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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심보선의 시 후기_1028(금)
오라클 / 2016-10-31 / 조회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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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소개 :: 심보선 ······> 시와 사회의 경계를 허무는 자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대학시절에는 「대학신문」 사진기자로도 활동했으며,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면서 등단하였다.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문예술잡지 F』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슬픔이 없는 십오 초』 외에 『지금 여기의 진보』(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행복의 사회학’을 화두로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주요논문으로 「문화사회학적 견지에서 바라본 문화예술 경영의 시론적 고찰: 시민성, 지역성, 예술성 개념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 시집 : 『눈앞에 없는 사람』,『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사회평론 : 『그을린 예술』(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99%를 위한 주거』(공저), 『지금 여기의 진보』(공저)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철학적 사유와 삶의 노래가 담긴 심보선의 첫 시집

심보선의 첫 번째 시집『슬픔이 없는 십오 초』. 1994년 조선일보 신문문예로 등단한 시인이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펴낸 시집이다. 등단작 <풍경>을 비롯하여 14년간 시인이 쓰고 발표해온 58편의 시를 묶었다. 오랜 세월 간직한 일기장에서 나옴직한 말들과 구체적이고 내밀한 개인의 경험들을 풀어내고 있다.

이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전반부에서는 세계와 나, 타자와의 관계 혹은 거리에 대해 가볍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2부] 중반부로 넘어가면, 냉혹하고 복잡한 이 거리에서 시인은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는 것만큼 전락한다'고 고백한다. 보다 내면적이고 격정적인 모습을 지닌 시에는 꺾이는 무릎을 감추기 위한 시인의 흥얼거림도 담겨 있다. [3부] 시인은 피붙이의 그리움에 대해, 빗나간 화살과 함께 떠나버린 사랑에 대해, 미망처럼 맴도는 이별에 대해, 불확실한 운명과 이상에 대해 노래한다. 우울과 슬픔, 절망과 냉소, 삶을 꼬집는 짓궂은 유머가 담긴 시인의 노래는 단지 개인의 일기로 그치지 않고, 시대의 우울과 도시문화의 병리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눈앞에 없는 사람』 부재하는 연인에 대한 예찬!

대중의 사랑과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시인 심보선이 펴낸 두 번째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 딱 들어맞는 단어'로 사랑을 제시한다. 여기서 시인이 연모하는 대상은 앞에 없는 사람, 즉 부재하는 연인이며, 그는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노동 대신 쓸모 없는 것을 만드는 이 사랑의 활동에 골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고독이 아니라 타인의 손을 맞잡는 것임을, 침묵이 아닌 소요와 동반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일임을 역설한다. 49편의 시가 담긴 이번 시집에서는 시를 대하는, 시 쓰기로 영혼과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입장과 고백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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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의 공간은 도시의 고층 아파트위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이다. 태양과 낮달, 과거와 현재와 미래, 카모밀차를 홀짝거리는 여자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남자는, 서로 연관없는 불연속적인 시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슬픔이 없는 십 오초' 가 지난다. 이 십오초는 슬픔이 없는, 모든 감각이 멈춘 '감각의 틈새'이다. 일상의 흐름 속에 열리는 특이한 순간은 우리에게 어떤 특이한 각성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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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 이별하다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

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테니

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

열까지 세라

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

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

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착한 그대여

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

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

선한 천성(天性)의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를테면

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

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안 들려도 잘 들리는 소리

기어이 들리고야 마는 소리

단단한 이마를 뚫고 맘속의 독한 죽을 휘젓는 소리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다 만 흰죽이 밥이 되고 밥은 도로 쌀이 되어

하루하루가 풍년인데

일 년 내내 허기 가시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기근 같은 것이다

우리의 오랜 기담(奇談)은 이제 여기서 끝이 난다

 

착한 그대여

착한 그대여

아직도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열을 셀 때까지 기어이 환한가

천 만 억을 세어도 나의 폐허는 빛나지 않는데

그 질퍽한 어둠의 죽을 게워낼 줄 모르는데

 

 

