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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in소리] 페도공화국 (2) +7
소리 / 2016-09-07 / 조회 10,599 

본문

  한국에서 소아성애적 요소들은 알아차리기 힘들만큼 일상화되어 소비되고 있다. 유행과 트랜드라는 말을 입은 소아성애적 요소들은 성별의 구분 없이 호응을 얻고 있다. 그것은 전에 나온 팔다리가 잘린 여성의 몸이 주는 장애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욱더 교묘하게 소아성애적 요소들이 내재된 것이다. 다양한 변주들 속에서 이들이 “소아성애적”이라고 불릴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바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어려 보이는/ 어린”이란 설명이다. 성인 여성에게 요구되는 문화가 성인이 아닌 ‘아이’에 초점 맞춰진 모든 것은 소아성애적 요소를 교묘하게 내포한 것이다.

 

  그것은 여성에게 요구되는 옷과 화장, 연애 문화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유행의 상당 부분을 주도해 나가며,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의 판타지의 총체물과 같은 모습의 여성 아이돌을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그것이 보인다. 큰 인기를 끌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이란 프로를 보면 확실히 보인다.

  이 프로의 제작의도를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프로듀스 101'을 만들었다"라고 말한 PD의 말처럼, 이 프로는 남성의 욕망의 총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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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듀스 101> 방송 사진)

 

 8c19f06c1dd93a8bcceffe21ff8ede56_1473259 (테니스 스커트)

 

  테니스 스커트를 닮은 교복을 입은 어린 소녀들, “픽미업”이란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는 순종적인 소녀들이 그것이다. 똑같은 테니스 스커트 풍의 분홍색 교복을 입은 이 소녀들은 일사분란하게 “픽미 픽미 픽미업”이란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리며, 옅은 화장과 일자 눈썹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PD의 제작의도처럼 ‘건전’하게 춤을 춘다. 이들은 노골적인 노출을 하지 않았고, 뇌쇄적이고 노골적인 표정과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저 어려보이고, 귀여운 여자들이 테니스 스커트 같은 분홍색 교복을 입고 춤을 출 뿐이다.

  이들은 귀여운 강아지 혹은 여동생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어리기도 하며, ‘어림’을 표상하는 교복을 입고 있다. 또한 시청자라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꿈을 이룰 수 없다. 그렇기에 시청자의 심기를 거스를만한 어떤 언행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맘에 들기 위해 웃고, 더 노력하고, 밝게 행동한다. 이들은 인간이지만, TV에서만큼은 인간적 요소들은 모두 몰수된 객체들이다. 이들을 설명한 모든 특징들은 이들을 만들어낸 남성의 욕망 그 자체일 뿐이다. 어리고 수동적이며,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순종적인 여성상,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타자를 원하는 것이다.

 

  <프로듀스 101>이 단순히 ‘건전한 야동’인 프로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는 현재 한국의 연예계에 퍼져있는 소아성애적인 모습들을 서바이벌 오디션 형태로 만든 것뿐이다. 소아성애적 요소들의 만연함은 한국의 여성 아이돌의 ‘컨셉’을 통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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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생 옷을 입은 듯한 사진도 있고,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어린이 옷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 중고등학생의 옷을 입은 듯한 컨셉도 있다. 모두 하나같이 발랄하고 귀여우며, 순진무구한 표정 혹은 멍한 표정을 하고 있은 것을 알 수 있다.

  여성 아이돌이 소아성애적 요소들을 컨셉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은 무척이나 경제적인 결정이다. 소아적인 이미지는 순수, 청순, 소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벗지 않아도 잘 팔릴 수 있다. 그 이미지의 수명이 다하면 다른 이미지, 성숙, 섹시 등의 컨셉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살벌한 연예계에서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아이돌의 활동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소녀’ 컨셉은 실제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지 않다. <롤리타> 속 험버트의 머릿속에서나 있을 법한, 자신의 유혹하는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이 뒤틀린 소녀들은 스스로 성적대상화해 관음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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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서의 소녀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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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아이돌의 소녀컨셉 화보)

 

