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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공통감각 :: 우리 동네 +4
우리실험실 / 2016-08-30 / 조회 1,747 

본문

우리 동네 :: 이 소 연 (인천시민, 문학 프롤레타리아)

 

§ 우리 동네에 살인마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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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한 영화 <우리 동네>는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 명의 등장인물은 한 동네에서 살면서 얼굴을 본 적이 있거나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영화 마지막에는 세 인물이 모두 살인자였음이 드러납니다. 우리 동네에는 살인자가 산다. 내 이웃 중에도 살인자나 범죄자가 있다. 영화는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괴이한 방식으로 말해줍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그 이야기가 현실에도 존재하는 이야기임을 알게 됩니다.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저는 지역공동체를 떠올렸고, 처음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제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인 해방촌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고요. 두 지역은 제 삶에서 모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어떤 한 지역만이 제가 속해있는 지역공동체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거주지역은 거주지역대로 중요한 곳이고, 활동지역은 활동지역대로 중요한 곳입니다.

 

그러다가 동네라는 말을 단순히 주거를 해결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일상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 두 공간이 제 개인적 체험 안에서 ‘우리 동네’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마치 사진이나 그림을 찢어서 붙이는 것처럼 두 지역이 꼴라주 방식으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단순히 개인적 체험으로만 연결된 두 지역을 ‘동네’라는 말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게 억지스럽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저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이미 주거와 활동을 함께 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하고 부동산 비용이 높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서울은 이미 수도권의 여러 도시들과 공생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습니다. 저처럼 낮에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수도권의 다른 도시로 돌아가 거주하는 형태의 삶도 수없이 많겠지요. 수도권의 한 도시와 서울의 한 지역을 개인적 체험의 형태로 엮는 일도 단순히 소수의 체험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역공동체를 이야기하기에 몹시 애매한 처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다른 형태의 공동체가 아닌 지역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지역공동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처럼 원거리통학이나 출근, 기타활동의 형태로 생활을 해 보신 분들도 느낄 텐데, 스스로 어떤 지역에도 속해있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거주지역의 정서나 소식에 민감하지 못하고, 활동지역에서도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낄 때, 나의 일상은 더욱 닫혀있고 분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겁니다. 원거리를 오가는 육체의 피로가 겹쳐질 때 그 소외와 외로움은 더욱 증폭되겠지요.

 

원거리 생활권은 살아가는 방식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지게 합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지역을 오가면서 생활할 때는 대면접촉이 아닌 가상네트워크의 정보가 중요해집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으로 두 지역의 교통정보나 날씨정보 등을 검색하는 일이 일상이 되는 거지요. 생활권이 넓어질수록 이동시간은 길어지고 한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공간과의 밀착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대신에 여러 공간과의 느슨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 관계의 형성을 도와주고 부족한 오프라인 정보들을 대체하는 정보들을 온라인매체인 인터넷이나 다른 대중매체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정보를 얻는 곳은 주로 인터넷신문기사의 경제면과 사회면입니다. 지역의 명칭이 신문기사에 오르내릴 때는 보통 강력범죄가 일어났거나 부동산과 관련한 소식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문제를 다소 심각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단점 역시 원거리생활권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문제일 겁니다. 앞서 말했듯 저 개인의 체험 안에서 꼴라주 방식을 통해 ‘우리 동네’로 묶을 수 있는 지역은 인천시 연수구와 서울 용산구의 해방촌입니다. 요 근래 이 지역들은 부동산이나 범죄와 관련된 문제들로 신문기사에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두 지역에 관한 신문기사 내용을 토대로 지역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 동네1 - 인천시 연수구의 경우

 

인천 연수구는 현재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거주만 할 뿐 이웃들과 교류가 없고, 활동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최근 연수동은 신문 사회면에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비교적 자세히 언급해놓은 기사가 있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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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나”… 인천 토막살인 발생 지역 살펴보니

[2016-05-11. 쿠키뉴스] 이소연기자

 

