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세미나 > 세미나자료
  • 세미나자료
  • 세미나발제문, 세미나후기를 공유하는 게시판입니다.
세미나자료

[푸코] 본능의 발견 (2.5 강의 발제문)
삼월 / 2016-07-29 / 조회 1,326 

첨부파일

본문

본능의 발견 (1975. 2. 5 강의)

 

푸코 <비정상인들> 20160729 삼월

 

괴물에서 비정상으로 : 세 명의 괴물

 

범죄정신의학이 식인 괴물을 취급하는 방법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괴물에서 비정상으로의 전이이다. 이 전이는 기술의 출현이나 과학적 경향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고, 이 기술들이 출현하면서 괴물에서 비정상으로의 전이가 일어났다. 푸코는 이 전이가 일어난 시점에 주목하면서 범죄정신의학에 공헌한 세 괴물을 소개한다.

첫 번째 괴물은 자기 딸을 죽여 토막 내고 넓적다리를 양배추에 싸서 익혀 먹은 셀레스타의 아내이다. 두 번째 괴물은 뱅센 숲에서 두 아이를 왕족으로 착각하고 죽인 파파부안느이다. 마지막은 앙리에트 코르니에로 이웃에 사는 여자아이의 목을 잘랐다. 이 세 괴물들은 푸코가 말한 괴물의 대주제인 식인, 참수, 왕을 시해하는 문제들로 엮여있다. 18세기말까지 이 세 주제는 아직 정신의학적 범주가 아니었으나, 프랑스대혁명(1789)과 루이16세를 처형하는 과정을 통해 사법적 범주, 혹은 정치적 환상으로서의 괴물로 드러났다. 세 이야기 중 특히 마지막 앙리에트 코르니에 사건은 범죄적 괴물성의 문제를 고착시켰다.

먼저 셀레스타(1817)의 경우, 사건이 일어날 당시 그 지역에 극심한 기근이 있었다는 이유로 사건 자체에 광기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고, 당연히 정신의학적 측면의 논의도 없었다. 파파부안느 사건은 살인이 환상이나 잘못된 신념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해되어 광기로 인한 범죄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앙리에트 코르니에 사건은 법이나 광기의 영역에서 이야기하기가 몹시 애매하고 까다로웠다. 코르니에는 살인의 이유에 대해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답했고, 사람들은 거기에서 어떤 이해의 메커니즘도 찾지 못했다. 푸코는 이 사건을 현재 범죄정신의학을 형성하게 만든 중요한 사건으로 주목한다. 범죄의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가리고 이유를 조작하려는 데서 나타나는 이유의 부재와 이해의 부재 문제를 푸코는 정신의학 개입의 정박 지점으로 본다.

 

 

이유 없는 범죄에 대한 관심

 

이해의 부재 주위에는 사법기구의 관심과 의학 권력의 관심이이라는 이중의 관심이 나타난다. 부르주아지의 사법제도에서 범죄는 이해의 차원에 의해 판단된다. 이해가 범죄의 내적합리성이자, 처벌 가능성이 된다. 형벌권의 역학에 의해 범죄의 합리성에 확인이 필요해지고. 처벌 대상인 주체의 합리성까지 확인해야할 필요가 생긴다. 행위에 대한 이유와 주체를 처벌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이유가 모두 필요한 것이다. 두 가지 이유는 가정이 아닌 합리성으로 중첩하여 확인되어야 한다. 모든 형사 메커니즘이 이유 없는 행위에 당혹감을 느끼고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위의 이유를 알아야만 처벌을 하거나, 광인으로 규정할 수 있으므로 이유 없는 행위 앞에서 사법기구와 형사제도는 당혹감을 느끼고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때 사법기구는 정신의학에 문제를 제기한다. 정신의학의 도움을 받으려한다기보다는 정신의학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여 정신의학의 담론을 법제도 안에 일부수용하려는 것이다.

정신의학은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의학이론이 아니라 공중보건의 한 특수 분야로 기능했다. 사회적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의 한 분야였던 정신의학이 의학지식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코드화가 필요했다. 하나는 광기를 질병으로 코드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기를 위험으로 코드화하는 것이다. 이제 정신의학은 정신병의 예방과 치유, 그리고 이에 대한 지식을 사회적 예방으로 기능하게 했으며, 광기 자체와 연결된 수많은 위험들을 피하기 위해 이 사회적 예방이 필요해졌다. 19세기와 20세기 정신의학의 전성기는 광기에 대한 두 코드화가 효과적으로 맞춰졌을 때, 또는 동일한 유형의 담론과 분석을 통해 동일한 개념체를 가졌을 때였다. 그 담론과 분석, 개념들이 광기를 질병으로 구성하고, 위험으로 간주하게 했다. 살인과 자살의 편집증과 임상적 묘사 등 사회적 위험이 정신의학 내부에서 질병으로 코드화한 것은 이런 경로를 통해서였다.

