 여러분들의 동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저도 개인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논의나 동기가 더 풍부해지는 터라 흥미롭고 반가웠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어떤 관점이나 태도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림을 볼 때에도, 동양화와 서양화를 가르는 기준은 재료인지, 기법인지,부터 시작해, 동양화라고 했을 때의 동양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의문들에 대한 생각을 같이 해 보며, 오리엔탈리즘과 맞닿은 면에서 그 관점과 맥락을 더 넓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동양은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하지만, 타자에 의해 정의되거나 이미지화 되는 동안, 정작 우리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오히려 그런 이미지를 내재화 한 면, 혹은,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에 나온 동양은 심지어, 우리가 사는 동양도 아니라는 것 등이 더 이 책을 읽을 동기를 마련해주는 듯도 합니다.

 

오리엔탈리즘은, 미로님이 말씀해 주신대로, 로마시대 때부터 오리엔트라는 말은, ‘해가 뜨는 동쪽이란 말로, 그 역사와 뿌리가 깊은 말이지요. 한때는, 동양학이란 의미의 오리엔탈리즘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이 저작으로 인해, 그 의미가 상당한 변화를 겪어온 듯합니다.

그리하여, 오리엔탈리즘은, 책의 몇몇 정의를 빌려 오자면, ‘서양이 동양에 관계하는 방식으로서, 유럽 서양인의 경험 속에 동양이 차지하는 특별한 지위에 근거하는 것’, ‘동양과 서양이라고 하는 것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존재론적이자 인식론적인 구별에 근거한 하나의 사고방식’, ‘동양이라고 하는 독특한 존재가 문제가 되는 경우, 언제나 불가피하게 거기에 조준이 맞추어진 관심의 총체망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동양은 언제나 특정한 이미지로 비춰져 왔지요. 천일야화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영화에서도, 로마군과 싸우는 페르시아나 혹은 고대 이집트의 모습은 굉장히 틀에 박혀서 좀처럼 다른 모습을 보기가 힘듭니다. 멀지 않은 과거에 나온 영화들에서도, 우리는 로마군과 싸우는 페르시아 군대의 모습에서, 미개함, 기이함과 주술적인 모습들을 발견합니다. 신비화된 동양이란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는, 이제 동양학이라는 학문적인 망을 거쳐, 3의 상상적 모습을 갖추어 갑니다.

 

그러나, 오라클님이 말씀해주셨듯이, ‘동양이라는 어떤 지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듯한, 소수자성은, 다른 소수자들의 정체성과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성별, 신체적 특성, 성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지리와 관련하여 생겨난 소수자성이라는 데에 주목한다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요. 여기에 이어서 말씀해주시길, 이런 특이성을 가지는 점과 유사하게, 우리가 다른 지역을 특정 이미지로 고착화시켜 생각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해주셨는데요. 대표적으로, 농촌과 시골 같은 곳을 생각하는 도시인들의 인식은 특히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인들에게 시골은, 고향 같기도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쉽게 이미지화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요. 농촌에서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의 삶이 있고, 그들에게 그 삶은 마냥, 쉼의 공간이 아닐테니까요. 미로님 말씀처럼, 한옥 마을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이렇듯, 특정 지역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서설에서 내비친대로, 활동성 없는 자연현상이 아니라는 가정이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던 이탈리아의 철학자 지암바티스타 비코의 말,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만든 것뿐이라는 데에 착안하여, 저자는 이를, ‘동양서양이라는 지리적 구분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데 까지 확장시켜, 논의의 바탕을 만들어 갑니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도 등장합니다. 서설의 간략한 설명에 의하면, 시민사회와 정치사회를 구분하는데, 정치적이거나 제도적인 면이 아닌, 시민사회에서 기능하는 여러 가지 문화가 있지만, 어떤 한 문화 형태가 그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 헤게모니인데, 유럽이라는 문화는 항상 그 주도권을 쥐고 중심에 있어 왔지요. 마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나 우월성이 형성된 과정이 단지 정치사회 속에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문화라는 형태로도 그 패권을 쥐게 된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는, 정치사회라는 맥락에서는 제국주의, 시민사회라는 면에서는 문화(오리엔탈리즘)을 함께 보아야 할 것이라는 말도 세미나 시간에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 연구에서, ‘권위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떤 문화가 패권을 쥐고 있고, 어떻게 해서, 그 문화와 학문은 권위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모든 것을 구성하는 담론(푸코의 개념)을 모두 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자는 또한, 학문, 지식이 오롯이 순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집니다. 보통은 정치학이 아니라면, 인문학의 경우, 그 학문이 정치적이지 않고 순수하다고들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화와 환경 속에서 자라온 저자가 과연 정치적인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텍스트가 쓰인 맥락 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저자든, 텍스트든, 그가 처한 맥락과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요. 제국주의 시대에, 그 제국주의 자체를 인식하고 있는 저자들에게서 쓰인 수많은 동양에 관한 학문은 결코 정치로부터 자유롭고 순수한 텍스트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더불어, 이렇게 형성된 학문 속 권위를 연구함에 있어서, 저자는 전략적 위치설정전략적 편성이라는 방법론상의 장치를 이용할 것이라고 하는데, 전자의 경우는 텍스트를 쓴 저자와 관련한 권위, 후자의 경우는, 어떤 텍스트가 참조되고 인용되며 가지게 되는 권위와 관련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서설을 마무리하며, 저자 본인의 개인적 동기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태생은 팔레스타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교육은 서양식 교육을 받았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 우리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감이 갔고, , 저자가 여기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또 오리엔탈리즘이 출판되기까지의 50년대에서 70년대에 비춰지던, 중동의 사람들에게 덧씌워지던 위협적이고 위험하다는 낙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 역시 현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미나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며, 동양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이 이렇게까지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였지요.

