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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정신의학의 권력> 9/2 발제문
소리 / 2016-09-04 / 조회 1,281 

본문

정신요양원 위계화된 권력

 

1강과 2강에서 의학적 지식과 권력을 해부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다뤄지는 텍스트는 파넬의 텍스트입니다. 이 책은 정신병리학이 태동하며 발달하여 풍부한 지식의 지층에서 쓰여진 텍스트입니다. 이를 통해 푸코가 초기 의학적 권력이 지니는 특징들부터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가정에서 시작되는 의학권력은 한참 후에나 발달되는 것입니다. 우선 파넬의 텍스트를 통해 정신의학적 시선이 가해지는 공간인 정신요양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신요양원의 공간의 규율적 질서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하나의 질서가 지배하는 공간인데, 이 지배의 초점은 인간의 “신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신체를 지배하는 방법은 시간, 활동, 몸짓에 대한 항구적이고 항상적인 ‘규제’로부터 시작합니다. 일정한 질서, 규율, 규칙성은 인간의 신체와 신체 내부에까지 적용되는 것들입니다.

이 규율적 질서, 규칙들은 좀 더 면밀하고 정확한 관찰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기반으로 의학적 지식의 구축 또한 가능합니다. 이 의학적 지식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 기능합니다.

 

정신의학의 지식이 형성되는 공간, 신체에 대한 규율이 적용되는 공간인 정신요양원의 비대칭적인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의사”라는 존재가 부각됩니다. 이 의사는 신체에서부터 다른 신체들과 구분됩니다. 의사는 “건강한 신체의 위엄 있는 지고한 존재의 성인 남성”의 모습으로 서술됩니다. 권력의 최상위층의 의사, 의사의 조치를 전달하는 중간 관리자인 간수, 환자와 직접 접촉하며 규율을 실행하는 간병인의 순서로 위계적인 권력 층위가 형성됩니다. 여기서 간병인은 밑바닥의 권력으로서, 환자의 신체적 욕구를 돌보며 환자들에게 복종하고 봉사하는 척하며, 규정이라는 거대한 익명적 권위에 복종하여 환자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는 존재로 위치합니다. 이들은 환자의 힘을 소진시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존재들입니다.

여기에 권력의 작동방식이 들어있습니다. 권력은 의사, 간수, 간병인 그리고 환자라는 관계망을 통해, 상호지지와 분산, 중계를 통해 기능합니다. 각자의 기능은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는 전술적인 장치를 통해 권력체계가 형성됩니다.

 

 

 

치유의 장

 

정신요양원에서의 권력의 목표는 “광인의 치료”입니다. 그렇다면 이 광인은 어떠한 기준에서 결정되는 것일까요? 이 기준은 19세기 이전에는 신념의 체계에 의해 광기가 정의되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초부터 ‘힘의 폭발’로 불리는 제압되지 않는 광인이라는 다른 식별기준이 출현합니다. 이제 광인의 기준은 전통적인 구분인 흉포함, 착란 없는 조광증인 한없는 정념의 힘, 관념체계의 혼선이 오는 조광증, 멜랑콜리 혹은 편집증적 요소들이 됩니다.

즉, 광기가 뿜어내는 거대한 폭발력이 치료의 목표이자 적이 되는 셈입니다. 의사는 이 광기의, 힘의 폭발의 특징을 파악하고 분류하여 치료를 위해 권력 내부 안으로 효과적으로 포섭해야합니다. 정신요양원에서의 치료는 결국 광인의 ‘제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은 필연적으로 전쟁터가 되며, 신체에 대한 구속과 규율이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핵심은 환자를 일정한 권력 아래에 엄격히 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권력은 소위 의학적 지식이라고 하는 것 아래에서 신체적·정신적 자질과 관련해서 행사하게 됩니다. 환자/정신이상자는 규범적인 규율 아래 종속하고 길들여, 신체적·도덕적 교정이 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따라서 광기의 치료는, 관념들의 나쁜 연쇄를 막고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됩니다. ‘도덕적 교정학’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치료의 장은 순수의학적인 ‘약물 치료’와 도덕적 차원인 ‘도덕요법’으로 나뉩니다.

