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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후기 - 내겐 볼레로 같은 프로이트 +2
소리 / 2016-08-04 / 조회 1,471 

본문

<프로이트 후기> -3주차

 

내겐 볼레로 같은 프로이트

 

 

이번 주 세미나는 본격적인 꿈에 대한 프로이트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상징은 반발이 많았습니다. 프로이트가 만나는 환자 대부분이 성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에만 집중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양문화권에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직관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여성기, 남성기의 상징들도 많았습니다.

 

 그것들 중에 여성기의 상징으로 옷감과 목재, 종이 등의 재질과 그 재질로 만들어진 사물들도 여성기의 상징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서양의 역사에서 여성은 물질성, 남성은 정신성으로 인식해온 결과입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하는 재생산의 여부가 물질성과 정신성을 나누는 큰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생산에 대한 갈망은 남성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근숭배의 사상에서 정신적인 것에 대한 추구는 여성의 재생산 능력에 대한 갈망에 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구 재생산의 능력을 지녔음에도 사용하고 싶지 않은 여성인 저의 경우에는 그것의 의미가 그닥 크지 않습니다만, 선택의 여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니까요.

꿈-작업에서 행해지는 압축과 전위, 그리고 시각화에 대한 논의도 흥미로웠습니다. 압축이 비유와 같다면, 전위는 환유와 같다는 설명으로 확실히 이해가 갔습니다.

 

Ravel-Bolero

https://www.youtube.com/watch?v=KK23BhEQVyU 

 

Ravel-Bolero 발레

https://www.youtube.com/watch?v=zc_8P4FlDcI

(원래 이 곡은 발레곡으로 만들어진 곡으로, 이 발레 영상은 멋있어서 링크 걸어봐요. 강추) 

 

 개인적으로 매주 프로이트 세미나를 하면, 저는 Ravel의 Bolero가 머릿속에 울려 퍼집니다. 이 곡은 C장조 한 도막과 악기가 바뀐 좀 더 어두운 한 도막, 이렇게 두 개가 곡 끝까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밝음과 어두움의 계속적인 반복, 그러나 다양한 악기-풀룻, 색소폰, 비올라, 첼로, 호른 등등-를 통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갑니다. 이 곡의 베이스는 작은북입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도 한 이 작은북이 곡 전체를 끌어가죠. 웅장하게, 무엇인가를 정복하는 느낌으로 나아가는 느낌입니다. 곡은 후반부로 갈수록 크고 세게 연주됩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반복. 그 반복들 사이를 횡단하며 같은 주제를 반복하는 언어체계와 꿈, 사회적 터부들. 또한 프로이트의 이론 전반에는 작은북 같은 리비도가 베이스로 깔려있습니다. 무의식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아가는 등산가 같은 프로이트. 게다가 남근중심적인 느낌까지! 끝으로 갈수록 거대해지는 크레센도 같은 느낌! 꽝!! 내가 프로이트다!!!!!!

 

 글을 쓰면서, 이제야 왜 프로이트를 생각하면 매번 이 곡이 듣고 싶어지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 곡을 듣고 있습니다. 제 무의식이 이 둘의 유사성을 찾아내고는 매주 라벨의 볼레로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경험적으로, 제 무의식은 음악과 기억을, 음악과 지식을 연관시키는데 탁월한 경향성을 지닌 것 같거든요. 정확히 무의식인지 전의식인지 잘 모르겠군요. 물론 프로이트보다 라벨이 더 좋지만.

 

찾아보니 라벨과 프로이트는 둘 다 19세기 사람들이네요...! 그래서 비슷한건가.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이 후기야말로 라벨의 음악들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글쓴이의 목소리가 시시각각 색과 톤을 달리하며 어딘가 모르는 곳으로 치달아가는 것 같은.
프로이트를 읽으면서 그 수다스러움이 너무 조잡하고 쪼잔하고 성가시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진 남근에 대한 생각이 남근의 형상이 되어, 텍스트를 조금씩 식량처럼 삼키며 부풀어가고 비대해져 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 있었달까요! 후기를  읽는 동안 그 느낌이 더 분명해졌어요.^^

소리님의 댓글

소리 댓글의 댓글

와 그렇게 생각은 전혀 못 해봤는데!
라벨의 볼레로에 대해 글을 쓰면서 저도 모르게 그를 닮아갔나봐요.
아니, 제 안에 있는 라벨의 볼레로가 드러난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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