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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온지곤지 :: 오늘의 책 <요리활동> +2
기픈옹달 / 2016-07-14 / 조회 897 

본문

이렇게 더운 날이면 불 옆에 서기 싫습니다. 그렇다고 밥 당번을 펑크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바로 전날 동료가 차려준 맛있는 점심을 먹었으니 밥값을 해야지요.

 

수요일 책방지기는 이웃 '연구공간 우리실험자들'의 점심당번이기도 합니다. 수요일 오전 크로키 동아리 친구들도 있고, 연구실에서 세미나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보통 10인분 정도 점심 식사를 준비해한답니다.

 

어제는 너무 더운 나머지 연구실로 밥 준비를 하러 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세미나 사람이 없어서, 밥 좀 안 하면 좋겠다.' 그러나 열공하는 학인들이 역시나 모여서 치열하게 공부중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청국장 찌개와 고등어 구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몸을 움직이니 또 대충 하게 되지는 않더군요. 나름 열심히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점심에 내놓은 고등어 구이는 근래 먹은 생선 구이 가운데 손 꼽을 정도로 잘 구웠다고 자부합니다. ^__^

 

좁은 주방에서 땀을 흘리며 밥을 하다 이 '미련한 짓의 고귀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일은 얼마나 간편한지요. 그러나 이렇게 밥을 지어 함께 먹는 '식탁'이 없다면 '공동체'는 없지 않을까요? 공동체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면 밥지어 먹는 일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어제 입고된 신간 <요리활동>을 보니 이런 생각이 저만의 것은 아닌가봅니다. 책 표지에 쓰인 '어떤 싸움에서든 무너지지 않는 일상이 중요하니까'라는 글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지은이가 청주에서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활동한 경험을 묶어 책으로 냈습니다. 집안 주방은 아니지만 조금 낯선 곳에서 '일상'을 꾸려가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요리는 언제나 일상이다. 어머니가 식당 찬모로 생계를 꾸리는 모습을 보며 자란 어린 시절부터, 각자 활동을 하다가 저녁이면 공룡에 모여 저녁 한 끼를 해결하는 공룡 활동가들을 위해 뜨끈한 국과 맛있는 술안주 하나 만들어놓고 밤 직장에 출근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요리는 언제나 일상생활의 소소한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작은 한 부분이라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버티며 살아가는 것, 나는 이러한 태도가 일상성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지극히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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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을 옆에 두었습니다.

+ 오늘은 이 책의 문장으로 입간판을 꾸몄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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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도 쓰는 간단한 레시피 - 고등어 구이 

 

* 어제 해 먹은 방법입니다.

1) 고등어를 맥주에 넣어 간단히 숙성시킨다 (20~30분)

2) 밀가루 옷을 입히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많이 두른 뒤 껍질 쪽이 밑으로 가게 굽는다.

3) 좀 바삭하게 구워졌다 싶으면 뒤집어서 살쪽을 익힌다. 불은 중불

4) 옆에 준비한 프라이팬에 약불로 껍질 쪽이 밑으로 가게 해서 더 익힌다. 

5) 생파를 잘게 썰어 함께 먹도록 준비한다.

- 얼마나 맛있었는지는 그날 점심 자리에 참석한 회원들의 간증을 들으셔요. ^^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간증합니다. 맛있었어요. 청국장도 최고!
아마 8월까지 식사당번들은 고생을 하겠지요. 저도 마찬가지겠고요.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밥을 하러 집을 나서면서 '내가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잡생각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세미나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주방에서 밥을 할 때는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세미나하고 있을 때도 주방에서 밥짓는 소리가 그렇게 반갑고 따뜻하게 들릴 수 없고요.
감사합니다.
밥해준 것도, 여기에 따뜻한 이야기 남겨준 것도, 모두.
다들 이 뜨거움 공유하게 널리 전파해야겠어요. ㅎㅎ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곱씹을수록 '밥상이 일상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주에도 맛난 밥상 준비하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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