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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발제]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 상>
토라진 / 2018-05-10 / 조회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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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 도살장 ] (상)

 

 

소설가 ‘나’의 구상
 이 소설의 1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대체로는, 어쨌든, 전쟁 이야기는 아주 많은 부분이 사실이다.” 화자인 ‘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의 경험을 소설로 쓰려고 한다.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페허 더미에서 찻주전자를 가져갔던 에드거 더비의 처형 장면이 될 것이다. 하지만 2장부터 시작되는 그의 소설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 인물은 빌리 필그림이다.

 

빌리의 약력
 빌리는 1922년 뉴욕주 일리엄에서 이발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검안학교의 야간부에 다니다가 징집되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사슴 사냥을 나갔다가 친구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제대 후에는 검안학교의 설립자이자 소유자의 딸인 발렌시아와 결혼해 바버러와 로버트, 두 자식을 두었다. 바버러는 검안사와 결혼했으며 로버트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1968년 초, 검안사 국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몬트리올로 가는 비행기가 추락해 빌리를 빼고 모두가 죽었다. 빌리가 병원에서 회복하는 동안 부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었다. 이후 그는 가정부를 두고 집에서 칩거했다.

 

처음 시간에서 풀려났을 때
 빌리는 전쟁 중 군에 복무하면서 룩셈부르크로 해외 파견을 나가 삼총사를 만났다. 삼총사는 정찰병 두 명과 포병인 롤런드 위어리였다. 빌리는 총알이 쏟아지는 데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런 그를 워어리가 구해주었다. 워어리는 고문도구에 열광하는 열여덟 소년이었다.
 그들과 숲에 함께 있던 때, 빌리는 처음으로 시간에서 풀려났다. ‘그의 마음이 크게 호를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하여 삶 전체를 통과하더니 죽음으로 보라색 빛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른 누구도, 어떤 것도 없었다. 그냥 보라색 빛뿐이었다. - 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소리.’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가 수영장에 그를 일부러 빠뜨렸던 때로 시간이 되돌아갔다. 이후 시간이 다시 풀려나갔을 때,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공포에 떨며 그랜드캐니언 협곡에 서 있기도 했다. 그리고 완전한 어둠을 경험했던 동굴에서 야광 문자판이 달린 아버지의 회중시계를 본 것은 그로부터 열흘의 시간이 풀려나갔던 때였다.

 

포로수용소 – 죽음의 파티 
 삼총사 중 두 정찰병(이들은 독일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에게 버림받은 워어리와 빌리는 독일병사에게 발각되었다. 그들은 포로가 되어 수용소로 끌러갔다. 그들은 기관차에 실려 독일을 가로질러 이동했다. 그곳에서 빌리는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와일드 밥 대령, 마흔 살 난 부랑자, 워어리 등. ‘뭐 그런거지.’(죽음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 말이 반복된다. 박웅희 번역에서는 ‘그렇게 가는거지.’)
 열흘 째 되는 날, 기차는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의 수용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짐승 취급을 받으며 시체 더미에서 벗겨진 옷을 입고 강제 샤워를 당하고 폭력에 시달렸다. 포로들 중 영국군은 그나마 처우가 좋았을 뿐 아니라 식량도 풍족했다. 영국인이 환영 파티를 베풀어주었다. 자리마다 유대인과 집시와 동성애자와 공산주의자를 비롯한 독일의 적을 지방으로 녹여 만든 초와 비누를 비롯한 물자들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빌리의 몸에 불이 붙었다. 불은 껐지만 빌리는 정신을 잃었다.  
 빌리가 깨어났을 때는 영국인들이 <신데렐라>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었다. 공연을 보며 비명을 지른 탓에 그는 병동으로 실려 나갔다. 그를 돌보게 된 미국인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에드거 더비였다. 그는 인디애나폴리스의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연줄을 통해 군에 입대했다.

