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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잡문] 집요함 혹은 성실함 +4
기픈옹달 / 2018-02-21 / 조회 907 

본문

人生最苦痛的是夢醒了無路可以走。做夢的人是幸福的;倘沒有看出可走的路,最要緊的是不要去惊醒他。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꿈을 꾸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만일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놀래 깨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世間有一种無賴精神 那要義就是韌性。听說拳匪亂后,天津的青皮,就是所謂無賴者很跋扈,

譬如給人搬一件行李,他就要兩元,對他說這行李小,他說要兩元,對他說道路近,他說要兩元,對他說不要搬了,他說也仍然要兩元。青皮固然是不足為法的,而那韌性卻大可以佩服。要求經濟權也一樣,有人說這事情太陳腐了,就答道要經濟權;說是太卑鄙了,就答道要經濟權;說是經濟制度就要改變了,用不著再操心,也仍然答道要經濟權。

세상에는 무뢰정신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요점은 바로 끈기입니다. 듣자 하니 권비의 난이 있은 후 톈진의 건달들, 즉 이른바 무뢰한들이 크게 발호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남의 짐을 하나 옮겨 주면서 그들은 2원을 요구하고, 짐이 작다고 말해도 그들은 2원을 내라고 말하고, 길이 가깝다고 말해도 그들은 2원을 내라고 말하고, 옮기지 말라고 말해도 그들은 여전히 2원을 내라고 말합니다. 물론 건달들을 본받을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끈기만은 크게 탄복할 만합니다. 경제권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이런 일은 너무 진부한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경제권을 요구한다고 대답해야 하고, 너무 비천한 것이라고 말해도 경제권을 요구한다고 대답해야 하고, 경제제도가 곧 바뀔 것이므로 조바심을 낼 필요까지 없다고 말하더라도 여전히 경제권을 요구한다고 대답해야 합니다. 

:: <무덤: 노라는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 루쉰전집, 그린비

 

삶이 고달프다. 삶이란 도무지 멈출 수가 없는 것이어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으나 내리막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발 밑을 채 알지 못하고 나아가는 건 늘 버겁다. 계산기를 두드려 견적이 나오지 않는 삶이라 더욱 갑갑하다. 비루함보다는 답답함이 앞선다.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없다는 것은 이제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이 비탈진 삶이 언제든 어디론가 굴러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계산기로 따져보면 이미 적자인지 오래지만 사람의 마음은 적잖이 튼튼해서 그래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금강불괴가 아닌 상황에야 언제든 미래에는 박살날 수밖에. 최근, 피로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고상하게 말하면 이상이고, 루쉰의 말을 빌리면 꿈이겠지만 이를 위해 삶을 갉아먹는 데도 한계가 있다. 꿈이든 이상이든, 그게 무엇이든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과연 좋은가 하는 질문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루쉰은 <노라는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를 통해 돈의 중요함을 역설한다. 그렇다고 그가 돈, 돈을 외친 건 아니었다. 입센의 소설 <인형의 집>에서 노라는 자신을 인형으로 가두던 집에서 나온다. 루쉰은 그 뒤를 질문한다. 인형의 아닌 자유로운 삶이 주어졌다면 그다음은? 두 가지 길밖에 없지 않을까? 하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 다른 하나는 몸을 파는 것.

 

루쉰의 진단은 현실적이다. 그는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말한다. 꿈이 좋으나 돈이 없으면 안 된다 말한다. 루쉰의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돈을 이야기하는 사람보고 비루하다 이야기하는 것들은 배를 꾸욱 눌러보아야 한다. 그 속에는 소화되지 않은 고기가 들어있을 테다. 그러니 하루쯤, 아니 며칠은 굶겨놓은 뒤에 다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루쉰의 여러 말보다 자유와 돈에 대한 그의 성찰에 눈이 간다. ‘자유는 물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돈 때문에 팔아 버릴 수도 있습니다.’ 실상 오늘날 비정규 노동의 삶이란 자신의 삶을 시간대로 계산해서 팔아넘기는 삶이 아닌가. 이제 자유를 팔아 노예 혹은 노비가 될 수는 없으니 시간을 팔아야 한다. 허나 팔지 않는 삶이 있을 수 있을까? 소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삶의 일부분을 팔아 치우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그러나 팔 때에도 고분고분 부르는 값에 팔아넘길 필요는 없다. 싼 값으로 후려치는 이들과 다투어 좀 높은 값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루쉰의 말을 빌리면 더 ‘더 극렬한 투쟁’이 필요하다. 왜? ‘세상일이란 작은 일이 큰 일보다 더욱 번거롭고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자유보다 경제를 얻기가 더 힘들다. 이 극렬한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산주의자들의 대답은 다를 것이다. 그들은 격렬한 투쟁을 얼마든지 격렬하게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크게 힘을 모아. 그러나 루쉰이 말하는 투쟁은 그와 다르다. 

