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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온지곤지 :: 《초판본 진달래꽃》, 《버니》, 《그래픽노블 파리코뮌》
기픈옹달 / 2016-03-29 / 조회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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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입니다. 날씨가 따뜻하니 거리에 오가는 사람도 늘었어요. 조용하던 책방에도 조금씩 찾아오시는 분들이 생겼네요. 오가는 분들을 위해 책도 잘 갖추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듭니다. ^^ 지난 주말에 나간 책도 있어서 여러 책이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 몇 권만 소개해요.

 

《초판본 진달래꽃》, 김소월, 소와다리.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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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진달래꽃》을 들여놓아야하나 고민이 좀 있었어요. '초판본'이라는 느낌에 걸맞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지난번 들여놓았던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은 조금 실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옛스런 모습을 살렸다는 취지에 맞게 표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매끈한 표지여서 느낌이 잘 살지 않았어요. 그래도 봄이고... 더구나 책방이 위치한 곳이 '소월로'라 김소월의 시집을 들여놓았습니다. 남산 순환로를 '소월길'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김소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남산도서관 앞에가면 '산유화'를 새겨놓은 시비도 있어요. 

 

책을 받아보고는 몇 부분을 뽑아 읽어보았습니다. 낯익은 시들이 반겨주고 있네요. 그러나 세로 쓰기에, 옛 글꼴, 거기에다 지금은 쓰지 않는 표기들이 있어서 시를 읽는데 새로운 느낌입니다. 시집이 온 기념으로 입간판에 '못니저'를 써놓았어요. 옛 글씨를 써보니 느낌이 새롭네요. 중학교 시절로 기억하는데 김소월 시집을 사서 좀 읽기도 하고 외워보기도 했답니다. 이 시도 적잖이 좋아했던 시예요. 뭔가 쓸쓸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터라... ;;; 써놓고보니 '진달래'가 아니라 '진달내'였네요. 내일 고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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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테드 롤, 박수민 옮김, 모던타임즈.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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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는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습니다. 뭐랄까 좀 시큰둥하다고 할까요? 그래도 투표는 꼭 할 예정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이른바 '사표'를 막고자 '전략적 투표'를 하지는 않을 생각이어요. 최근 정치판을 보면서 세력의 균형이니 견제니 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라도 의미있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 대선후보 가운데 하나인 '버니 샌더스'는 꽤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시세에 영합하지 않고 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주장하는 인물. 여러 낙선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대선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매력이 궁금한 분은 이 책을 보시는 것이 어떨지요?

 

책을 펼치면 버니 샌더스의 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동자를 위한 경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부'!! 이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대선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과연 우리는 언제나 저런 주장을 하는 대선후보를 만날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그의 주장이 지나치게 공상적이며 실현 가능성은 물론 능력도 없다고 손가락질 할 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가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까지 오르는 것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대선후보'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저런 주장이 적지않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이미 그가 많은 것을 바꾸어내었기 때문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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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파리 코뮌》, 자크 타르디, 홍세화 옮김, 서해문집.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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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는 만나기 힘든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3월 18일 출간되었다고 나오는데,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며칠 뒤에나 구할 수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책을 받아보고는 뭔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엘포의 유토피아 기행》에서 실패했던, 그러나 결코 작지 않았던 여러 실험적 삶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만화라는 장르 덕분에 더욱 실감나게 경험했다고 할까요? 파리 코뮌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주섬주섬 듣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그림으로 형상화된 모습을 보니 뭔가 새롭네요. 

 

책을 펼쳐보니 굵직한 선들로 묘사된 인물과 박진감 넘치는 사건들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이 따끈따끈한 책을 채 읽기도 전에 소개하는 것이지만 오래도록 사랑할 책을 만났다는 느낌입니다. 책 날개에 적힌 저자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더욱 책이 귀하게 느껴지네요. 아래에 그 일부를 짧게 옮깁니다.

... 1871년 파리 코뮌을 무대로 한 장 보트랭의 역사추리소설 《민중의 함성》을 각색한 작품이다. 보트랭의 소설은 거친 호흡의 작가가 그려낸 활기와 숨결, 열정으로 가득한, 19세기 신문 연재 소설에 대한 오마주였다. 그 표지를 맡아 그리게 된 타르디는 이 생동감 넘치는 시대에 대한 광대한 묘사에 반해버렸다. 게다가 이미 오래 전부터 파리 코뮌을 만화로 이야기하고픈 마음을 갖고 있었으니 소설을 만화로 각색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 한편 타르디는 2013년 1월 '레종도뇌르' 훈장을 거절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가 《리베사리옹》을 통해 밝힌 거절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상과 창조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나는 현 정권이든 어떤 종류의 정권으로부터든 아무것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큰 각오를 하고 이 훈장을 거절한다."

* 책방에 없는 책도 주문 가능합니다. 책방지기 기픈옹달에게 연락해주시거나 홈페이지 책주문(링크)을 이용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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