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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후기] 마지막 후기 - '카프카는 카프카다.' :: 0321 +6
토라진 / 2018-03-27 / 조회 961 

본문

 프카는 카프카다.

 

 지난주에 우리는 <실종자>의 마지막 부분 [단편]들까지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마지막에 읽은 편지는 어쩐지 카프카가 육성으로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애증과 인정욕구, 세계와의 단절과 결속의 반복, 자기연민과 글에 대한 열정 등 카프카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문제들을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 모두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한 익숙한 부자의 서사를 통해 보편적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구차하고 찌질해 보이는 한 남자의 어리광이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가 되고 있었던 것이죠. 이것은 프로이트의 오이디프스 콤플렉스를 뒷받침하는 전형적인 심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확장된 문제의식과 독특한 세계 인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그가 문학의 세계로 뻗어 굴러 나가는 데 필요했던 가장 중요한 바퀴였다는 점입니다. 집요한 만큼 열정적이었으며 나약한 만큼 끈질겼던 카프카는 어쩌면 그의 아버지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심연까지 끌고 들어간 그의 들여다 보기는 결국 그의 작품들에서 인물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결정했을 테고요

 

  그런데 작품에서 인물의 움직임은 정해져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어쩌면 작가 자신조차 헤매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구요. 어쩌면 카프카의 유일한 목표는 헤매는 데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해석과 매번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깨달음들은 헤매는 길 위에 독자를 데려다 놓으니까요. 우리는 그 헤매는 시간들 속에서 가끔씩 우리 삶의 정수들을 얼핏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사의 회전처럼 한계 지어진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회전 운동일 뿐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운동으로 세계는 틈이 생기고 조금씩 깊이를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깊어진 심연이 우리는 다시 질곡에 빠지게 할지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카프카를 통해 심연의 지옥을 맛보았던 것도 같습니다.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그곳의 풍경에 취한 채 말이죠.

  이 질곡으로 빠져드는 서사, 돌연한 시공간으로 떨어져 빚어지는 우연적 세계, 그 어리둥절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지속되는 움직임, 삶과 죽음, 아이와 어른, 유대인과 반유대인, 국가인과 세계인, 세대와 권력 등의 경계에서 꿈틀거리는 실존 등. 우리는 그동안 세미나를 거치면서 카프카와 카프카의 작품을 이해하는 많은 키워드들을 함께 공유하고 현실의 문제와 접속시키며 스스로 아우라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우라에서 다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며 몸살을 앓기도 했고요.


  그 모든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숨을 쉬고 일상을 살아 내가고 있었습니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그 일상에 무늬를 들여다보는 일인 것도 같습니다. 무늬의 모양을 살피고 결을 만지며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힘이기도 할 테고요. 카프카의 작품들을 장기간에 걸쳐 함께 읽으면서 우리는 그 힘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고정된 해석과 우리 안의 편견과 싸워가며 우리들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들을 만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해주었던 세미나 회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분들과 한 때 함께 공감을 나누었던 모든 분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4월부터는 새로운 문학 작품들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싯구처럼, 경계의 그 끝에서 따뜻한 봄볕을 함께 하겠습니다.

 

댓글목록

김현님의 댓글

김현

카프카 후기를 많이 기다렸습니다..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마음이 좀 먹먹합니다.;
특히, 토라진님의 후기에서처럼, 우리를 질곡으로 빠지게 했던,
그러나 한때는 그렇게 헤매이게 하더라도, 다시금 꺼내주던 문장들 때문인지도요.

지금은, 지난 겨울, 카프카를 읽을 때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몇 년 전, 저 혼자 카프카를 읽을 때에는, 카프카를 경유해서였는데
오히려 이제는 카프카 그 너머의 카프카를 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써보고 싶지만, 일단 조금 삼켜봅니다.;;

여하튼, 함께 카프카를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저도 댓글에나마 같이 읽고 이야기한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댓글의 댓글

현님이 삼키고 있는 말들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삼켰던 말들은 어느 책의 구절에서 또는 삶의 모퉁이에서 만나게 되기도 하겠지요?
그 만남들을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을 뒤집어 흔들며 세상을 난장으로 만든다 해도 말이죠.
이미 현님에게서 그 변화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스스로 짊어져야 할 시간들은 응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도모해요. 우리~~^^
암튼 우리 모두 화이팅!!!

연두님의 댓글

연두

멋진 후기네요. 토라진님.
헤매는 길 위에 독자를 데려다 놓는 카프카라...
그를 저도 곧 만나봐야겠습니다.
읽을 용기를 내어 세미나에 함께 했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아마 다시 예전 어느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합류할 용기는 못 내었을 겁니다.
한계 지어진 세계 운동에서 운동하는 그 나사처럼요.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댓글의 댓글

나사의 회전에서 중요한 것은 깊이겠죠.
어떤 깊이에서든 주시하는 시선이 있으면 맞닿기 마련인것 같아요.
숲에서 나무의 뿌리들이 깊은 땅 속에서 서로 만나는 것처럼 말이죠.
언젠가 꼭 만나게 될겁니다.
그렇다면 미리 인사를 드려도 되겠죠?
안녕! 반가워~~^^

자연님의 댓글

자연

함께 읽어서 좋았던 카프카와 토라진, 희음, 현님 모두에게 감솨~~~~^.^합니다.
카프카를 읽다가  '도대체 이런 소심한 사람의 푸념 따위를 왜 읽고 있는가? 라고 여러번 생각했습니다.
어둠 속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에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도 쪼금 났었네요..에구
그런데 말이죠....그 답은 카프카의 문장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일은 내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결려 넘어지는 일이라면 가능합니다.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넘어진 채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절망했고, 엄살을 떨었으며, 앞으로 더 나아가는 법이 없었던 카프카였는데
세미나 끝나면서 들었던 생각은 '희망'을 기대했거나,  '희망'을 품고 사는 수많은 보통사람들에게 주는 위안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있다는 것이죠. 잘 읽어보면 말입니다.... 우리가 그의 말에 긴장하지 않고 귀 기울이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절망과 실패 때문이었을 거라는...
카프카 그랬죠..."초조해 하는 것은 죄다" 라고요.....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댓글의 댓글

문장을 곱씹고, 다시 웅얼거리며......기억하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시네요.
세미나를 통해서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글의 무게를 온전히 견뎌내는 법을 배워나갔던 것 같습니다.
문장을 천천히 읽어주시던 자연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저 역시 자연님과 함께 해서 고마웠습니다.
담주에 새로운 책으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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