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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온지곤지 :: 《장자》를 위한 길잡이
기픈옹달 / 2016-04-08 / 조회 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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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정말 매력적인 책입니다. 상상의 틀을 부서뜨리고 저 높은 창공으로 데리고 가지요. 《장자》의 명성은 많이 들어보셨을테니 이만 줄입니다. 다만 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좋은 길잡이가 있으면 하는데 도무지 그 길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답답할 때가 많지요. 여기 하나의 길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혼자 가기엔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래도 참고하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1. 《장자》의 이해

 

《장자》를 두고 풀이한 책은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 내용이나 막 끌어나 풀이한 것과 같은 책이 적지 않아요. 굳이 《장자》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장자》를 구겨 넣어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더구나 이른바 '좋은, 혹은 착한 자기 계발서'류의 책도 많아요. 무턱대고 쉬운 책이 아니라 좀 깊이 있고, 나름 곱씹어 볼만한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김시천, 책세상. 18,000원

 

 

흔히 '도가道家'라는 틀에서 노자와 장자는 잘 묶여 이야기됩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 가운데는 이 둘의 '차이'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을 강신주가 있겠네요. 이 책은 노자와 장자에 대한 저자의 논문을 모아둔 책입니다. 몇 개의 논문은 매우 흥미롭게 읽었어요. 장자와 노자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자에 대한 고정적인 이해가 아닌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시작점일 겁니다. 노자 이야기가 많지만 장자 이야기도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5장 《장자》 해석의 갈등, 6장 《장자》의 '유遊'를 일독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자세한 책 내용은 다른 글로 대신합니다. http://ozgz.net/1610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김시천, 아이세움. 12,000원

 

 

김시천의 다른 책입니다. 본디 아이세움의 이 시리즈는 청소년을 위한 기획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약간 깊이 있는 청소년 독자를 위한 책을 보면 성인이 읽더라도 좋은 책이 종종 있지요. 좋은 청소년 책의 미덕, 친절함이 낯선 세계를 공부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장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청소년을 위해 기획되었기에 술술 읽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의 그림을 김태권이 맡았다는! 가볍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장자를 읽다》, 왕보 지음, 김갑수 옮김, 바다출판사. 15,000원 (품절)

 

이 책은 현재 품절입니다. ㅠㅠ 그런데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장자의 모습이 제가 《장자》를 읽으며 만난 모습과 가장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책의 특징은 《장자:내편》을 해설하는 책인데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세'에서 시작하여 새롭게 《장자》를 재구성한다는 점입니다. 좋은 책이니 중고로 구할 수 있다면 꼭 구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장자, 닭이 되어 때를 알려라》, 나카지마 다카히로 지음, 조영렬 옮김, 글항아리. 18,000원

 

'닭이 되어 때를 알려라'는 장자의 표현을 빌려 제목으로 삼은 것입니다. 참 제목이 독특하지요? 책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는데 앞 부분은 《장자》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개괄적으로 소개합니다. 뒤에는 '물화物化'라는 《장자》의 개념을 들뢰즈 등을 통해 설명합니다. 《장자》를 읽기 전이라면 앞 부분을, '제물론'이나 그 유명한 '호접지몽'에 깊은 관심이 있다면 뒷 부분을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거여요.

 

 

2. 《장자》 번역

 

《장자》 번역은 많습니다. 저도 다 보고 싶으나... 사실 다 못 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ㅠㅠ 다만 세미나를 통해 읽었던 몇 종의 번역서를 소개합니다. 오래 두고 볼 책이니 《장자》를 공부하겠다면 눈여겨 보셔요.

 

《장자》, 오강남 역, 현암사. 15,000원

 

가장 대중적인 번역입니다. 《내편》을 번역해 놓았고 뒤에 참고할만한 유명한 부분을 옮겨놓았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점입니다. 문학적인 번역으로 꼽힙니다. 흔히 알고 있던 장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원문은 책 하단에 작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장자》, 안동림 역, 현암사. 50,000원

 

책 값의 압박이 심하지만 《장자》 전문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아마 가장 많이 읽힌 책이 아닐까 싶은데, 그만큼 잘 번역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번역문에 이어 원문이 실려 있고, 원문에서 풀이가 좀 필요하거나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주석으로 꼼꼼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오래 옆에 두고 볼 책입니다. 

 

《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 김학주 역, 연암서가. 35,000원 

 

완역판 가운데, 앞의 안동림 역보다는 대중적인 버전입니다. 상세한 주석이 빠진 대신 역자의 간단한 해설이 붙었습니다. 안동림 역이 깊이 공부하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면 이 책은 보다 쉽게 장자 전문을 읽고자 하는 분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최근에 번역된 다른 저자의 책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그 책을 보지 못하고 몇번 이 책을 읽은터라 이 책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청소년과 두 차례 《장자》를 완독했는 데 모두 이 책을 교재로 썼습니다. 

 

《역주 장자》, 안병주•전호근 역, 전통문화 연구회. 88,000원 (1~4권)

 

총 4권으로 된 번역입니다. 여러 주석이 상세하며 특히 조선 유학자들의 해석을 참고하여 넣었습니다. 더 깊이 공부한다면 안동림 역과 이 책을 번갈아 가며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원문을 꼼꼼하게 강독하는 것이겠지만... 총 4권을 모두 읽기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가독성이 좋은 책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사전처럼 옆에 두고 참고하며 보기에 적당한 책입니다. 참고로 1권은 내편을 번역했습니다. 

 

《장자 - 사유의 보폭을 넓히는 새로운 장자 읽기​》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 지음, 김경희 역, 이학사. 40,000원

서구 학자의 번역서입니다. 좀 특이한 경우이지요. 《장자》 원문을 영어로 옮겨 놓은 것을 다시 우리 말로 옮겼으니까요. 어떻게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일이기도 합니다. 원문을 바로 옮기면 될 것을... 그러나 이렇게 하는 이유는 원문에서 우리 말로 옮길 때 늘 특정한 해석을 경유하기 때문입니다. 서구 학자의 눈으로 본 《장자》는 어떨까요. 참 흥미로운 번역임에 틀림없습니다. 참고로 4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장자 세미나(링크)에서는 이 책을 참고합니다. 

 

너무 많은 번역서를 소개했나 싶은데,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장자》를 처음 맛보고 싶다면 오강남 역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완역본을 보고 싶다면 김학주 역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2) 오래 공부하겠다면 안동림 역이 좋습니다. 3) 원문을 대조하며 깊이 있게 읽겠다면 안병주 역이 좋습니다. 4) 새로운 시각의 《장자》를 보고 싶다면 그레이엄의 번역도 좋은 선택입니다.

 

* 책방에 없는 책도 주문 가능합니다. 책방지기 기픈옹달에게 연락해주시거나 홈페이지 책주문(링크)을 이용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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