 

서설에 대해 한참을 되짚어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도 지속되었던 듯합니다. 그러나, 서양이 만들어낸 동양, 실제 동양이 아니라면, 과연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해야 할까요. 이런 만들어진 이미지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어떤 식으로 가져야 할까요. 아마도, 이 물음에 대해서 앞으로 읽어가며 알게 될지도, 혹은 불현 듯, 우리에게 어떤 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세미나 시간에 오라클님과 말씀 나누다가 저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에 근접한 힌트가 있다고 생각하여, 앞서 적어 봅니다.

소수자가 소수자라는 정체성에 머문다면, 그 이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소수자는, ‘일반적이라는 구분에서 벗어난 정체성들을 이뤄왔기에, 없는 것이 더욱 부각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데에 생각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라클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반적이고 패권적인 것들을 뒤흔들만한 존재가 되는 것, 그렇기에 판을 뒤집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외려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오리엔탈리즘에 나온 동양은, 앞서도 말했지만, 심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그곳도 아니지요. 물론,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게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덧붙여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책 자체가,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를 볼 수 있는 계기, 혹은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 시간, 모두 반가웠습니다. 내일 만나요! 

댓글목록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남성은 여성을 신비하거나 열등한 존재라고 바라봅니다.
도시는 농촌을 평화롭거나 낙후된 지역으로 바라봅니다.
서양은 동양을 신비롭거나 미개한 지역으로 바라봅니다. 
이런 시선에는 동일자가 타자를 바라볼 때 나타나는 유사성(약자)이 있습니다.
이런 유사성을 단초로 오리엔탈리즘에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이런 시선에 반대하여
여성이 남성화되거나, 농촌이 도시를 닮아가거나, 동양이 서양을 쫓아가는 것은,
남성/여성, 도시/농촌, 서양/동양을 바라보는 우월성과 열등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남성/여성 도시/농촌, 서양/동양을 경계짓는 동일자의 기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동일자가 되는 방식으로 타자화의 시선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자적 관점에 대한 음각화입니다.
 
오히려 여성이 가진 특이성, 농촌이 가진 특이성, 동양이 가진 특이성을 찾아가는 것,
그렇게 자기 존재의 해방을 통해 모든 존재의 해방을 가져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동일자가 타자를 규정하는 시선(약자)을 넘어서는 것이며,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리엔탈리즘은 저에게 지리적으로 규정되는 타자성을 이해하는 기회입니다. ^^

김현님의 댓글

김현 댓글의 댓글

오라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동일자적인 것과 같아지려고 하거나 그에 대응하려고 해서는
그런 담론이 더 부각만 되는 것이겠지요.
저도 이 세미나 말미에서는 그 극복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

삼월님의 댓글

삼월

오리엔탈리즘 세미나의 후기가 궁금하여 들어왔다가, 후기도 너무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고 댓글도 흥미로워
저도 한 번 끼어들어 봅니다. ㅎㅎ
오리엔탈리즘은 동일자가 타자를 정의하는 방식이지만, 타자는 스스로를 정의할 방식을 모르기에
동일자의 방식을 따르게 된다고 봅니다.
남성만 여성을 신비하거나 열등한 존재라고 보는 게 아니라, 여성 자신도 스스로를 신비하거나 열등한 존재라고 보는 거지요.
그 시각을 빌려오거나 강제당하는 것 이외에는 자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 자체를 가지기가 어렵게 되지요.
그러나 현실에서 동일자로부터 거부당하거나 배제의 경험을 가질 때
소수자는 비로소 자신이 사회의 타자이며, 결코 동화되지 못하는 자, 즉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파리아'임을 깨닫는 게 아닐까요?
동화되지 못함을 깨닫고 나면 동일자의 담론이 자신을 배제하고 있으며,
절대 동일자에 속하지 못함 역시 알게 되겠지요.
그 후에 남는 질문은 과연 우리가 말하는 정체성이라는 것이 스스로에 의해 형성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관계망 안에서의 위계와 구분에 의해, 외부의 어떤 의도에 의해 나의 정체성이 계속 구성되고 있다는 의혹이죠.
그 구성의 힘을 푸코가 권력의 문제로 본다면, 반격의 힘은 다시 내부에서 주체를 구성해나가는 힘이 아닐까 싶네요.
흠흠 머리터지는 싸움이겠군요.
괜히 끼어들어서 떠들다가 내 머리만 터지겠네. ㅎㅎ

아무튼 현님. 깔끔하고 차분한 후기 잘 읽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그리고 문화비평세미나 대박나길 기원합니다!

김현님의 댓글

김현 댓글의 댓글

우왕 삼월님 응원 고맙습니다. ^ㅅ^
저는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강좌 들으신 분들이 여러 차례 말씀해주셔서 좋으네요.
저도 삼월님이 말씀처럼, 푸코와 관련지어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오리엔탈리즘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하나의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말씀하신대로 관계망 속에서 변화하며 구성되는 것이라면,
하고 생각했을 때, 푸코를 같이 읽고 있는 것이, 인사이트를 주는 듯 합니다.
저도 항상 머리는 터지지만, 같이 읽고 이야기하며, 하나씩 풀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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