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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4강 후기 :: <양생주>, <인간세> :: 칼을 들어 세상을 내리치다_0802 +10
연두 / 2017-08-07 / 조회 2,201 

본문

덥다. 연이은 폭염 속에서 그 날을 돌이켜 본다. 8월 2일이면 한국에선 여름 휴가를 떠나있기에 당연한 그런 날 밤, 기픈옹달샘(이읭? 기픈옹달.샘...이었군요.)과 네 번째로 장자를 만났다. 틈을 보는 눈을 가진 포정. 수천마리의 소를 해체하고도 갓 갈아낸 것 같은, 두께가 없는 그의 칼. 가장 인상적이었던 포정의 우화를 떠올리니 성룡의 취권이 연상된다. 술에 취해 똑바로 걸음도 걷지 못하는 듯하다가도 능히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의 허를 찌른다.

 

그 날 우리는 딱딱한 복숭아와 함께 공부했다. 기픈옹달샘은 동그란 복숭아 씨앗만을 남기고 익숙하게 칼을 휘둘러 복숭아 살점을 남김없이 발라내었다. 복숭아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칼질과 해체작업. 틈을 관통하는 포정의 칼솜씨를 떠올릴 때 딱딱한 복숭아가 항상 떠오를 것 같다. 당신은 갈치의 살을 바를 수 있는 자인가? 갈치의 살과 가시를 함께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가시와 살을 또 함께 뱉어내는 그런 우둔한 자인가?

 

4강은 장자 내편 <양생주>, <인간세>를 엄선된 우화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전체를 요약하지도 모두를 짚어 보지도 않는 강의 방식이 갈수록 좋아진다.

 

<양생주> 포정의 우화,

틈을 발견하는 좋은 눈. 그런 자는 자신을 지킬 줄 안다. 양생술. 그것은 무수한 반복 위의 도약을 통해서 가능하다. 누적이 아니라 도약이다. 그 곳에서 좋은 눈을 얻을 수 있다. 좋은 눈을 얻은 자는 자신을 상해로부터 구할 뿐 아니라 유유자적할 수 있다. 기픈옹달샘은 여기서 장자의 소극적 태도에 주목했다. 다치지 않는 삶. 위협을 최소화하여, 삶의 고유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러나 동시에 포정이 되려면 머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절실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절실하게 다치지 않을 것. 절실하게 칼날의 예리함을 살릴 것.

 

<인간세> 접여와 공자의 우화. 장석의 우화.

쓸모 없는 나무가 산을 지킨다. 그것은 '누구'의 쓸모인가. 그는 재목이 되지 못하여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가 되었다. 괴상함이 그를 지켰다. 그것이 바로 쓸모 없음의 쓸모! 쓸모 없는 자는 시대의 폭력을 비껴간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무용하라. 못난이로 자처하는 새로운 능력. 그러나 그것을 말할 때 한편 무기력을 느끼는 것은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연마해 온 그 시간 속에 내가 잡혀 있어서다.

 

두 가지 우화 모두 내게는 양생술로 읽힌다. 그는 '끝까지 잘 살아남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시대를 뚫어보고 그 틈 안에서 잘 살아남으라고.

 

 

** 항상 열정으로 강의해 주시는 기픈옹달샘, 감사해요! 전 걍 샘 강의만 믿고 가렵니다.

댓글목록

유택님의 댓글

유택

"머리에 붙은 불을 끄는 심정으로"
지금도 가장 가슴에 와닿는 수업중 샘의 말 한마디였어요.
아직도 그 표현에 온 몸이 저려요.
어떤 절실함.. 에누리 없이 직구로.. 삶 그 자체로..따따부따 없이!
무더운 이 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그 날을 나긋나긋 복기 시키는 연두표 스타일의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후기, 맛있게 잘 읽고 갑니다.
아 그리고 "열정의 강의"라는 말에 한 표 던지렵니다. ^^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머리에 붙은 불..."은 옛날 대혜종고의 <서장>에서 만난 표현입니다.
어느 새 책이 사라져 그 표현을 찾아볼 수가 없네요.
선사들의 이야기만으로 장자를 해석하는 건 지양하는 편이지만,
장자의 저 태도가 후대 깨달음을 찾는 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준 것은 맞습니다.
그 성성한 목소리의 계승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서늘해지곤 하지요.

유택님의 댓글

유택 댓글의 댓글

갑자기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부는건 잠시 뿐
또다시 열풍이 몰아치겠지요?
며칠전 전 고미숙의 '호모코뮤니타스'랑 '호모쿵푸스'를 재미나게 읽다가
기픈옹달님 이야기가 책속에서 잠시 나온거 같았어요. 파랑새 서당? 현식? ㅋㅋ
그냥 재미있어서 댓글 남깁니당~^^

연두님의 댓글

연두 댓글의 댓글

ㅋㅋㅋ 아기다리고기다리다니. 후기가 늦어 미안하네요.
가라앉은 상태에서 썼더니 후기가 가라앉았나 봐.
심지어 쓰다가 날라가서, 저 딴 후기 쓰는 데  2시간 반 걸렸다는 진실.

유택님의 댓글

유택 댓글의 댓글

왜 맨날 게시판에 직접 글을 쓸까 전에도 맑스 파레지아 그러다가 글 날리지 않았나..?
메모장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혹은 한글 프로그램 열어서
일단 거기다 쓰고 살짝 갖다 붙이기 하시라고~ 하시라고~~~
그래야 쇼즁한 연두표 글 안 날라가지~~ ^O^

삼월님의 댓글

삼월

우왕 전체를 요약하지도, 모두를 짚어보지도 않는 이 후기가 왜 이리 매력 넘치게 다가오는 거죠?
딱딱한 복숭아를 발라내듯 과육만 추려담았군요.
밑줄 긋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많습니다. 연두님 닮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이요.
틈을 발견하는 좋은 눈과 양생술. 쓸모 없는 나무가 산을 지킨다.
그리고 문장 틈새로 깊은 고민이 담긴 주름 하나.
고뇌하고 사유할 줄 안다는 증표처럼 반짝이는 그 주름에 경의를 표합니다.
월식을 기다리며 불을 밝힌 밤이 헛되지 않아 기쁩니다.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장자풍이 도는 답글이라니.. ㅎㅎ
틈과 주름 만큼 흥미로운 주제가 또 있을지 ...
문득 그러고보니 결(理)이라는 표현에 눈이 갑니다.
장자 이래로 천하사물에 담긴 결(天理)을 읽어내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지요.
그 이야기는.. 수요일에~ ^^

연두님의 댓글

연두 댓글의 댓글

밑줄 그을 좋은 문장은 모두 장자를 읽어낸 기픈옹달샘'에서' 나온 거죠.
나에게서 나온 게 아니랍니다. 난 그저 언어를 배우는 애들처럼 따라 읊었을 뿐.
여튼, 군더더기 없이 쓰는 거 은근 신경쓰임.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간결하면서 날렵한 후기 감사드려요
이번 수요일엔 '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네요
입추가 지났는데 이번 수요일에는 어떨지...
건강히 수요일에 뵈어요

연두님의 댓글

연두

무기력이 질척거려서 날렵하게 쓰고자 했습니다. 날렵하게 느껴주셨다니 반갑네요.
오늘 입추라 저녁 바람이 꽤 선선해요.
기후변화가 심해져도 절기가 아직은 잘 맞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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