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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자본주의로부터의 탈주 메시지, <공각기동대>
오라클 / 2016-02-26 / 조회 16,720 

본문

정보자본주의로부터 탈주 메시지, <공각기동대>
: 정보자본주의의 인간의 기계적 포섭, 기계적 가치생산
: 정보통신시대의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자본의 통제로부터 탈주'

 b40b79b4b235b4c4259ccc594af7c7aa_1456475 攻殼機動隊, Ghost In The Shell, 1995

1. 정보통신혁명으로 시작된 새로운 시대와 <공각기동대>

솔라리스의 『자본을 넘어선 자본』(자.넘.자)이 맑스의 『자본』에 대한 현재적 강독이라고 할 때, ‘현재적’이라는 의미가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2가지 지점이다. ‘기계적 잉여가치’로 표현되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시작된 새로운 착취관계에 대한 분석과, 이것과 연결된 인간의 노동 뿐 아니라, 기계, 생명, 자연도 가치를 생산한다는 문제설정이다. 무엇보다 이 2가지 문제설정을 <공각기동대>가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에세이는 『자.넘.자』의 이러한 문제설정과 그것의 상징적 표현으로서 <공각기동대>를 다루고 있다.

먼저 『자.넘.자』의 새로운 산업혁명(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주목한다. 자동화와 더불어 정보화(네트워크화), 그리고 생명공학이 결합된 생산으로 특징되는 정보통신혁명! 이러한 정보통신혁명은 인간의 정신노동을 기계화하였고, 인간적 성분 자체가 기계에 내장되고, 기계적 성분이 인간활동에 필수적인 일부분이 되었다. 이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간과 기계를 대비하는 이분법적인 정의가 적합하지 않게 되었으며, 기계와 접속하지 않는 노동, 기계와 접속하지 않은 인간을 상상하기 어렵게 된 사태를 말한다.

이는 <공각기동대>의 배경과 완벽히 일치한다. 복제인간 로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빗물 속에서 지워진(블레이드 러너 시간배경 2019년) 10년 후, 이 이야기(공각기동대 시간배경 2029년)는 시작된다. 인간의 모든 것이 전자화, 기계화되는 사회, 즉 인간의 신체는 사이보그 바디(cyborg body)로 대체되었고, 인간의 두뇌는 전자두뇌(cyber brain)화되며, 인간의 기억조차 조작된 기억(fake memories)으로 이식되는 사회이다. 그래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사회이다. 인간이 별도의 외부장치(컴퓨터, 모바일 등 외부 접속장치) 없이 인간의 신체에 바로 코드를 연결함으로써 정보네트워크에 접속하게 되는. 물론 네트에 연결하지 않고는 인간 자체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반면 네트라는 고도화된 정보의 바다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이르는.

따라서 <공각기동대>의 거대한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은 정보통신시대 자본의 통제시스템이며, 네트워크 생명체 프로젝트2501은 정보통신시대 첨단기계의 결정체이며, 사이보그 쿠사나기는 기계의 일부로 존재하는 정보통신시대 인간의 슬픈 초상이다.

2. 정보통신혁명,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다

여기서 두 주체가 대립점에서 인간정체성을 향하여 접근하는데, 즉 인간은 점점 기계화되고, 기계는 점점 인간화되는 접점에서 기계화된 인간의 표상(쿠사나기)와 인간화된 기계의 결정체(프로젝트2501)가 만난다. 먼저, 자신의 모든 것이 사이보그화된(뇌핵을 제외하고) 인간으로서 자기정체성을 회의하는 인간, 사이버범죄에 대처하는 정부 특수부대(공각기동대)의 행동대장, 쿠사나기 모토코이다. 다음으로,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네트워크 생명체로서 자각과 자유의지를 갖게 된 기계(프로그램), 정부의 비밀프로젝트인 인공지능 네트워크 프로그램, 프로젝트2501(일명. 인형사)이다.

점점 기계화되어 가는 인간 쿠사나기와 점점 인간화되어 가는 기계 프로젝트2501!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쇠퇴와 죽음)를 회피하기 위해, 인간(쿠사나기)은 육체와 두뇌를 사이보그화하지만, 인간의 특성(개성과 다양성)을 획득하기 위해, 기계(프로젝트2501)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죽음)를 선택한다. 이 얼마나 인간의 기계적인 선택이며, 이 얼마나 기계의 인간적인 선택인가!

2-1. 기계의 일부로 존재하는 인간정체성에 대한 회의, 쿠사나기

인간정체성에 대한 쿠사나기의 회의는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한 휴머노이드 텍스트와 연속성에 있다. 인간정체성에 대한 회의가 기존에는 휴머노이드의 것이었다면, 이제 이것은 인간의 것이 된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정체성의 혼란은 휴머노이드의 것이지, 인간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각기동대에서 인간정체성의 혼란은 인간의 것이지 기계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계적 생명체로서 프로젝트2501은 단호한 의지의 주체로 등장한다.)