“어디 나가서 이 마을 산다고 하는 게 창피할 정도다” 1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한 빌라에서 진행된 토막시신 사건의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 김모(57·여)씨는 혀를 차며 말했다. 지난 10일 연수구에서는 주민 4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조씨는 자신의 부모를 지속적으로 모욕했다는 이유로 동거인 최모씨를 살해한 뒤, 10일 동안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나눠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이 지역 일대에는 크고 작은 범죄들이 빈번히 발생했다. 지난 12월 아동학대 전수조사의 시발점이 됐던 11살 맨발탈출 소녀 사건 역시 이 지역에서 일어났다. 당시 학대를 받던 소녀는 16kg의 깡마른 몸으로 빌라 2층 배관을 타고 집을 탈출해 근처 슈퍼에서 구조됐다. 이번 토막살인이 발생한 빌라와도 멀지 않은 곳이다. 지난 2011년 9월에는 이 지역 원룸에서 남녀 4명의 동반자살 사건이 일어났고, 같은 해 11월에는 PC방에서 게임머니를 충전해주지 않았다며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PC방 종업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수구청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김병중 실무관은 “범죄나 치안 등에 다른 지역보다 취약한 부분이 있고, 강력 범죄도 종종 발생하기에 야간 순찰반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연수동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정모(50)씨는 “이 근방은 강력사건이나 자살, 불화로 인한 폭력사건 등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김혜주(48·여)씨 역시 “자녀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밤에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전문가는 이 지역의 치안이 취약한 이유로 높은 인구이동률과 주민 간의 소통부족을 꼽았다. 형사정책연구원의 황지태 연구원은 “인구이동률이 높은 곳에서 범죄율이 높은 경향성이 있다”며 “무보증 월세 비율이 높은 것 역시 인구의 이동을 쉽게 해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광역시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연수동이 속한 연수구 지역의 무보증 월세가구는 5,121가구로 8개의 구와 2개의 군이 속한 인천지역 무보증 월세가구의 27%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5년간 연수구의 인구이동률 역시 평균 18%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30%를 웃돌았다. 2014년 전국 인구이동률이 15%였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인구를 생각했을 때 이동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 연구원은 “주변환경, 접근성 등이 동일한 조건에서는 주민소통이 부족한 곳이 좀더 범죄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모(49)씨는 “몇 달 전에도 자살사건이 있었는데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다. 썩어갈 때까지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이 지역에서 그런 일은 꽤 흔하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의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는 “휴식, 대화공간이 없는 다가구 빌라 지역의 경우 주민 간의 소통이 부족해 우범지역화 되기 쉽다”며 “주민들이 떠들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이러한 범죄 취약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기관이 지역에 토착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동체를 이끌어 갈 일종의 ‘빅맨(Big man)’의 존재가 소통을 가능케 하고 갈등과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동네2 - 서울 용산구 해방촌

 

해방촌은 저의 주요 활동지역입니다. 서울에서 최근 떠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중심지역으로, 재개발 바람과 함께 기획부동산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용산 미군지지와 이태원 사이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오래 거주한 노년층과 외국인, 그리고 최근에 유입된 젊은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오묘한 조화 속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의 활동과 관계들은 거의 모두 해방촌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저는 해방촌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해방촌 주민도 아닙니다. 제가 궁금해 하는 과거의 해방촌과 요즘 해방촌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기사가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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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 달동네 ‘해방촌’ 뜬다

양공주 눈물에 가난의 땅… 현금 든 부자들 북적

평당 3천만원 건물 8천만원 호가… 부자 사모님 몰리는 재벌촌 이웃 극빈촌

[2016-07-04. 스카이데일리] 유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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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은 한국전쟁 이후 남산의 남쪽 중턱에 생겨난 마을의 이름이다. 해방 이후 실향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생겨난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지어졌다. 해방촌은 한국전쟁 이후 하층민 가족의 참혹한 현실을 그려낸 소설 ‘오발탄’의 배경이기도 하다. 소설은 전쟁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방되지 못한 어두운 이면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특히 현실과 너무나도 흡사한 부분이 많아 현실주의·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품으로 꼽힌다. 해방촌은 대한민국 아픈 역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는 지역인 셈이다. 덕분에 해방촌은 과거부터 줄곧 ‘빈민가’, ‘낙후지역’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왔다. 무일푼으로 모여든 실향민들의 마을이기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해방촌이 변화하고 있다. 해방촌 일대가 신흥상권으로 부상하면서 부동산 시세가 들썩이고 있다. 또 근처에 각종 부동산 호재가 뒤따르면서 해방촌 일대가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지원 덕분에 낙후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해방촌에서 50년 넘게 거주한 한 주민은 “60년 전 줄긋고 ‘니땅 내땅’ 하며 자기 집 터를 나누던 시절,  비올 때 우산을 쓰고 갈 수도 없을 정도로 비좁던 길 뿐이었는데 지금은 ‘상전벽해’를 실감하고 있다”며 최근 해방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오랜 기간 대한민국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낙후지역으로 인식되다가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해방촌 일대의 상황을 취재·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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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밑 언덕에 자리한 해방촌은 최근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낙후된 지역에서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와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강남 등에서 온 부자들의 투자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해방촌 일대 전경 

