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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0607세미나 후기_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7강 +3
아라차 / 2018-06-11 / 조회 959 

본문

한참 궤변의 형태학에 대해 말하던 푸코는 이제 희랍사회에서 진리와 연결되는 기능을 맡았던 담론, 즉 사법담론과 시학담론에 대해 말합니다. 소크라테스 이전 사유들에서 진리와 제도적으로 연결됐던 담론 유형들을 분석하는 것이죠. 사용된 문서는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입니다. 

 

이 텍스트들에서 당사자들이 맹세하고 시련의 형태로 결정을 내리는 재판(dikazein)과 제3자인 재판관의 권위로 측정되는 재판(krinein)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특히 krinein은 경제적 관계가 점차 확대되고 그 관계가 가족의 틀을 넘어서게 된, 전통과 규칙에서는 더 이상 관련 근거를 찾을 수 없게 된 사회의 발전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분쟁의 당사자들은 재판관에게 자신을 맡긴다고 선언하고 진실 발언을 들은 재판관은 어느 것이 참인지 또는 어느 것이 더 참이거나 더 나은지 이야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때 재판관이 선고를 내리는 기준은 dikaion, 정의입니다. 만일 dikaion의 원칙에 따라 심판하지 않으면 온갖 불행이 줄줄이 뒤따르게 됩니다. 부정한 매입이나 재산 사기같은 경제적 행동에 법적-종교적 체계가 작동하게 되고, ‘이웃’은 보상과 처벌이라는 양면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정의가 부담금, 부채, 부채상환의 측정 체계에서 실현되는 모습입니다. 

 

부채와 관련된 경제적 측정 체계는 따른 측정 가능한 질서 즉, 계절, 시간, 추수, 별, 날의 질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물들의 질서, 일해야 하는 시기, 적당한 계절, 길일 등이 알맞은 행동의 준거가 되는 하나의 요소가 됩니다. 마치 이 자연스런 질서가 (인간의) 알맞은 행동을 스스로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155p)

 

나아가 재판관의 선고 기준인 dikaion, 정의는 사법 실천의 범위를 훌쩍 넘어섭니다. 만일 심판의 결정이 특정/척도와 시기를 고려하기 때문에 공정하다면, 측정/척도와 시기를 고려하는 모든 행위와 사람이 공정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dikaion은 일상생활의 규칙이 되고, 세계의 배열 방식이 됩니다. 정의는 이제 우리가 아는 진리와 연결됩니다. 

 

진리, 그것은 날과 날짜의 진리, 적절한 때의 진리, 별의 이동과 합의 진리, 기후, 바람, 계절의 진리, 다시 말해 어떤 우주론적 지식 전체입니다. 또한 신들과 세계의 발생 원리, 세계의 체계로서 신들의 조직화의 진리입니다. 이 두 지식은 유프라테스와 오리엔트의 대제국들에서, 히타이트인들과 앗시리아인들에게서 형성-발전되어 희랍으로 이식되었습니다. 정치권력의 형태와 직접적 관계를 맺으며 구성되었던 지식들입니다. 그러나 희랍에 이식된 지식은 더 이상 권력에 봉사하는 관리, 서기, 회계원, 천문학자의 지식이 아닙니다. 지식은 모든 인간이 정의롭기 위해서, 저마다 정의를 주장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지식입니다. 지식이 권력 행사에서 정의의 통제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지식에 대한 희랍에서의 변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리엔트 국가에서 권력의 도구이자 어느 정도 권력 행사의 조건이었던 지식이 반대의 의미로 정의와 연결된다는 사실, 권력 안에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의 안에 진리가 있다는 것! 이어서 정의 담론과 지식 담론의 관계가 재분배되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7강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시 정리하다 보니 새롭게 보이는 구석들이 있네요. 우리는 지금 사유체계의 역사를 계보학적으로 풀어내려는 푸코의 강의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잘 가고 있는 것 맞죠? 동행자들 모두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사유체계의 역사에는 단지 관념의 역사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변화하는 사회와 사법체계, 법과 정의에 영향을 주는 경제문제,
그리고 그 법과 사회를 담고 있는 시학 텍스트에 대한 푸코의 현란한 분석.
어디까지 뻗어가고, 어디까지 흘러갈지 모르겠습니다.
벌린 입을 다물고, 책을 읽어야겠어요.
세미나 시간에 '정의와 평등'에 대해 그림까지 검색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잖아요.
집에 돌아오는 데 그 이야기가 어찌나 재밌고 속시원하던지 한밤의 귀가길에 혼자 웃었습니다.
즐거운 시간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dikazein과 krinein, 깔끔하게 구분 정리해 주신 것도 고맙습니다!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오 ~ 정리 해주신걸 보니 다시한번 상기 되면서 저도 정리가 댔습니다.
7장 후기 라고 따~악 못을 박으니 8장 후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 ^^;;;;;;
내일 쯤 후기 올리겠습니닷 ~~ ^^

jina님의 댓글

jina

'정의는 곧 진리와 연결된다'라는 문장만 본다면 이렇게 멋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통제된 진리를 통해 정의가 조작되고 있다는 푸코의 진실 이후에 
우리는 정의에 대한 판타지와 진리 페티쉬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요. 
제가 사회의 정의를 갈망할 수록 저는 효과적으로 통제된 것일까요?
걷잡을 수 없는 의식의 흐름으로 저를 이끌어주신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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