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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라캉] 7/22 후기 +3
소리 / 2016-07-23 / 조회 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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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프로이트-라캉 세미나는 제 2부 꿈을 들어갔습니다.

 

프로이트는 1부에서 다룬 말실수에 이어 2부에서는 꿈을 다뤘습니다.

특별한 신경증 환자나 정신질환자의 특별한 증상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적으로 흔히 겪는 사건들을 먼저 다루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다른 저작에서 말했듯이, 정신질환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도르라지는 정신의 '확성기' 같은 존재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말실수에서 알아볼 수 있는 언어적 원리가 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꿈에서는 하나의 기의와 기표가 연결된 언어형태가 아니라, 기표 즉 소리의 유사성과 연상성에 의해 연결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kanal(운하)”의 예처럼, 독일어와 불어의 유사한 발음으로 인해, 하나의 소리가 다른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연상되어 꿈에서 대체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꿈은 한 사람의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 무의식은 그 사람의 언어체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달리 말하면, 무의식 체계는 그 사람의 모든 문화적 체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한 사람의 언어의 폭이 그 사람의 꿈의 왜곡과 대체현상의 폭을 한정할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통상적으로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꿈해몽을 해서는 안됩니다. 꿈해석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의식체계를, 언어체계를 연구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영역조차도 사회 문화적인 영향 아래에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랬어”라는 말을 사회 문화적 요소와 동떨어진 다른 세계의 정신 활동의 무엇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사회적인 정신 활동의 이면입니다. 이처럼 한 사회의 문화와 관습 그리고 언어체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 꿈이라면, 미지의 것을 연구하듯이 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에 주목하여 꿈과 그 꿈을 꾸는 개인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꿈은 왜 꾸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우리는 꿈은 깊은 수면(휴식)을 방해하는 것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외부자극에 대한 중재기능을 꿈이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분명 꿈은 깊은 롬수면 상태를 방해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외부의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즉 생존을 위해 렘수면과 롬수면을 반복하도록 진화되어 왔습니다. 얕은 수면 상태인 렘수면 상태일 때, 외부에서 받은 혹은 받았던 신체적, 정신적 자극을 표상적인 정신작용이란 꿈으로 처리하여 수면을 지속시키는 것입니다. 즉, 수면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꿈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면에서 깰 경우도 있습니다.

 

꿈은 신체적 자극과 정신적 자극을 처리하면서, 그 개인의 소원을 정신적으로 충족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성욕이 될 수 있습니다. 성욕은 식욕과 수면욕과 달리 대상에 대한 의존성이 낮습니다. 먹거나 마시거나 자지 않고, 상상만으로도 충족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몽정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얘기로 미래에는 ‘위험한’ 성관계 없이 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상대에 대한 폭력적인 섹스 판타지를 덮어 씌워 성적인 ‘관계’를 굳이 맺지 않고, 다양한 자위 방법(ex. 가상현실)으로 충족 가능하게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위험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많은 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요. ‘관계’가 사라지는 삭막한 세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가상현실에서의 윤리 문제도 제기될 법 합니다. 그러나 대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초식남처럼 혹은 오타쿠처럼 쿠션 혹은 섹스돌과 결혼한 여러 남자들도 이미 존재하니까요. 게다가 성욕의 주체에서 지워진 장애인들(특히 장애 여성들)이, 그리고 강간 피해자들이, 데이트 폭력과 강간, 부부강간 피해자들 그리고 섹스리스 커플, 피임을 걱정해야하는 일들까지 다 사라질 테니 좋은 세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성관계’를 택하는 것은 인간적 소통에 대한 가능성을 더 열어주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관계’에 대한 문제가 들어 올 테지만, 지금보다는 덜 폭력적인 문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꿈 얘기로 돌아가서, 꿈-해석 작업에는 저항을 수반하게 됩니다. 프로이트는 이 저항을 “어떤 아이가 자기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여 주지 않으려고 꼭 움켜쥔 손을 펴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그 아이가 무언가 옳지 않은 것, 그가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라는 구절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만 해도, 누군가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피라고 하면 괜히 펴주기 싫습니다. 사실 안에 별 대단한 것이 들어있지도 않습니다. 어떤 때에는 아무것도 없을 때도 있고요. 상대가 맞춰보게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게임이 되기 때문에 재밌달까? 별 것도 아닌 것에 궁금해 하는 상대의 반응을 보는 것이 재밌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 안의 청개구리 기질이기도 하고, 어쨌든 순순히 펴주지 않는 편이 재밌습니다.

 

이것이 라깡이 말한 비밀의 젠더적 구조라고 합니다. 프로이트가 말한 소중한 것을 꼭 쥐고 있을 거라는 생각, 즉 주먹이란 표면 아래의 심층에 진실한 무엇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남성적 구조입니다. 이 사고는 플라톤의 이데아에 대한 생각처럼 위계화 된 이분된 세계관을 낳습니다. 형이상학에 대한 추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제 경험에서처럼 표면에 보이는 주먹이 다인 경우를 여성적 구조라고 부릅니다. 심층, 비밀 안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 자체가 하나의 놀이이며, 표면이 다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하나의 비밀이 형성되는 것이죠. 전자가 심각하다면 후자는 재밌습니다. 니체의 진리에 대한 여성의 비유가 생각나기도 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힘을 얻지 못한 “ㅎㅎㅎ안 필껀데~?”라는 지점에 주목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러한 태도가 현대까지 이어오는 서구의 위계적 형이상학적 체계를 뒤집을 재밌는 방법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단순히 저의 청개구리 기질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라캉이 말하는 심오한 비밀에 대한 구조라고 하니 흥미로웠습니다. ‘오오 나 대단했나봐!’ 이런 생각이...ㅋㅋㅋㅋ

 

끝으로 어린아이의 꿈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린아이는 어른의 꿈보다 훨씬 명쾌하고 알기 쉽습니다. 그러나 알기 쉽다는 이유로 어린아이가 유치하고 어른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하면 곤란합니다. 어린아이는 어른들은 사용할 수 없어진 무의식의 영역을 훨씬 더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른은 대체되고 연상되고 영어가 불어가 독어가 어쩌구 저쩌구 계단도 오르고 내리고 참 힘겹게 ‘난 널 좋아해’라고 말한다면, 어린아이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유니콘 뿔을 잡고 초콜릿 연못으로 가서 수영하고 아이스크림 산을 먹는 것으로 말할지도 모릅니다. 초콜릿 연못에서 수영하는 어린아이 같은 위버멘쉬의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 세미나였습니다.

댓글목록

선우님의 댓글

선우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잘 정리하실까!
담에 다시 한 번 읽어야겠어요^^

유택님의 댓글

유택

참 후기 잘 적었어요 >.<
방금 막 이번주 세미나 분량 꿈(하) 다 읽었는데
대체 믄 소리를 하는건지... ^^;;;

희음님의 댓글

희음

깨알같은 세심함, 따스함, 재미가 다 들어가있는 후기!
멋져요, 소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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