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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월강좌] 후기- ‘행복한 노동’은 어떻게 가능할까
삼월 / 2016-11-16 / 조회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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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2일에 실험실에서 류재숙 님의 열린강좌가 있었습니다. 류재숙 님은 세 권의 책을 쓴 작가이고, 현재 오라클이라는 이름으로 실험실에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험실 매니저가 아닌 강사로 만난 류재숙 님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강의 전에 긴장을 많이 하셨는데, 준비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강의 내용이나 진행 모두 좋았습니다. 요즘 여러 곳에서 강의 청탁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도 많은 활약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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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러 왔는데, 신기한 점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이 골고루 있었다는 점입니다. 세미나를 함께 하시는 훔볼트펭귄 님의 아들이 특히 자기 의견을 또박또박 잘 이야기하여 강의를 풍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강사님 이야기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노동과 현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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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내용에서 몇 가지 인상 깊은 점 중 하나는 노동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접근한 점입니다.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문제로 보지 않는 대신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재 산업구조 상 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 어디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해결은 노동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데서 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상품을 생산하고 임금을 받아 다시 상품을 소비하는 중요한 주체입니다. 그런데 기계생산사회에서 노동자는 생산이나 소비 모두에서 배제됩니다. 이미 실업자나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소비의 능력을 상실한 소비자를, 자본은 다시 소비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기본소득을 제안합니다.

 

 기본소득 이야기는 거론될 때마다 늘 뜨겁습니다. 노동의 신성함 혹은 노동의 즐거움은 산업사회 초기에 사람들을 작업장으로 끌어들여 임금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자본이 꾸며낸 이데올로기입니다. 이 이데올로기는 우리 삶을 깊숙이 지배하며, 기본소득 논의를 거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노동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한 노동, 혹은 수입이나 지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노동입니다. 그런 노동은 행복할까요? 오히려 진정 행복한 노동이란 임금이나 생계의 문제에서 벗어날 때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기본소득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복지나 정치의 문제도 아닙니다. 오히려 자본 스스로가 찾아낸 자본주의 내부의 한 방향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요. 자본에 저항하는 일이 아니므로, 기본소득은 어떤 정책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오히려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 소비의 주체로만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는 그런 삶과 노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철학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아마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 사라진다면, 먹고 살기 위한 지식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계발 위주의 지식, 전문성만을 위한 지식들은 설 자리를 잃겠지요. 철학을 외면하면서 외롭고 불안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그때는 철학의 문제를 돌아보게 될까요? 행복한 노동과 행복한 삶을 고민하기 위해 철학이 필요함을 깨닫게 될까요? 저는 강사님이 뽑아준 니체의 문장들을 읽으며, 원치 않는 노동으로 지쳤던 마음에 작은 위로를 느꼈습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노동에서 벗어난 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 필요도 느꼈습니다. 어떤 자격증이나 경력보다 그 용기가 필요해지는 사회가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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