<식후에 이별하다> 이별을 앞둔 식사를 풍경으로 이별을 예감하는 두 사람이 있다. 사랑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사랑의 기담을 끝나고. 일상처럼 식사를 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이별이라는 사건 앞에 있다. 그래서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일상은, 이별을 앞두고 '단단한 이마를 뚫고 맘 속의 독한 죽을 휘젓는 소리'로 변한다. 사랑을 끝내려는 내가 죽 한 그룻을 비울 때까지, 착한 그대는 천천히 열까지 센다. 사랑을 끝내는 것은 나이지만 나는 어둠과 폐허로 사라지고, 여전히 사랑 속에 남아있는 그대는 환함 속에서 열까지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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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오래된 습관을 반복하듯 나는 창밖의 어둠을 응시한다. 그대는 묻는다, 왜 어둠을 그리도 오래 바라보냐고, 나는 답한다, 그것이 어둠인 줄 몰랐다고, 그대는 다시 묻는다, 이제 어둠인 줄 알았는데 왜 계속 바라보냐고, 나는 다시 답한다.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다고, 그대는 내 어깨 너머의 어둠을 응시하며 말한다, 아니요, 당신은 멀쩡히 깨어 있어요, 너무 오랜 고독이 당신의 얼굴 위에 꿈꾸는 표정을 조각해놓았을 뿐

 

이 밤에 열에 하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열에 하나는 무척 외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열에 하나는 흐느껴 울기도 한다, 이 밤에 그대와 내가 이별할 확률( =0.1X0.1X0.1)을 떠올리면 내 얼굴은 저 높이 까마득한 어둠 속 백동전으로 박힌 달 표면처럼 창백해진다, 나는 다만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시간의 완곡한 안쪽에 웅크리고 누워 잠들고 싶은데, 지금 나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잊고 번민으로 오로지 번민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모든 병든 개와 모든 풋내기가 그러하듯 나는 운명 앞에서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대를 오랫동안 품에 안았으나 내 심장은 환희를 거절하고 우울한 예감만을 가슴 복판에 맹렬히 망치질 하였다, 우연이란 운명이 아주 잠깐 망설이는 순간 같은 것, 그 순간에 그대와 나는 또 다른 운명으로 만났다, 그러나 운명과 우연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 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는 지금 서로의 목전에서 모래알처럼 산지사방 흩어지고 있는데

 

그대에게서 밤안개의 비린 향이 난다, 그대의 시선이 내 어깨 너머 어둠 속 내륙의 습지를 돌아와 내 눈동자에 이르나 보다, 그대는 말한다, 당신은 첫 페이지부터 파본인 가여운 책 한 권 같군요, 나는 수치심에 젖어 눈을 감는다, 그리고 묻는다, 여기 모든 것에 대한 거짓말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진실이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덜 슬프겠는가, 어느 것이 먼훗날 불멸의 침대 위에 놓이겠는가, 확률은 반반이다, 확률이란 비극의 신분을 감춘 숫자들로 이루어진 어두운 계산법이 아닌가

 

눈을 떴을 때 그대는 떠났는가, 떠나고 없는 그대여, 나는 다시 오랜 습관을 반복하듯 그대의 부재로 한층 깊어진 눈앞의 어둠을 응시한다, 순서대로라면, 흐느껴 울 차례이리라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은 이별의 밤을 풍경으로 하고 있다. 모든 확률은 필연이고, 법칙이다. 그러나 그 확률이 각자에게 덮쳐올 때, 그것은 "어둠 속 백동전으로 박힌 달 표면 처럼 창백"한 슬픔이다. 이 확률 앞에서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 아주 잠깐 망설이는 순간"에 벌어진 우연 같은 것이다. 그대와 내가 "운명"처럼 만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 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가 이 확률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확률이란 비극의 신분을 감춘 숫자들로 이루어진 어두운 계산법"에 불과하지만, 확률의 폭력성은 우리를 운명의 밤으로 흩어놓는다. "이 밤에 열에 하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 열에 하나는 흐느껴 울기도 한다."​ 그러나 이별의 확률이 나를 적중시킨다. 나는 "깊어진 눈앞의 어둠을 응시한다. 순서대로라면 흐느껴 울 차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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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죽으면 나는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도 양심도 없이

​짖기를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네발짐승의 곁으로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인간 형제들과 함께 있다

​기분 좋은 일은

​수천수만 개의 따뜻한 맨발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에

​나의 눈동자에 쿵쿵쿵

​혈색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나는 왔다

​태어나기 전부터 들려온

​기침 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닌다는

​인간에게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심장을 최단거리로 잇는 것은?