 

 

이 치유의 장에서는 힘과 권력, 사건과 진실의 일정한 배분이 존재합니다. 첫째로 치료적 조작은 질병의 원인에 대한 의사의 진단과 질병학적 작업 없이 이루어집니다. 둘째로 환자의 의지와 의사 및 의사의 의지를 대리하는 자의 의지를 두어 대결시킵니다. 셋째로 환자의 고정관념과 그에 상응하는 처벌에 대한 공포 간의 갈등과 투쟁을 조장합니다. 넷째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 확실히 발생됩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고백을 통해 진실이 드러날 때 치유의 절차가 완결됩니다. 이 특성들은 의학적 모델도 아니며, 임상의학에서 구성되고 있던 지식의 형태도 아닙니다. 그러나 정신의학의 한 부분으로 ‘의학적’이라는 태그를 달고 편입됩니다. 이렇게 정신의학은 인체 의학과 관련한 지식과는 다른게 의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자신 만의 자리를 구축해 갑니다.

 

 

파면된 미친 왕, 조지 3세 -신체로의 환원 (폐위의 장, 오물의 장, 신체형의 장)

 

 

피넬의 텍스트에 따르면, 비세트르라는 구빈원에서 피넬은 광인들을 독방 바닥에 매어 놓았던 사슬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정신의학의 최초의 무대가 됩니다. 이와 동시에 이해하기 쉬운 대표적인 예가 하나 있습니다. 영국의 조지 3세에 관한 예입니다.

조지 3세는 조광증에 걸렸고, 그의 치료를 위해 창과 벽이 매트리스로 덮인 독방에 가두었습니다. 그러나 미친 왕은 격렬한 망상에 사로잡혀 주치의에게 오물과 분뇨를 문댔으나, 곧 옛 왕의 몸종이었던 헤라클레스만한 몸집의 몸종에 의해 닦이고 옷을 갈아 입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그는 온순하고 순종적이어야 합니다.

푸코는 이 폐위와 감금의 장면에서 야만적인 힘으로, 신체로 돌아가는 왕의 모습을 포착합니다. 조광증에 걸린 조지 3세가 더 이상 왕이 아니라는 선고를 받는, 일종의 ‘폐위의식’을 하게 됩니다. 이로써 왕은 주권권력이 상실됩니다. 그리고 왕이 외부 세계와 차단되어 격리되고,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장치인 매트리스에 주목합니다. 이 매트리스는 왕이 더 이상 왕이 아닌 하나의 ‘신체’로 환원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자유의지 없는 단순한 ‘신체’로 정해진 지점에 고정되어 있는 존재로, 다른 주권이 아닌 권력 아래에 놓입니다. 이 권력은 침묵의 권력입니다. 규칙의 집요함을 통해 행사되는 권력이며, 여러 사람에게 분배된 이름 없는 권력입니다. 즉 규율 권력입니다. 망 내에서 작동하는, 침묵 속에서 권력을 행사당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순종성과 복종성 내에서만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권력입니다.

 

 

이 권력의 실질적인 행사자는 헤라클레스만한 몸집의 옛 몸종 두 사람입니다. 푸코는 이 몸종이 등장하는 장면을 중요하게 취급합니다. 야만적인 신체로 돌아간 왕과 규율화된 힘의 가시적 표상인 시종의 대립에서 주권권력이 규율권력으로 이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침묵하지만 동시에 절대적 권력을 가진 근육질의 몸종은 규율권력의 모습을 형상화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시종들은 왕의 욕구와 상태에 관련해서만 시중을 듭니다. 주권자로서의 의지나 신분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왕은 욕구 및 상태의 신체로 고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의지와 욕구, 신분과 상태의 분리가 일어납니다.

 

 

다음은 오물의 장입니다. 야만적인 신체로 환원된 왕은 자신의 신체 밖에 없습니다. 그 신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자신의 배설물뿐입니다. 이를 통해 그는 주치의에게 대항합니다. 역사적으로 오물과 배설물은 낫과 몽둥이와 같은 작업도구조차 없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 하층민이 왕과 귀족으로 상징되는 주권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수단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왕으로 상징되는 주권권력이 의학권력, 규율권력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권권력적 기능의 총제적인 역전이 일어납니다.

 

이제 교수대, 신체형의 장입니다. 오물로 저항하는 왕은 근육질의 몸종들에 의해 제압당해 쓰러져 씻겨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게 됩니다. 즉 “규율이 몸종이라는 형태로 개입해 신체를 제압하여 쓰러뜨리며 발가벗기고 씻겨서 깨끗하고 참된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권력 체계의 변환과 새로운 권력의 출현

파넬이 서술한 왕에 대한 이러한 치료는 정신의학의 발달과정의 후기에서나 나타날 “진실로 기술, 분석, 진단, 인식”으로서의 가치의 전환 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정과의 관계 그리고 진실에 대한 부분은 정신의학의 실천에 뒤늦게 합류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규율권력의 출현에만 주목하고 있습니다. 봉건제 이후, 산업혁명 이전의 통치체계는 주권권력의 거시물리학입니다. 다른 한편에는 주권권력의 요소들이 단절되고 파열된, 상이한 요소들 내에서 작동하는 규율권력의 미시물리학이 있습니다. 이제 권력은 주권권력에서 규율권력으로 변환됩니다.