 

 

광기-범죄의 상호귀속성과 정신의학의 사회적 정당화

 

이와 관련하여 19세기 후반에 중요한 개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퇴화’이다. 퇴화를 통해 사회적 위험의 한 지대를 부각시키고, 잘라내고, 그 지대에 질병의 지위, 병리학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푸코는 20세기 정신분열증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정신분열증에 대한 담론은 사회적 위험을 질병으로 코드화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코드화 밖에서는 정신의학이 광인의 특별한 위험성을 제시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정신의학은 광기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범죄의 비밀을 밝히려 애쓰면서 광기와 범죄의 근본적이고도 기본적인 상호귀속성을 수립했다.

정신병원 내부의 광기에 대한 분석은 조작을 통해 광기가 환각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완강함·저항·불복종·반란 등을 중심으로 한다고 밝혔다. 19세기의 정신의학자들은 광인이 제도나 진리 등 기존의 권력에 대항하여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정신병원 외부에서는 광기가 가질 수 있는 위험을 탐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사회를 보호하는 공중보건권력으로서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신의학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위험을 감지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했고, 그 능력이 의학적 지식에서 기인한다는 점도 보여주어야 했다.

코르니에 사건에서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게 된 사법기구는 행위의 이해가능성 대신에 행위에 대한 주체의 책임을 내세웠다. 기소장은 코르니에에게 질병이나 광기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이유의 부재를 가리며 정신의학에 호소했다. 검찰의 입장은 광기의 부재를 곧바로 주체의 책임과 처벌 가능으로 연결한다. 피고측 정신감정서는 반대로 이유의 부재를 광기의 존재로 연결시켜 정신의학의 일반적 징후학 속에 집어넣으려 한다. 그 징후학 속에서 한 인물과 행위는 균열로 인해 유사점을 찾지 못하게 된다. 징후학은 인물의 부도덕성마저 질병분류학과 병리학의 영역 안에 재코드화하여 넣는다.

주체의 도덕성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병적인 것과 처벌 가능한 것 사이의 애매하고도 수상관 관계가 맺어질 가능성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검찰이 광기의 부재 이유로 들었던 코르니에의 맑은 정신을 피고인측 변호사는 무죄와 책임 불가의 요소로 부각시켰다. 여기에서 이해 없는 행위의 개념과 메커니즘이 뒤집혔다. 이들은 인간의 행위와 이유 사이에 있는 어떤 부조리성의 에너지를 발견해냈고, 이것은 이해의 메커니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역동성이었다.

 

 

본능의 발견

 

‘억제할 길 없는 방향’, ‘억제할 길 없는 욕망’, ‘그 근원을 책임질 수 없는 잔혹한 성향’ 등으로 정신감정서에 기재되었던 그 새로운 개념은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세기 초까지 광기가 오류, 환각, 잘못된 신념, 진리에의 불복종으로 분류되어 있는 한 역동적 요소로서 본능이 여기에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코르니에의 정신감정인인 마르크는 정신착란과 비슷한 추정에 의해 이 본능을 해체하고, 다시 회수하며, 재투입하려 했다. 이제 본능은 다른 모든 표상·정념·감정들을 부차적 위치로 밀어내고, 의학과 법에 특수한 문제를 제기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게 되었다. 이유 없는 행위가 본능적 행위로 넘어간 것이다.

여기가 본능의 발견지점이다. 푸코는 본능 개념 자체보다는 이 개념이 나타나고 형성되는 출발지점에서의 맞물림을 중요하게 본다. 본능은 변태라는 문제의 매개물이고, 범죄적 괴물성, 혹은 단순한 병리학적 광기가 조정원칙을 발견하는 조작자이다. 19세기의 정신의학은 이 본능에 의해 광기라고 할 수 없는 크고 작은 혼란스러운 행동들을 질병과 정신병의 주변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모든 비정상의 문제가 광기의 주변으로 재편된 것도 이 본능개념에서부터였다.

19세기 초까지 광기에 대한 지식과 임상에서 정신착란과 환각의 위치가 가졌던 중요성이 본능으로 옮겨갔다. 충동과 제멋대로의 감정, 강박관념, 히스테리의 발작이 본능에 의해 설명되었다. 진화론적 병리학이나 진화론적 이데올로기를 정신의학 속에 주입해 넣는 것도 본능개념에서부터였다. 19세기의 정신의학은 두 개의 기술에 의해 떠받쳐지는데, 하나는 우생학적 기술이고, 하나는 정신분석학이다. 우생학은 정신의학을 방해하는 본능의 기술이었고, 정신분석학은 본능을 규격화하고 교정하는 대대적 기술을 통해 본능에 대한 장악력을 정신의학에 주었다.

 

댓글목록

세미나자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