 

서울 남산타워의 남쪽, 남산 밑 언덕에 형성된 마을 해방촌은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용산구 용산로1가와 용산로2가에 속해 있다.

 

해방촌은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아픈 과거를 간직한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다. 지역이 가진 특성 때문에 주민들 중 상당수가 아픈 기억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이 많다. 특히 빈털터리로 신세로 처음 터전을 잡은 이들이 많은 탓에 가난한 마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인근의 한남동(이태원) 부유층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내비쳐왔다. 

 

그런데 최근 이런 해방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태원→경리단길’로 이어진 상권이 해방촌까지 확대대면서 일대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향후 투자가치도 높게 평가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위 ‘강남 복부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현금 다발을 들고 찾는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강남·한남·평창 등 부촌 거주자 부동산 매입 활발…新이태원 상권 투자처 부상

과거 젊은이들의 해방구로 불렸던 이태원서부터 최근 핫플레이스로 각광받는 경리단길까지 일대 상권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해방촌으로 그 열기가 넘어오는 분위기가 확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해방촌 곳곳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기자가 직접 이 지역 일대를 둘러보는 와중에도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번에 누가 건물을 얼마주고 팔았다더라’, ‘누가 가게를 차렸다가 팔았고 누가 새로 얼마주고 샀다더라’ 등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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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따르면 해방촌의 향후 투자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유명 연예인은 물론 일명 ‘강남 복부인’으로 불리는 투자자들이 현금을 들고 부동산 계약을 하기위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로 일대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강남일대 등 부촌지역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소유주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에 해방촌 상권의 메인도로인 신흥로 주변에 위치한 토지·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전수로 살펴봤다. 놀랍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매매가 이뤄진 부동산의 소유주들은 강남지역이나 한남동·평창동 등 부자촌에 주소지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거래가 이뤄진 부동산 소유주들의 주소지는 서울 내 부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청담동, 서울 서초구 서초동·반포동, 서울 용산구 한남동·동부이촌동, 서울 종로구 평창동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들이 구매한 건물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임대가 진행 중이거나 공사가 한창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건물은 저마나 나름의 특색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자유롭고 개성 있는 해방촌 상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신흥로 인근에서 만난 주민 이연옥(62)씨는 최근 몰려드는 강남 투자자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도 투자를 목적으로 하나 둘 찾아오긴 했지만 최근에는 횟수가 무척 잦아졌다”며 “서민인 내 입장에서도 봐도 이곳에 부동산을 사서 시세 차익을 누리거나 임대료를 받으면 돈 좀 벌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방촌 일대 거래된 부동산 대부분은 상가건물이다. 간혹 상가 건물을 구입하지 못한 이들은 일반주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반 주택은 주거시설이지만 상가로 리모델링한다면 월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곳 부동산이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신흥로를 따라 남산 쪽으로 걷다보면 일반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 혹은 음식점 등의 가게가 다수 눈에 띄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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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지역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소유주들이 매입한 신흥로 일대 건물 대부분은 리모델링이 진행되거나 내부가 비어져 있는 상태로 임대광고를 하고 있었다. B연립의 경우는 여러 명의 소유주들 중 3명이 강남에 거주지를 두고 있었다. 

