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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프루스트 읽기 후기_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2권-1 +4
모로 / 2018-10-06 / 조회 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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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프루스트 읽기 세미나 후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1 스완의 사랑                                                                               2018.10.06.  모로

 

후기가 많이 늦었습니다. 인간 본성을 까발리는 다양한 사건들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상념을 넘나드는 프루스트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에 겨우 적응해 혼이 빠지게 몰입해 들어가던 중이었는데, 책이 2권으로 넘어가면서 음악으로 치면 작법에 일종의 변주가 일어납니다. 중심인물이 ‘나’에서 나의 또 다른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스완’으로 전환된 것이지요. 후기가 늦은 것은 이에 따라 1인칭 시점에서 펼쳐지던 유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의 연금술이 다소 생기를 잃어 한참 무르익었던 흥미가 꺼져버리고 만 탓입니다(스완의 사랑 따위 관심 없기도 하고..ㅎ).

 

스완의 사랑. 희음님이 세미나 전에 이것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제기하셨는데 저도 동감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단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고 그런 자기 기만적 연애놀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암튼 스완의 사랑 초반부는 대놓고 말해서 나쁜 남자라 자부할 만한 스완이 밀땅의 고수 오데트에게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통속적 연애담으로 읽힙니다. 이 과정이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일련의 연애소설들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남녀를 연상시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연애의 어떤 원형 같은 것을 발견하게 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보편성을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통찰력 넘치는 포착이 프루스트의 뛰어남이라 생각합니다.

 

스완의 사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스완의 연애관입니다. 모든 여자를 사랑하는 기성의 카사노바들(일종의 박애주의자들)과 달리 스완은 ‘처음부터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는데, 이것이 규범적으로 문제라면 단지 그러한 여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나타났고 마다하지 않았을 뿐이죠. 타인들에게는 여지없이 천박하게 보였을,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충실했던 스완은 연애조차 아무런 취향 없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하면 참으로  강직하게 보여 그를 변호하고 싶게 만드는군요.

 

세미나 때는 깊이 얘기 나누지 못했지만, 흑사병 마냥 피해야만 하는 ‘따분함’을 죄악시 하는 베르뒤랭의 작은 동아리(패거리)도 인상 깊었습니다. 고리타분한 윗세대, 그리고 아무리 성공한 부르조아라도 태생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귀족들과 자신들을 차별화하기 위해 기를 쓰는 그들의 모습과 세간의 질타를 부르기에 충분한 스완의 대범한 연애관 등, 저에게 지난 세미나편 이야기는 사력을 다하는 근대인의 모습을 엿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신.

지난 세미나 때는 끝나고 남산산책 겸 목멱산방 야외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는데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던 시간이었습니다(심지어 들어온 일도 고사하고 참석했다는.. ㅎㅎ). 

식사 후 세라토닌님이 맛난 차를 쏘셔서 - 자몽차 맛있었는데 잘 마셨다는 인사도 못했네요 - 찬란한 가을 햇살 아래에서 티타임을 가졌죠. 이때 세라토닌님과 토라진님 등 우리들의 연애 이야기가 스완의 연애담에 이어서 펼쳐졌습니다.

이러한 시간들, - 2018년 랭킹 10위 안에 너끈히 들 만큼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날씨와 시간의 궤도에서 잠시 비껴나 아무것도 감각할 수도 기억할 수 없는 - 가끔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시간들이 있습니다.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네요.

그럼 담주에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잿밥에 관심이 많았던 1인입니다. ㅋㅋㅋ
스완의 사랑....사랑을 사랑했던 수많은 관념의 허상이 응축되어 나타난 듯했습니다.
오늘의 사랑은 늘 기대했던 것 이하이고, 과거의 사랑은 늘 경험했던 것 이상으로 기억되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태풍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네요.
그 날의 맑은 바람과 햇살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저 역시 상큼한 자몽차가 넘 맛있었습니다.  세라토닌님, 고맙습니다. ~~^^
담에 또 시간내서 소풍갑시다.!!

모로님의 댓글

모로 댓글의 댓글

허상 속의 스완이 더 이상 찌질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ㅋ

세로토닌님의 댓글

세로토닌 댓글의 댓글

토라진님~~저....
세(로)토닌 이예요~~
ㅎㅎㅎㅎㅎ
자몽차가 맛있었다니 좋네요 ~~^^

세로토닌님의 댓글

세로토닌

역시 사랑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모로님이 더 깔끔하게 스캔해주시네요~~
그날의 대화로 조금은 모로님과 토라진님의 사랑을 알게 되어 아주 반가웠습니다~
스완의 사랑. 저에게는 이렇게 정의가 내려지네요. 자진 늪.
자기가 뭐 알아서 제대로 빠져줍니다.~
그날의 산책 아주 반가웠고~~또 한번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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