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in소리] 월경컵에 대하여 1_ 사용 후기 +9
소리
/ 2018-08-31
/ 조회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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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 글을 쓰기 위해 준비했었는데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됩니다.
옛 글은 너무 옛날 글이 되어서 다시 쓰려 합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편하게 쓰는 사용 후기같은 글이니 편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문의 사항은 댓글로 문의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저는 생리컵 3년 차 사용자입니다.
말을 통해 생리컵이 가져다 준 혁신적인 삶의 변화를 전파하곤 했지만,
때로는 말로는 부족한 정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씁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삶의 편리성과 다양성까지도 제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선택의 여지가 좀 더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도 합니다.
정혈 기간 중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주로 패드, 탐폰 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선택지에 월경컵과 월경 팬티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월경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간단히 월경 팬티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저는 주로 면 패드를 주로 사용했었습니다. 제가 만든 것과 한나패드를 사서 사용했습니다.
세탁하는게 귀찮지만 습관되다 보니 5~6년 동안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 가득한 일회용 패드는 정혈기간 동안 예민하고, 외부 물질을 더 많이 빨아들이는 질의 건강에 나쁩니다. 가볍게는 피부 트러블, 피와 만났을 때의 역한 냄새, 굴 낳는 느낌까지.
게다가 한국에서 출시한 패드에 대한 저의 신뢰도는 0이기 때문에 귀찮아도 면 패드를 사용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새벽 수영을 다니면서 정혈 기간이 겹쳐서 처음으로 탐폰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쇼크가 와서 수영장에서 쓰러진 후로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월경컵이라는 선택지는 제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처음으로 치마대신 바지를 입은 서양의 여성들이 그런 심정이었을까요?
마음껏 자전거를 타고, 뛸 수 있는 바지가 준 해방감처럼
월경컵도 제게 커다란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것을 제 손에 넣기까지는 쉽지 않았지만요.
제가 월경컵을 구입할 당시에는 월경컵의 수입과 제조가 한국에서는 불법이었고,
저는 세관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월경컵을 해외에서 주문했습니다.
운이 없으면 세관이 열어보고 음란 물품이기에 압수하여 처분하거나,
열어보고 찢어진 채로 오기 일수였다는 후기들을 보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많은 생리컵이 만들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백래시적인 움직임도 함께 보입니다.
여성의 몸 구조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여혐 범벅의 광고를 내며
한국 최초의 월경컵이라는 타이틀을 따간 것이 남성이 만든 월경컵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바꾸는 과정에서부터 힘을 쓰며, 그 전부터 여성을 위한 여성의 여성에 의한 월경컵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을 제치고 말이지요. 남성이 만들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여성의 몸과 맞지 않는 월경컵은 지금 여러의미로 판매가 부진한 상태이지만, 여성의 지갑을 노리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이제 월경컵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보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월경컵을 사용하면서 좋은 점들이 많았습니다.
저와 맞는 생리컵을 운 좋게 한 번에 찾았기에 격한 운동에도 샐 걱정이 없고, 수영도 할 수 있습니다.
발레나 스트레칭, 요가도 가능하고요. 욕조 목욕도 가능합니다.
더운 여름 패드로 인해 사타구니가 짓무르지 않습니다.
냄새 걱정도 없고, 쓰레기가 나오지도 않아서 좋았고, 소독과 보관이 용이합니다.
잠 자면서도 전혀 새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종종 정혈 중인 것을 잊어버릴 때도 많았습니다.
관리만 잘 한다면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며, 환경보호에도 좋습니다.
여혐으로 빻은, "여자여자~ 깨끗깨끗~ 순수순수~ 아이 좋아 오홍홍"하는 여혐광고를 하면서
발암물질 패드 팔아대는 회사들에게 제 돈을 쓰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이 월경컵으로 인해 제가 제 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게 좋은 장점이었습니다.
정혈은 더러운 것도 아니고, 냄새나거나 흉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더 이상 이것은 제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아니라, 정혈이 담긴 컵을 보고, 정혈을 비우고, 씻으며
이것 또한 내 몸의 일부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월경컵을 사용하면서 제 안의 깊은 여성혐오, 제 몸을 혐오하던 마음이, 그 인식이 서서히 전환되었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저는 정혈이 무섭거나 더러운 것이 아니며, 제 몸을 지키기 위한 몸의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변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서서히 그렇게 변하게 되었습니다.
제 정혈을 만져보는 경험, 그것을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은 패드에 묻은 피를 빠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수치심이나 불쾌감이나, 더러움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제 정혈과 제 몸을 혐오하며 지냈는지,
그 무의식적으로 배어있는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었는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더 활동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경컵의 단점은 아무래도 초기 비용과 시도해볼 용기가 쉽게 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포궁에 맞는 월경컵을 찾는 것, 적응의 문제 정도 일 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해외직구로 돈이 더 들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제가 구태여 '처녀막'이라는 것에 대해 구구절절 구시대적인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처녀막'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그것이 뭔지, 괜찮은 것인지 검색이든, 책이든 알아서 찾아보시고요. 관련질문은 사절합니다.
단 여자분들이 질문하시면 친절한 링크와 간단한 설명을 해드릴 용의는 있습니다
관련 단점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분들이 겪는 어려움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많은 정보들과 후기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먼저 제가 친절하기 때문이고, 제 동료와 친구들 때문이고,
또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선택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저는 월경컵과 면 패드를 함께 쓰지만 주로 월경컵만 씁니다. 면 패드는 백업용입니다.
