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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월강좌] 후기_이제 비로소 시작되는 앎 :: 3/19 스피노자특강 후기 +2
삼월 / 2016-03-23 / 조회 1,70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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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9일 우리실험자들에서 손기태 선생님의 스피노자 특강이 있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파레지아 강좌를 듣게 될 수강생들부터 세미나와 강좌회원들, 그리고 처음 우리 공간을 방문해 주신 분들까지 서른 명이 넘는 분들이 모이는 바람에 모처럼 강의실 공간이 꽉 찼습니다. 강의를 해 주신 손기태 선생님은 수유너머N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라는 책을 쓰셨습니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와 서구근대철학의 인간중심주의와 목적론적 사고를 비판했습니다. 사물에 고유한 목적이 존재한다고 보는 목적론적 사고는 사물들의 질서를 거꾸로 인식하게 합니다. 이런 오류에 의해 결과가 원인이 되고, 미신과 광기가 이성이 됩니다. 스피노자는 이 목적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의 질서대로 인식하는 길을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사물들이 산출된 순서에 따라 인식하는 것, 이것이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하는 이유입니다.

 

  스피노자의 신은 창조주로서의 초월적 신이 아니라 내재적 신입니다. 그 신은 자신의 본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무한히 다양한 양태를 산출해냅니다. 스피노자에게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신의 변용(affections) 혹은 양태(mode)로 규정됩니다. 양태들은 외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며, 이데아와 같은 영원불멸한 본질을 갖지 않습니다. 각각의 양태들은 결합에 의해 하나의 개체를 이루며, 개체는 그 자체로 공동체가 됩니다. 또 개체는 다른 개체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실험하고, 능력의 확대와 축소를 경험합니다. 다른 개체와 구성하는 관계의 특성에 따라 개체의 삶도 달라집니다. 《에티카》는 이 관계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인 분석이자 모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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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노자는 창조주로서의 초월적 신의 개념을 거부하면서, 신의 완전함이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부나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피노자는 공부는 0에서 시작하는 것이며, 앎의 도구를 생산해내는 것도 앎의 과정이지 앎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0에서 시작하기에는 선입견, 환상, 미신들과 같은 잘못된 도구들을 의외로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앎을 통해 우리의 도구를 생산해나가지 못한 탓이겠지요. 스피노자의 당부처럼 지금 당장 시작하기에는 그것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깔고 앉은 낡은 방석을 걷어차고 일어서기부터 해야겠습니다.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강의 잘 들었습니다. 강의 시작하면서 약간의 어색함과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선생님의 뺨이, 강의 중반에 들어서서는 열정과 열의로 승화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감사드리고, 삼월 님의 정갈한 후기도 감사합니다. 낡은 방석을 걷어차고 일어서기! 그것부터가 맞지요. 내 아래에 있는 건 낡았을 뿐 아니라 부끄러운 방석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걷어차기는 이미 조금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화이팅입니다!^^

선우님의 댓글

선우

목적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의 질서대로 인식하기.
다른 개체와 구성하는 관계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개체의 삶.
삼월님, 잘 읽었습니다. 정말, 시작이네요!
아, 이 날 삼월님 예쁘게 하고 오셨던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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