데카르트가 전하는 광기에 대한 두 가지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광기는 “자신을 왕으로 착각하기”와 “자신이 유리로 된 몸을 갖고 있다고 믿기”라는 두 명제로 정리됩니다. 이 두 가지 유형은 오류로서의 광기의 전형입니다.

19세기의 의사들에게 있어서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 모든 증거에 대립시키는 것, 의학적 지식에 반해 주장하는 것, 의사에게까지 강요하려는 것” 등등을 포함한 자신의 믿음에 의거해 다른 모든 확실함이나 지식을 거부하는 것이 자신을 왕으로 믿는 것입니다. 즉, 그들에게 미친다는 것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권력을 잡는 것을 말합니다.

 

앞의 피넬이 광인들의 사슬을 끊는 해방의 이야기는 조지 3세의 이야기와 모든 면에서 상이해 보이지만, 사실 같은 선상에 있는 이야기라고 푸코는 말합니다. 피넬이 지하감옥세 있는 광인의 사슬을 끊으면서, “풀어주는 자와 풀려날 자 사이의 특정한 감사의 부채의 상정”이 핵심이 됩니다. 감사의 부채는 환자들의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복종을 통해 이뤄지는 부분 하나와, 의학적 권력의 규율의 적용이라는 두 가지 부분으로 상환됩니다. 즉, 주권권력의 폭력으로 상징되는 지하 감옥의 사슬의 구속을 끊고, 감사의 부채의 상환을 위한 규율권력에 대한 예속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조지 3세와 파넬의 해방에 대한 이야기는 주권권력이 규율권력에 대한 예속의 관계로 넘어가는 것을 잘 포착한 장입니다. 또한 정신의학적 실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장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학의 무대

이제 도덕요법에서 변형된 원시 정신의학의 무대가 최면의 발견과 시행, 히스테리 현상들의 분석이라는 정신분석학의 무대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 뒤로 반 정신의학의 무대도 있습니다.

이후 중요한 원시 정신의학의 무대는 의사들에 의한 광기의 조작과 진실의 책략이라는 전술을 사용합니다. 조지프 메이슨 콕스의 관찰 기록인 <정신이상에 대한 실제 관찰들>의 편집증 환자인 X씨의 사례가 나옵니다. 가정부가 자신을 살해할 것이라는 망상을 가진 그의 생각에 의사들은 가짜 재판을 꾸며 그의 망상에 찬동하는 척 하며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사례입니다. 즉 환자의 망상과 일치하는 하나의 미궁을 조직하는 것입니다. 환자는 자신의 망상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고, 미궁을 통해 망상 속의 병의 원인이 사라졌다고 믿게 되면서 그는 의학적 도움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19세기 초에 시작되는 정신의학의 실천에 의해서, 규율의 실천이 등장하게 되면서 완전히 제거됩니다.

 

마치며...

1강과 2강에서 말하는 원시 정신의학의 발생과정을 살펴보면서, 규율에 대한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복종이라는 지점은 당대의 정신요양소에서 적용되는 지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관리시설의 장애인들, 동성애자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방식, 여성의 육체를 소비하는 현재의 권력체계에도 해당되는 지점이라고도 느꼈습니다. 또한 ‘전문가’과 ‘과학적’이라는 말에 과도하게 복종하는 사회의 인식과 제도 속에서도 원시 정신의학의 규율적 권력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형태와 방식을 달리하며 규율에 대한 자발적 복종이라는 부분은 끊임없이 변주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이 규율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신체와 정신적(도덕적) 부분에서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일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전통이나 관습, 상식, 전문가, 지식, 이성적 이라는 모든 표피를 뒤집어 쓴 모습일지라도, 하나의 권력의지로 규합된 다수의 분할된 권력의 모습을 하고 있어 보입니다.

규율권력을 형성해 가는 의학권력의 초기적 형태를 고고학적으로 탐험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일상화된 모든 규율권력의 형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세미나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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