월경컵을 넣기 전에 월경이 시작했을 경우, 월경컵은 포궁경부 바로 아래에서 정혈을 받기 때문에
이미 흐른 정혈이 질 주름을 타고 천천히 흐르는 정혈까지 커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는 경우 혹은
0.01%의 확률로 월경컵을 잘못 넣었을 경우 새는 경우가 있을까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쓰는 제품은 미국 제품으로 레나컵(Lena cup)입니다. 민트색 스몰 사이즈와 핑크색 라지 사이즈를 씁니다.
월경컵 말고 다른 선택지로 월경 팬티에 대해 말씀드렸었습니다.
월경 팬티 회사가 월경컵과 함께 줄줄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별로 믿음직하지 못한 회사들이 많습니다.
제일 유명하고 믿을만한 후기가 많은 월경팬티로는 Think 가 있습니다. 해외직구로 구하실 수 있습니다.
월경 할 때 이 팬티를 그냥 입고 있으면 새지 않습니다.
저도 써보지는 않아서 자세히 설명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제 지인 후기로는 총 4장을 세일하는 기간에 샀고, 좀 넉넉한 사이즈를 사는게 편하다고 해서
본인 사이즈보다 좀 더 큰 사이즈를 샀다고 합니다. 2장은 스포츠용으로 샀고, 2장은 힙허거라고 해서 정혈양이 많은 날 전용으로 샀다고 합니다. 월경컵과 마찬가지로 운동가능하고, 편리하다고 합니다. 세탁도 면패드 빠는 것처럼 물에 담갔다가 빨면 된다고 합니다. 축축한 느낌도 전혀 없다고 해요. 다음에는 '보이 쇼츠'로 살거라고 합니다. 그게 양 흡수도 좋고 편하기도 제일 편하다는 후기를 봤다고 해요.
초기 비용이 월경컵 보다 좀 더 비싸지만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한 친구는 월경팬티를 월경컵과 병행해서 쓰고 있고, 이 친구는 월경 팬티만 사용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월경컵 장단점 정리와 자신의 포궁에 맞는 월경컵 고르는 방법, 제품별 특징, 착용방법, 관리방법 등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드디어 올라왔군요! 기다렸습니다. ㅎㅎ
긴 글이어도 순식간에 읽게 됩니다.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라 그렇겠지요.
선택지가 늘어나고, 드러내놓고 말한다는 사실이 정말 좋습니다.
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소리님의 댓글
소리
고마워요 삼월.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늘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ㅎㅎ
삼월의 응원은 늘 절 글을 쓰고 싶게 만듭니다.
제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 해볼게요.
아라차님의 댓글
아라차
좋아요! 버튼이 있으면 엄청 눌렀을 것 같아요.
좋아요! 좋아요! 버튼이 없으니 글로 ㅎㅎㅎ
[소리in소리] 좋아요!
소리님의 댓글
소리
이렇게 답을 달아줘서 고마워요! ㅎㅎㅎ
저도 이 댓글을 좋아합니다 ㅋㅋㅋ 아라차 응원도 늘 큰 힘이 되요. 고마워요!
다음글도 얼른 올려야지!
연두님의 댓글
연두나두나두 좋아요 백개! ㅋㅋㅋ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월경컵 .. 언뜻 보고 월드컵인줄 . 쿄쿄)
구입하려고 해도 너무 막막했는데 완전 좋은 정보에 정리 까지 해줘서 넘 고마워요...
전 바로 구매 하나 하겠습니닷. 쿄쿄
소리님의 댓글
소리
엇 올리비아 님 사기 전에 얼른 다음 글을 올려야겠네요!
올리비아에게 맞는 좋은걸 구입할 수 있길!
연두님의 댓글
연두
이런 글 정말 너무 좋네요! 여성의 삶을 돌보는 글.
저는 생활용품 회사에서 십년이나 일하면서 여러 브랜드 일에 관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생리대였어요.
그 날에도 마음껏! 그 날에도 걱정없이! 뭐 이런 거 아이디어 내고 시각화하고 그랬었죠.
소비자 조사도 무수히 했었는데, 대부분 소비자들은 광고 이미지와 사용감의 괴리를 얘기하고,
구매할 때도 숨어서 부끄러워하고, 어떤 제품을 써도 불쾌감을 떨쳐 버릴 순 없다고 얘기했어요.
월경을 둘러싼 메세지와 경험이 모두 여험, 자기혐오를 향하게 되어 있었던 게 맞아요.
자신의 몸을 더 잘 알아가면서 월경을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건 정말 먼 이야기였던 그 때.
나도 그 때는 회사가 여성을 위하는 척하면서 여성의 주머니를 노린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지만,
무엇이 이렇게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남기는지 전혀 몰랐죠.
달마다 하게 되는 월경, 300번은 족히 한 것 같은데, 찝찝하거나 불쾌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던 그 단 한 번이 없네요.
그래도 습관을 바꾸는 건, 새로운 물건을 사는 건 참 귀찮은 일이라 그 시도를 또 않고 있네요.
시작하는 걸 시작해야 할 텐데.
[소리in소리] 계속되는 소리, 기대합니다.
소리님의 댓글
소리
연두의 경험과 얘기를 나눠줘서 감사합니다. 월경을 둘러싼 나 자신의 혐오감,
여성들의 혐오감, 스스로 하는 자기 검열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보고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을 위한 물품을 만들고 동시에 여성의 주머니를 노리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연두 님의 경험과 감정들이 참 소중합니다. 나눠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 글도 잘 손 봐서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