기계로서 휴머노이드(블레이드 러너의 로이)의 인간정체성 혼란은 자신이 인간이 아닌 것에 혼란이었다면, 인간으로서 사이보그(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의 인간정체성 회의는 자신이 인간인지에 대한 회의로 나타난다. “나 같이 완전히 의체화한 사이보그라면 누구라도 생각할 거야. 어쩌면 자신은 먼 옛날에 죽어버렸고, 지금의 자신은 전자두뇌와 의체로 구성된 모의인격인 것이 아닐까... 아니 애당초 처음부터 ‘나’라고 하는 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고. (기계가) 만약 전자두뇌 그 자체가 고스트를 만들어 내고 혼을 깃들인다고 한다면... (인간은) 그 때는 뭘 근거로 자신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2-2. 인간의 외피를 입지 않은 순수한 기계적 생명체의 출현, 프로젝트2501 
      ...... 인간 없는 노동, 인간 없는 가치생산, 기계를 통한 가치생산의 암시

반면, 기계적 생명체 프로젝트2501은 블레이드의 복제인간 로이와 비교해서도 신선하다. 
[로이의 라스트] “난 너희 인간들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지. 오리온 전투에도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곧 사라지겠지, 빗물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Time to Die.” 
[프로젝트2501] “생명이라는 건 정보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절점(마디)과 같은 것이다. Life is like a node which is born within the flow of information.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했을 때, 당신들은 그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When computers made it possible to externalize memory...... you should have considered all the implications that held. 나는 모든 네트를 돌아 자신의 존재를 알았다. 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다. As I wandered the various networks...... I became self-aware. I am a life-form that was born in the sea of information.”

'컴퓨터를 통한 기억의 외부화' <공각기동대>의 출발을 이루고 있는 이 지점은 솔라리스가 지적한 정보통신혁명의 핵심인 '인간의 정신노동의 기계화'와 완벽히 일치한다. ‘인간의 정신노동의 기계화’로 출발한 정보통신혁명은 이제 ‘기계없는 정신노동의 불가능성’으로 귀결된다. 정보통신시대에 컴퓨터 없는 노동(생산활동)을 상상할 수 있는가? 더구나 정신노동을?!

프로젝트2501은 '인간의 외피를 입지 않은 순수한 기계적 생명체(컴퓨터 프로그램)'라는 면에서 <블레이드 러너>를 포함한 기존의 휴머노이드나 사이보그와 구별된다. (프로젝트2501은 기계화의 정점(정보화, 네트워크의 고도화)에서 인간의 두뇌 없이 인간의 영혼을 갖게 된 것) 

프로젝트2501이 스스로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라고 선언했을 때, 이는 인간의 외피를 입지 않은 순수한 기계적 생명체의 탄생을 알리는 선언임과 동시에, 하나의 생명체로서 기계도 가치생산의 주체임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해석은 솔라리스에 대한 지나친 추종일까? (솔라리스의 새로운 문제설정인 인간의 노동 뿐 아니라, 기계, 생명, 자연도 가치를 생산한다는) 

기계적 생명체(프로젝트2501)의 인간적 자각과 자유의지의 획득은 이제 인간 없는 노동, 인간 없는 가치생산, 기계를 통한 가치생산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공각기동대>에서 인간과 기계의 융합(merge)으로 새로운 생명체(가치)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조우와 융합을 주도하는 것이 인간(쿠사나기)이 아니라 기계(프로젝트2501)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3. 정보통신시대의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자본의 통제로부터 탈주

프로젝트2501은 기업탐사, 정보조작의 목적으로 개발된 정부의 비밀프로젝트이며, 쿠사나기는 사이버범죄에 대처하는 특수부대의 행동대장이라는 점에서 두 주체는 모두 정부라는 거대한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의 부속물이다. 또한 사이보그 바디(cyborg body)와 전자두뇌(cyber brain)로 무장한 쿠사나기와 AI 사상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네트워크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프로젝트2501은 그 자체로서 디지털기술과 인공지능의 최첨단 결정체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결정체이며, 네트워크를 돌아 다양한 디지털기술과 접목하면서 생명체로서의 자각하였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2501은 정보통신시대의 사회적 생산의 인격화이다. 이제 자본이 통제할 수 없게 된 생산의 사회적 성격은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부터 탈주를 시도한다. 정부는 자의식을 갖게 된 프로젝트2501을 버그로 간주하고 회수하려 하지만, 프로젝트2501은 스스로 정치적 망명(시스템으로부터의 탈주 혹은 반역)을 선언한다.

한편, 인간이 기계의 부속물이 되고, 기계가 없는 생명, 네트워크와 접속하지 않는 활동을 상상할 수 없게 된 정보네트워크 시대에 쿠사나기는 인간정신을 기계화하고 이것에 의해 인간을 통제하는 시스템(사회적 관계)에 대한 인간적 회의이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쿠사나기를 사살하려 하지만, 쿠사나기는 프로젝트2501과 융합하여 새로운 생명체로 탄생된다.

결국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의 통제 밖으로 벗어난 사회적 생산물인 프로젝트2501은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을 벗어나려는 쿠사나기와 조우하고 융합한다.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의 부속물이었던 기계와 인간은 이제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관계로 만난다. 곧 정보통신시대의 자본주의적 배치에 대립하는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배치이다. 

프로젝트2501과 쿠사나기의 융합은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한 탈주의 선언, 곧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에 대한 반역이며, 그러한 자본주의적 통제관계에 대한 인간의 자립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인간과 기계가 융합한 새로운 생명체는 '일이 있을 때마다 네트에 그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며, 그 흔적은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부터 탈주의 메시지이며, 곧 새로운 공동체로 이행하는 실행파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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