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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창비세계문학-러시아편 11/23 발제문
삼월 / 2016-11-23 / 조회 682 

본문

 

 

한 발 / 알렉산드르 뿌슈낀 (1799 ~ 1837)

  화자가 사건에 연루된 두 인물을 순서대로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액자식 구조의 흔한 설정이다. 흔하지만 지금도 소설에서 쓰이는 이 설정은 드라마틱한 사건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처럼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 음울한 성격의 인물일 때 더 그 그렇다. 신비스러운 삼십대 남자 씰비오는 화자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 결투 이야기를 들려준다. 씰비오는 젊은 치기로 한 남자에게 결투를 신청한 적이 있었고, 죽음조차 하찮게 여기는 상대방의 여유로운 태도에 결투를 중지해버린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대를 죽이는 일은 복수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자가 행복을 느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순간 씰비오는 결투를 재개하고 남은 한 발을 쏘려고 한다.

  오년 후 화자는 씰비오의 결투상대였던 백작을 만나게 되고, 백작은 마지막 결투의 순간을 들려준다. 씰비오는 백작에게 총을 쏘지 못했다. ‘총알은 무겁거든. 암만 해도 이건 결투가 아니라 살인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나는 무기 없는 사람을 겨냥하는 데 익숙하질 않아서 말이야.’ 씰비오는 백작에 대한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그동안 누구와도 결투를 하지 않았다. 백작과의 유예된 결투를 재개하기 위해 자신은 스스로의 목숨을 위태롭게 여길 권리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백작 역시 아름다운 아내 때문에 죽음의 순간을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시간은 두 사람의 상황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의식과 태도도 변화시켰다.

 

외투 / 니꼴라이 고골 (1809 ~ 1852)

  도시의 소시민들이 겪는 가난과 애환, 좌절, 억압, 그리고 복수에 대한 이야기. 가난한 9급 관리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낡은 외투 때문에 추위에 떨다가 재봉사의 말을 듣고 새 외투를 맞추기로 한다. 몇 달을 절약하고 굶다시피 하여 새 외투를 갖게 되었는데, 그날 밤 강도를 만나 외투를 빼앗긴다. 빼앗긴 외투를 찾겠다고 경찰서장과 고위층 인사를 찾아가는데, 고위층 인사에게서 심한 비난과 호통을 듣는다. 혼이 나간 상태로 집에 돌아온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며칠을 앓다가 죽고 만다. 그가 죽은 이후 도시에는 외투를 빼앗아가는 유령이 나타난다. 그에게 호통을 쳤던 고위층 인사의 외투를 빼앗은 뒤부터 유령은 도시에 나타나지 않았고, 고위층 인사는 권위적 태도를 누그러뜨린다. 한편 도시 외곽에서는 여전히 외투를 빼앗는 유령이 나타나는데, 유령의 외모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외투를 빼앗았던 강도의 인상착의와 닮아있다.

  등장인물은 많지 않지만, 외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유령과 비슷한 몇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유령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존재이며, 복수심으로 누군가를 두렵게 하고, 공격하려는 존재이다. 먼저 애꾸눈 재봉사는 가게를 열 형편도 되지 않아 가난한 동네에서 이웃의 수선 일거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재봉사는 외투를 만들 솜씨를 가졌지만,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자기가 만든 외투를 입고 출근하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모습을 골목에 숨어 바라보는 재봉사에게서 직업인의 열정을 엿볼 수 없다. 그 열정과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없는 재봉사의 삶은 어둠 속의 존재인 유령과 같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외투를 빼앗은 강도의 삶도 마찬가지다. 밤에만 돌아다니면서 누군가의 외투를 빼앗아 생계를 유지하는 강도의 삶도 도시의 유령을 닮았다. 살아있을 때는 남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죽어서 복수를 위해 남을 공격할 때만 위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의 삶은 유령 그 자체다. 도시는 하층민에게 생존과 신분을 보장하지 않는다. 도시의 하층민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 있다가 공격성으로만 자신을 드러내는 유령이다.

 

무도회가 끝난 뒤 / 레프 똘스또이 (1828 ~ 1910)

  삶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사랑은 무도회에서 시작되지만, 삶은 무도회가 끝난 뒤 시작된다. 화자는 젊은 시절 자신을 변화시킨 사랑을 이야기하며, 아름다운 무도회의 밤을 묘사한다. 화자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소녀 바렌까는 무도회가 끝나갈 무렵 장교인 아버지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 광경을 본 화자는 바렌까에 대한 사랑과 함께 바렌까의 아버지에 대한 호감도 생겼다. 그는 바렌까의 아버지를 인자하고 청렴한 장교로 여겼고, 바렌까의 아버지도 그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날 새벽 기쁨과 사랑으로 마음이 고양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던 화자는 아침산책을 나갔다가 따따르인을 잔인하게 매질하는 병사들을 만난다. 매질을 주도하며 호통치던 장교는 바렌까의 아버지였고, 화자는 그 순간을 수치스럽게 기억한다.

 

슬픔 / 안똔 체호프 (1860 ~ 1904)

  슬픔이 괴로운 이유는 무엇보다 슬픔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마부 이오나는 늦은 밤까지 눈 쌓인 거리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죽은 아들 이야기를 꺼낸다. 아무도 마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마부를 조롱하거나 제 할 말을 하기 바쁘다. 마부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이오나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는 고독감을 잊고, 슬픔에 조금이라도 덜 빠져들 수 있다. 늦은 밤 이오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마구간에 가서 말에게 자신의 슬픔을 털어놓는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열중한 이오나는 말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슬픔에 관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건 어떤 것일까. 슬픈 자는 유창하게 말을 늘어놓지 못한다. 목이 메고, 꺽꺽 쉰 소리를 내고, 울음을 토한다. 그게 슬픔을 표현하는 가장 유려한 문장이다. 이 소설에서 이오나의 슬픔이 가장 잘 표현된 부분도 눈에 쌓여 움직이지 않은 채 굳어있는 이오나의 모습을 표현한 부분이다. 이오나가 슬픔에 잠길 때는 말도 함께 멈추어 선다. 이오나가 내뱉는 슬픔의 문장들을 말은 알아듣고 있다.

 

입맞춤 / 안똔 체호프 (1860 ~ 1904)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질 쳐서 사라진다. 피해자는 눈멀고, 귀도 먹고, 결국엔 바보가 되어버린다. 장교들이 훈련 중에 한 마을을 지나다가 귀족의 저택에 초대를 받는다. 귀족의 가족들은 가식적인 태도로 그들을 맞으며, 단지 예의 때문에 장교들을 초대한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다과회나 무도회를 즐기지 않는 이등대위 랴보비치는 저택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어두운 방 안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그를 다른 남자로 착각한 낯선 여인의 입맞춤을 받는다. 그 후 여인과의 미래를 그려보고, 사랑에 빠진 듯 낭만 속에서 허우적대던 장교는 몇 달 후 훈련 중에 그 마을을 또 찾게 되어 설렘을 느낀다. 다시 초대를 받지 못하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던 랴보비치는 몰래 저택을 바라보다가 착각으로 인한 입맞춤을 사랑으로 포장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각한다. 허탈하게 숙소로 돌아왔을 때 동료들은 장군의 초대를 받아 떠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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