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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고원] 12월 9일 후기 +1
선우 / 2016-12-13 / 조회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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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에서 들뢰즈 가타리는 책의 고전적 유형인 책-뿌리 형에 대해 “우리는 가장 고전적이고 가장 반성적인, 가장 늙고 더없이 피곤한 사유 앞에 서 있게 된다. 자연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나무로 인해 피곤하다. 우리는 나무도 뿌리도 곁뿌리도 더 이상 믿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들 때문에 너무나 고통 받아 왔다.”라고 수목형 책, 사유에 대한 그들의 느낌, 정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목 형 책과 사유는 나쁜 것이고 리좀 형 책과 사유는 좋은 것이다 라는 이분법적 대립은 피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그리고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수목적 사유에 대한 그들의 일차적 반응, 그 정서에 나도 모르게 심하게 동화되었습니다.

 

2장 첫 문장. “그 날 늑대인간은 매우 지친 상태로 소파에서 내려섰다.” 이 문장만으로도 이제 들뢰즈 가타리가 수목적 사유로 인해 지치고 피곤케 된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늑대들’이라고 말해도 “그건 염소야”, “한 마리 늑대, 그건 아버지야.”라며 늘 하나로 환원하는 단단한 뿌리적 사고.

 

지난 두 번의 시간을 통해 제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리좀이 ‘모상이 아니라 지도’라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길을 찾는 것이라는 것. 삶은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고원’의 의미도 아주 좋습니다. “고원은 언제나 중도에 있으며, 시작도 끝도 아니다. 스스로 진동하며, 그것의 어떠한 발전도 어떤 정점이나 외적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취하지 않는 강렬도들의 연속적인 영역이 그것이다.” 음... 제가 하나의 고원인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의미하기와 관계가 있다기 보다는 탐사하기와 지도그리기에 가까운 것처럼, 제게 있어 책 읽기는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내용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 알지 못했던 것들과 만나면서 지금 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길을 찾고 있는 것이지요. ‘의미화’ ‘목적’ ‘통일성’ ‘통합’ 이라는 말들에서 조금씩 벗어나니 제 삶이 좀 더 자유로워집니다.

 

어쩌다 후기를 이렇게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매불망 선우 후기 기다리는 오라클님 생각하며

열 일 제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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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호호호 내가 이래서 선우를 좋아하지요, ^^
선우는 작년 루니-니체 강좌에서부터 함께 했던  오랜 공부친구이자,
그때부터 이 공간을 지켜온, 어려울 때 함께 했던 동료지요.^^♡
함께하는 공부의 의미를 알고, 실험실에도 든든한 주인입니다..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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