​직선? 아니다!

​인간과 인간은 도리없이

​도리없이 끌어안는다

​사랑의 수학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온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을 잉태한다

​두 개의 별로 광할한 별자리를 짓는다

​신은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인간이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무에서 무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지금 여기>는 시간과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어떤 사건으로서 '인간'을 다루고 있다.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내가 인간의 형제로 태어난 것은 우연한 사건이었고, 나는 다시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니는 족속이고, 서로를 "도리없이 끌어안는" 족속이며, "한 가슴에 두개의 심장을 잉태"한 족속이다. 인간의 영혼은 "신이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인간이기 위하여 "지금 여기"있다. 그것이 무에서 무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한" 것이라 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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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중을 긁적이며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그때 내 입술 위에 인중이 생겼다.*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잊고 있었다.

뱃사람의 울음, 이방인의 탄식.

내가 나인 이유, 내가 그들에게 끌리는 이유,

무엇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

그 모든 것을 잊고서

어쩌다보니 나는 나이고

그들은 나의 친구이고

그녀는 나의 연인일 뿐이라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믿어왔다.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어쩌다 보니,로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로 이어지는

보잘것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태어날 때 나는 이미 망각에 한 번 굴복한 채 태어났다는

사실을, 영혼 위에 생긴 주름이

자신의 늙음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 탓이라는

사실을, 가끔 인중이 간지러운 것은

천사가 차가운 손가락을 입술로부터 거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삶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태어난 이상 그 강철 같은 법칙들과

죽을 때까지 싸워야한다는 사실을.

 

나는 어쩌다 보니 살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나는 홀로 깨달을 수 없다.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

 

추락하는 나의 친구들:

옛 연인이 살던 집 담장을 뛰어넘다 다친 친구.

옛 동지와 함께 첨탑에 올랐다 떨어져 다친 친구.

그들의 붉은 피가 내 손에 닿으면 검은 물이 되고

그 검은 물은 내 손톱 끝을 적시고

그때 나는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는 듯

인중을 긁적거리며

그들의 슬픔을 손가락의 삶-쓰기로 옮겨 온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

3일, 5일, 6일, 9일 ······

달력에 사랑의 날짜를 빼곡이 채우는 여인.

오전을 서둘러 끝내고 정오를 넘어 오후를 향해

내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기는 여인. 그녀를 사랑하기에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죽음,

기억 없는 죽음, 무의미한 죽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일랑 잊고서

인중을 긁적이며

제발 나와 함께 영원히 살아요,

전생에서 후생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뿐인 청혼을 한다.

 

 

*탈무드에 따르면 천사들은 자궁 속의 아기를 방문해 지혜를 가르치고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에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기 위해 쉿, 하고 손가락을 아기의 윗입술과 코 사이에 얹는데, 그로 인해 인중이 생겨난다고 한다.

 

 

<인중을 긁적이며>​ 이 생에 없는 기억이 때오를 때마다 우리는 인중을 긁적이게 된다. "내가 나인 이유, ......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를 모두 잊고서, "어쩌다보니 나는 나이고 ...... 그녀는 나의 연인일 뿐이라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태어날 때 나는 이미 망각에 굴복한 채 태어났"기 때문이며, 인중이 간지러울 때마다 나는 "모든 삶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어쩌다 보니"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이라는 각성을 가질 수 있을까? 묻는다. 그래서 "예 동지와 함께 첨답체 올랐다 떨어져 다친 친구" 그들의 붉은 피가 내 손에 닿아 검은 물이 될 때 나는 "인중을 긁적이며 그들의 슬픔을 손가락의 삶-쓰기로 옮겨 온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죽음...... 일랑 잊고서 인중을 긁적이며 ...... 제발 나와 함께 영원히 살아요, 전생에서 후생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뿐인 청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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