 

로즈워터와의 만남 – 우주 재탄생의 가능성?
 그는 제대 후 검안학교에 복학했지만 자기 발로 정신병원을 찾아가 입원했다. 빌리의 옆 병상에는 전직 보병 대위였던 앨리엇 로즈워터가 있었다. 그는 독일군 병사로 오인해 열네 살짜리 소방수를 쏘았으며 드레스덴 폭격의 참상을 보았다.([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의 설정) 그들은 둘 다 인생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에서 본 참상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우주를 새롭게 다시 만들고 싶어 했다. 로즈워터가 빌리에게 소개해준 과학소설, 특히 트라우트의 글은 큰 도움이 되었다.
 로즈워터는 빌리의 어머니를 상대로 공감 실험을 하고, 모든 사람에게 ‘디어’라고 부르는 실험을 시도했다. 빌리는 그 순간 누워서 에드거 더비의 총살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는 이불을 젖히고 밖을 내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트랄파마도어 동물원 
 빌리는 가끔씩 시간이 풀려나가는 때를 경험할 뿐 아니라 외계인을 만나는 환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외계 행성인 트랄파마도어로 끌려간 것은 딸의 결혼식이 있던 날 밤이었다. “왜 하필 나였습니까?” 빌리의 질문에 트랄파마도어인은 답했다. “순간이라는 호박에 우리는 갇혀 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어떤 왜도 없습니다.”
 그가 외계 행성의 동물원에 갇히게 된 것은 마흔 세 살이 되었을 때였다. 캘리포니아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하다가 납치된 스무 살의 영화배우인 몬태나 와일드핵이 그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그의 짝짓기 상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몬태나는 빌리를 사랑하고 신뢰했다.
 동물원을 구경하는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가이드가 설명하는 그의 상태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강철 격자에 묶여 달리는 무개화차에 연결되어 있는, 빌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관 끝의 작은 점일 뿐. 파이프를 통해 무엇을 보든 “이게 삶이야.”라고 혼잣말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었다.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모든 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가운데 관심이 있는 어떤 순간에도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은 책을 읽을 때도 하나의 기호를  한꺼번에 이해했다. 그들이 책을 사랑하는 것은 책이 한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경이로운 순간들의 바다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에게는 다섯 가지 성(性)이 있어 각각 새로운 개체의 창조에 필요한 단계를 이행했는데, 그것은 빌리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4차원의 문제였다.
 
영원한 시간의 묘약
 트랄파마도어인은 자신의 행성에서 배운 가장 귀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빌리는 거주민이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자신들도 역시 끔찍한 전쟁을 치루고 있으며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기분 좋은 순간을 보면서 영원한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날 밤 빌리는 잠이 들자마자 아주 좋은 순간, 발렌시아와 결혼해 행복한 한 때를 보냈던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했다. 발렌시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더비의 처형을 목격했던 경험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약을 먹여 눈이 흐리멍덩해진 채 과녁이 되었던 더비를 파묻어야 했던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마치고 오줌을 누기 위해 욕실에 들어간 빌리는 풀린 시간을 타고 다시 수용소의 병원으로 돌아갔다. 모르핀을 맞고 제정신이 아닌 빌리는 오줌을 누기 위해 병실에서 나왔다가 철조망을 걸려 춤을 추었다. 오줌을 누고는 페인트로 써진 글씨를 보았다. “들어갔을 때와 똑같도록 변소를 깨끗이 쓰고 나오세요!” 하지만 영국인이 베푼 환영 잔치로 미국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던 변소는 깨끗하게 유지될 리 만무했다.

 

미국의 미덕
 빌리가 수용소에서 모르핀을 맞고 있던 날 새벽에, 일리노이주 출신의 도둑 폴 라자로가 팔이 부러진 채 들어왔다. 라자로를 부축해 온 영국군은 라자로를 보며 경멸하는 투로 미국인은 허약하고, 냄새나고, 자기연민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독일군 소령은 이에 맞장구를 치며 캠벨 주니어의 논문을 읽는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지만 그 국민은 대체로 가난하며, 가난한 미국인은 자신을 미워하라고 종용받는다......돈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을 탓하고 탓하고 또 탓한다. 이런 내적인 비난은 부유하고 강한 자들에게는 보물이 되어 왔다.”

 

눈물과 위로
 빌리는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곤 했다. 낮잠을 자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그는 낮잠을 자러 집에 오곤 했다. 어느 날 그는 집 앞에서 장애인들이 물건을 팔러 다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때로는 과거의 전장을 떠올리면서. 그는 너무 자주 조용히 울었다.
 이후 그는 아내가 죽은 뒤 집에 칩거하며 지냈다. 결혼한 딸 바버러가 가끔 방문해 아버지를 돌보았다. 가끔씩 검안 진료소가 나가곤 했는데, 어느 날 아이를 상대로 트랄파마도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없는 아이에게 모든 순간 속에 아버지가 여전히 잘 살아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딸은 울부짖으며 물었다. “아버지, 우리가 아버지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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