 

그는 무뢰배를 소개한다. 이 무뢰배는 이름처럼 무례하다. 무턱대고 2원을 요구한다. 다짜고짜 짐을 옮겨주면서 2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때의 2원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어리석은 사람은 거리가 가깝건 멀건 2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짐이 많건 적건 2원을 요구한다. 조금 지혜가 있다면 2원을 요구한 이상, 짐이 많다면 3원을 거리가 멀다면 5원을 요구해야 했다. 그러나 이 무뢰배는 하나의 말 밖에 모른다. ‘2원을!’

 

루쉰은 이 성실하고도 집요한 정신을 요구한다. 이는 그가 ‘현재의 꿈’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장래의 꿈’을 이야기한다면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기는 것이 좋다. 5원을 불렀다 3원으로 깎아주는 식으로, 누구에게는 2원을 요구하지만 누구에게는 3원을 요구하는 식으로 요령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가 주문하는 인간은 요령이 없는 인간이다. 그저 집요하고도 성실한 인간이다.

 

나는 앞서 루쉰에게 ‘방향 없는 정신’이 있다고 했다. 이 방향 없는 정신이란, 구습을 깨뜨리고 원수에게 창을 날리며 나아가는 이 발걸음은,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기 마련이다. 정확하고도 꾸준한 발자국. ‘2원을!’ 그래서 루쉰의 말처럼 해서 경제권을 손에 쥘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늘날에 비추어보면 딱 굶어 죽기 쉬운 태도다. 시장의 변동에 따라,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값이 달라져야 하지 않나. 게다가 무례한 태도는 사람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2원도 채 주머니 속에 넣지 못할게 뻔하다.

 

그러나 그 무뢰정신 아래에 있는, 루쉰이 이야기한 끈기(韌)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집요하고도 성실한 정신. 삶을 추동하는 어떤 건강함.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짓밟히지 않는 삶 자체의 힘. 루쉰이 말하는 ‘현재의 꿈’이란 그렇게 현재를 꾹꾹 눌러 담는 충실함 속에 가능하다. 

 

보폭을 바꾸는 것은 방향을 바꾸는 것보다 힘들다. 루쉰의 말을 빌리면 ‘커다란 채찍이 등에 내려치’게 되면 방향은 쉬이 바뀐다.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보폭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정한 보폭이란 얼마나 힘든가. 휘청휘청 걷다가는 2원과 3원, 5원을 오가는 것은 물론 때로는 주머니 속에 있는 돈까지 빼앗기는 수도 있다. 현재를 꾹꾺 눌러 담기란 어찌나 어려운가.

 

그것은 철저한 생존의 현실 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마른 수레바퀴 자국에 빠진 붕어에게는 한 되나 한 말의 물을 구해 주는 것이 다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경제권을 요구하고 한편으로 다시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멀리 내다보라 말한다. 그러나 루쉰의 윤리는 그렇지 않다. 장래는 알 수 없는 것이며, 미래는 우리의 소관이 아니므로 현재를 , 바로 직면현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오래 꿈을 꾸었다는 생각을 한다. 누가 꿈에서 깨우지도 않았는데, 꿈을 꾸었다는 자각을 한다는 것은 충분히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쉰의 말처럼 꿈에서 깨었을 때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건 큰 불행이다. 그러나 루쉰은 갈 길이 없다 하여, 발자국마저 사라지지는 않는다 말한다. 꿈에서 깨었다 하여, 삶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루쉰의 말을 빌리면 깨났으니 떠날 수밖에. 삶을 꾹꾹 눌러 담아 한 발을 내디뎌 나갈 뿐이다.​ 

댓글목록

김현님의 댓글

김현

루쉰 잡문 자료 읽을 때마다 마음에 울려
기획 세미나에 참여 못한 것이 통탄스럽습니다.
다음 자료도 기대하고 잘 읽겠습니다.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언제든 시간 되시면 오시어요~ ^^
감사합니다~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배를 누르며 삶을 꾹꾹 눌러 담아
일정한 보폭으로 내딛어 가는 발걸음.....
그 발걸음에 대해 생각하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번 주 세미나 빠지게 되어 아쉬웠는데......
좋은 글로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다음 시간에 뵈어요. ^^
이제 곧 <무덤>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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