 

용산동 2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희진(가명)씨로부터 최근 해방촌 일대 부동산 투자 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김 씨는 “강남아줌마들이 차 트렁크에다 몇 천만 원씩 현금을 싣고 다니면서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주고 계약을 맺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들이 평당 가격을 더 얹어서라도 매입에 열을 올리다 보니 저절로 (부동산)시세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홍철, 정엽 등 연예인 건물주도 속속 등장…공기업·중기·증권사 매입 소문 ‘솔솔’

해방촌이 부동산 투자처로 인기를 끌면서 기관투자자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일대 부동산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부동산을 매입한 이들도 더러 존재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방송인 노홍철, 가수 정엽이 해방촌 일대 부동산을 매입했다. 노 씨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지난 1월 6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해당 건물은 내달 중 책방으로 오픈 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 정엽 역시 지난해 4월 해방촌 끝자락인 후암동 인근에 3층짜리 건물을 8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그 곳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강남 투자자들, 연예인의 부동산 투자가 줄을 잇는 가운데 이 곳 주민들로부터 증권사나 중소기업에서도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소식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현재 중소기업 몇몇이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로 매입한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 해방촌 주민 이지형(가명) 씨는 “해방촌 오거리 근처에 중소기업들이 최근에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 매입 수요는 많은 데 소유주들이 팔지 않아 매물이 별로 없어 가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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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신촌, 홍대 등지에서 활동하다가 해방촌에 공방을 내기 위해 찾아오는 예술인들과 펍, 음식점, 카페 등을 창업하기 위해 찾아오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늘었다고 한다. 도시재생사업 지역에 선정된 해방촌은 정부의 지원으로 거리환경 개선 및 시장 활성화 등의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방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인근의 대용부동산 관계자는 “여기서 계속 살아온 주민들의 경우 아무리 비싼 값을 불러도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신흥로 길가에 위치한 오래된 상가건물) 그 건물도 원래 평당 3,000만원이었는데 주인 할머니가 몇 년 째 안판다고 버티니 최근 8,000(만원)까지 부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 지역에 정이 들어서 안파는 소유주들도 있지만 최근 상권이 활성화될 조짐이 보이며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팔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도시재생 지원대상에 재개발 기대감 … 예술인·문화 마을 덧입혀 지는 색깔 

서울시에 따르면 여전히 무허가 판자촌과 낙후지역이 다수 존재하는 해방촌은 향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할 예정이다. 이곳이 도시재생 지원 대상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4∼5년에 걸쳐 최대 100억원 이상 규모의 금액을 해방촌 개발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해방촌성당 인근 D슈퍼 테이블에 앉아 있던 주민들 또한 서울시의 개발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또 최근 해방촌 일대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주민들은 해방촌에 둥지를 트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주민 박희석(가명)씨는 “(젊은이들은)공방을 많이 차리는 것 같다”며 “신촌, 홍대에 있던 예술인들이 최근 들어 해방촌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해방촌 길거리를 걷다보니 드문드문 아담하게 차려진 공방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가죽공방을 비롯한 다양한 콘셉트의 공방은 이색 데이트 코스로도 자리 잡아 젊은 커플들이 많이 찾고 있다.

 

§ 공동체의 부재와 파괴

 

신문기사에서 살펴보았듯이 두 지역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먼저 연수동은 원래 인천의 새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곳이고, 달동네 같은 오래된 빈민촌은 아니지만 현재는 상당히 슬럼화된 곳입니다. 2010년을 전후로 인천 남동공단의 지대가 크게 오르면서 많은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세금 혜택을 내세우며 이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남동공단에는 빈 공장들 사이사이 몇 개의 공장들만이 남았고, 공장들이 이전하자 일자리도 줄었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니 지역의 주택가에는 빈 방이 남아돌게 되었습니다. 

 

현재 연수동의 주택가에는 남동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저렴한 방을 구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서울이나 부천의 비싼 집값을 견디지 못해 이주해온 가난한 가족들이 주로 원룸이나 다세대빌라, 소형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없이 원룸 월세를 구할 수 있는 방들도 제법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형성한 이 새로운 빈민촌에는 가난한 동네에서 볼 수 있다고 흔히 이야기하는 정마저도 없습니다. 이들에게 동네는 떠밀려온 곳, 벗어나고 싶은 곳이며, 삶과 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그 혐오와 절망이 얼마나 깊은지는 아무도 측정하지 못합니다. 극단적 혐오와 절망 속에서 그들은 자살을 하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학대하고, 타인을 죽여서 토막 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인천 연수구 지역의 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소통과 토착공동체의 형성을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토착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서울의 해방촌 지역은 어떻습니까? 이 지역의 원주민들은 해방 직후부터 지금까지 50년 이상 해방촌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동네를 떠나게 되는 이유는 다른 것도 아닌 부동산 투기 때문입니다. 세 들어 있던 젊은 예술가들도 곧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떠나고 말겠지요. 그 자리는 새로운 상인들과 거주자들로 채워질 것이고, 기존의 상인들과 거주자들은 서울의 더 바깥쪽, 아니면 아예 서울 바깥으로 밀려나고 말 것입니다. 

