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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세미나] 파문 (9/2 후기①) +4
선우 / 2016-09-06 / 조회 2,074 

본문

정신분석 단체가 하나의 교회와 같은 종교적 실천 행위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현실을 라캉은 마주했습니다. 자신이 속해 있던 프랑스 정신분석협회로부터 추방당했으니까요. 프랑스 정신분석협회는 라캉을 추방하는 조건으로 결국 국제정신분석협회 회원으로 가입이 되었구요. 라캉은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을 그저 가십으로 넘어가지 않고, 정신분석의 토대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의 상황 한 가운데 ‘대상’으로 삽입합니다. ‘거래의 대상’이 되었던 자기 자신을 말이지요. 이렇게 해야만 정신분석의 토대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결국 정신분석을 ‘실천’으로 정초짓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될테니 말입니다. 또한 지금 라캉은 정신분석이 하나의 과학인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학인 이유, 그러나 지금 현재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들에 도전하면서 말이지요.

 

과학은 무엇보다 하나의 대상을 갖고 있습니다. 정신분석 역시 무의식이라는 대상을 갖고 있지요. 그 대상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먼저 그 대상은 ‘발견’되는 것으로서 객관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신을 발견한 자만이 신을 추구하듯이 말이지요. 라캉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상’에 대해 질문합니다. 현대 물리학의 대상은 17세기의 물리학이 탄생할 당시의 대상과 동일합니까? 현대 화학의 대상이 라부아지에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탄생기 화학의 대상과 동일합니까? 과학이 다루는 대상은 고정되어 있는 객관적 사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대상의 역사성, 역사 사회적 조건 속에서 드디어 형성되는 솟아나는 ‘대상’의 조건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시대의 구조 속에서 드디어 발견되는 대상입니다. 푸코의 사유방식이 떠오르지요? 라캉은 또한 과학이 추구하는 체계가 단 하나의 통일된 체계, 초월적인 보완물, 궁극적인 통일성을 지향하는 것으로 되는 것에 저항합니다. 이러한 지향은 자기 동일성을 확인하는 것이며 결국은 관념론적으로 되어버리는 것이니까요. 과학이 갖고 있던 본래의 유물론적 운동성을 상실하는 셈이지요.

 

과학과 연금술의 관계는 사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입니다. 저는 우선 연금술을 과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연금술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았거든요. 세미나 시간에 이야기 된 연금술은 금을 만들어 내는 기술 자체보다는 연금술사의 영혼의 순수성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습니다.^^ 연금술은 그노시즘의 실천체계로서 하나의 종교적 행위이며, 행위자의 영혼의 순수성, 신적인 영혼으로 고양시키려는 과정이랍니다. (여기서 떠오른 성경구절 욥기 23장 10절 -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 과학이 하나의 실천에 의해 결정되는 장에 의해 규정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금술이 과학일 수는 없다고 라캉은 말합니다. 연금술사의 영혼의 순수성이 아니라, 정신분석가의 욕망을 문제 삼는 실천의 장에 정신분석이 놓여져야 합니다. 음, 상상과 상징의 세계가 아니라 실재 현실의 세계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아무도 물리학자의 욕망은 묻지 않지만, 정신분석가들은 이제 분석가 자신의 욕망을 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신분석은 과학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분명 대상이 있습니다.

체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체계는 완결된, 통일된 체계가 아닙니다. 불완전한 체계입니다.

구멍, 간극, 틈새가 있습니다.

정신분석 탐구에 어떻게 주체가 배제될 수 있습니까? 분석가의 욕망이 또한 분석되어야 합니다. 상상과 만나고 상징을 통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재를 다루는 일입니다. 피분석가의 표상을 해석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실재 현실을 살아나가도록 치유하는 것이 정신분석 실천의 장입니다. 그러나 그 실천의 장, 토대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 산 증인이지 않습니까?

 

 

댓글목록

선우님의 댓글

선우

파문 부분만 다시 정리해보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네요.
우리가 엄청 많은 이야기들을 한 거 같아요.(실은 정수샘이 ㅎㅎ)
뒷 부분도 정리가 되는대로 올려보겠습니다.^^

무긍님의 댓글

무긍 댓글의 댓글

제가 발제를 해보려고 읽어보니까 , 그동안 선우님께서 많은 수고를 하셨네요.
먼저 하신 고생길에 , 뒤늦게 동참 하면서, 선우님글에 위로를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lizom님의 댓글

lizom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후기를.. 감사합니다. 선우님의 말을 거치고 비로소 라캉의 말이 생기를 얻은 것 같네요.

유택님의 댓글

유택

라캉은 후기를 쓰고 싶어도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데 역시 선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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