 

수도권의 인구는 이런 방식으로 새로 채워지고 순환해 왔습니다. 서울의 부동산 비용은 끊임없이 오르며 도시의 빈민들을 밖으로 밀어냈고, 도시의 빈민들은 밀려난 삶을 저주하며 수도권을 부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 앞에서 몇 십 년을 지켜온 공동체가 와해되는 일은 순식간이며, 억지로 떠밀려왔을 뿐 기꺼이 살고 싶지 않은 지역에서 쉽게 따뜻한 공동체가 형성될 리도 없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이처럼 주거공간을 파괴할 뿐 아니라 공동체와 삶 자체도 파괴합니다. 

 

§ 어디에나 우리 동네가 있다

 

앞에서 영화 <우리 동네>를 소개하며 말했듯이 세 등장인물은 공교롭게도 모두 살인자들입니다. 이들이 맺는 관계는 그 살인들을 바탕으로, 그 위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통념으로 가지고 있는 이웃이나 동네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가진 통념 속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도 다릅니다. 실제로 우리의 이웃에는 성범죄자나 살인자들이 살고 있으며, 소음이나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이웃 간의 분쟁이나 폭력도 흔하게 존재합니다. 여기에서 휴식과 치유를 보장해주는 낭만적인 공동체의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인접한 공간 내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는 이들의 정서적 동질성, 혹은 유대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사람에게 지역공동체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삶을 지지해주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지역이 좋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동의 목적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서로를 끌어당겨 소속시키는 방식의 공동체는 더 이상 지역에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환상이 지역공동체의 형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은 그곳에 살고 있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 될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범죄와 관련된 문제들은 낭만적 기대감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범죄자들 속에 둘러싸여 공포감 속에 살아가는 일, 부동산임대료의 문제로 언제든 사는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끌어안고 인정하면서 지역공동체를 마주하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물론 좁은 집 안에 틀어박혀 이웃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범죄자를 두려워하고, 임대료 문제로 곧 떠나야 하거나 아니면 떠나고 싶은 동네에 관심과 애정을 쏟고 싶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역공동체를 가꾸는 일은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떠밀려온 곳에서도 그렇고, 언제든 떠밀려나가야 하는 곳에서도 그렇습니다. 나의 삶과 지역의 관계를 떠올리고, 내가 살기 위해 지역에 애정을 쏟고, 그 노력을 함께 하기 위한 공동체를 상상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에 대한 의욕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단 지역의 한계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서든 우리는 살아갈 테고, 어디에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 테니까요. 

 

댓글목록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

동네 이야기 마을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야기 방식의 글이 참 좋습니다. ^^ 잘 읽고 훈훈하고 감사합니다 ^^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

[기획자 님깨]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여기 질문 해도 될런지요?
'공통'과 '공동'이라는 표현의 차이 속에 담긴 의미나 어떤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가요?

공동의 감각 VS. 공통의 감각
공동체 VS. 공통체
양자는 혼용하는지도 궁금하구요 ~~~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댓글의 댓글

공통감각(Common sense)이나 공동감각(sensus communis, common sense),
혹은 공동체(commune)나 공통체(Commonwealth)는 모두 공동체와 연관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두 개념의 혼용성과 차이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 공통감각과 공동체가 더 자주 쓰이고,
공동감각(가다머)과 공통체(네그리, 하트)는 이보다 드물게 쓰입니다.
이번 기획 [공동체와 공통감각]에서는 두 개념의 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일반적 용법에 따랐습니다.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 댓글의 댓글

아아 ~~ 감사합니다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
배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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