  연예계에서 베이글녀가 유행하다가, 점점 아이돌의 연령대가 미성년자로 낮아지게 되었다. 소녀는 성인처럼, 성인은 여성처럼 꾸민다. 아래 사진은 일본의 수영복 화보이다. 8c19f06c1dd93a8bcceffe21ff8ede56_1473263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나이에 맞지 않은 의도된 성숙함과 롤리타로 소비되는 전형적인 구도가 너무도 섬뜩했다. 그러나 이 기괴한 모습은 한국의 미래와 그리 멀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다. 최근 네이버 메인에 떠 있는 아동복 화보를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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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19f06c1dd93a8bcceffe21ff8ede56_1473263(네이버 메인에 있던 아동복 사이트의 광고 中)

이것은 성인복이 아닌, 아동복 광고 화보사진이다. (상업용도가 아니니 저작권 괜찮겠지?) 성인의 화장과 헤어를 흉내낸 성숙한 어린이의 모습이다. 구도도, 표정도 한결같이 롤리타로 소비되는 소아성애적 코드를 가지고 있다. 소아성애적 대상화의 연령대는 점점 더 내려갈 것이다. 귀여움, 예쁨이란 이름을 달고 말이다. 

 

  연예계와 화보에서의 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까지 번져있다. 현재 한국에는 귀여운 강아지 상을 만들어 준다는 일자눈썹이 유행하고 있으며, 화장한 티가 나지 않으며 어려보이는 동안 메이크업이 유행한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테니스 스커트라며 유행하고 있고, 교복풍-특히 세라복과 테니스스커트와 섞인-이 유행하고 있다.

   메이크업도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숙취메이크업과 미미치크가 그것이다. 이 두 메이크업 모두 연애운을 높여준다면서 유행하고 있다. 피부는 투명하게 그리고 눈 밑의 볼을 분홍색(피치색/오렌지색 등등)으로 가득 칠하는 숙취 메이크업, 귀를 분홍색으로 칠하는 미미치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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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취 화장, 이가리 화장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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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19f06c1dd93a8bcceffe21ff8ede56_1473258(미미치크) 

 

 그리고 이것의 변주들로 여름에는 아이돌인 설리가 쇄골과 무릎을 분홍색으로 칠한 것이 이슈가 되면서 쇄골화장과 무릎화장이 ‘관리’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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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왼) 무릎화장) 

 

 

  여성에게 요구되는 언행에는 대표적으로 ‘오빠’와 ‘애교’가 있다.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게 되면, 여성은 자연스럽게 손아래의 ‘여동생’이 된다. 혈연관계에서 불리는 호칭들이 일반화 되면서, 관계는 주체 대 주체의 관계에서 오빠-여동생이라는 돌봄의 관계가 가능한 친밀한 관계로 넘어간다. 즉 여성은 단순히 나이가 어린 손아래의 사람이 아닌, 돌봄이 가능한 친밀한 대상으로 치환된다. 여동생은 오빠와 결코 동등해 질 수 없다. 이 ‘오빠’에 대한 더 상세한 분석들이 많이 나와 있음에도 ‘오빠’라고 부르기를 강요하는 문화는 여전히 만연하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또 다른 것으로 애교가 있다. 영어로 번역어가 따로 없는 애교는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하거나 “acting like a child”라고 주로 표기한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서는 애교를 “act charming”라고 표기해야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그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하든, 외국인이 보기에 어린아이 같든 간에 ‘애교’라는 것의 본질은 ‘어린아이 흉내 내기’가 맞다. 작년에 유행했던 말 중에 ‘나꿍꼬또 기싱꿍꼬또(나 꿈꿨어 귀신 꿈 꿨어)’가 있다. 이 말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타고 애교 없는 여자들에게 연습하면 애교가 생길 수 있다며 유행하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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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19f06c1dd93a8bcceffe21ff8ede56_1473258(그외 다른 변주들)

 

  이 말은 하는 순간 혀 짧은 소리가 나며, 어눌하게 말하게 된다. 발음, 발성, 띄어쓰기 등에서 온전하지 않은, 즉 완벽한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장애인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아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생각했을 때, 애교의 실체는 ‘아이 되기’이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요구들, 이 모든 유행과 관행들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바로 ‘아이 되기’이다. 실제 아이의 특성을 모두를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상징하고 있는 ‘수동성, 의존성’만이 소아성애적 문화를 이끄는 핵심적 관념이 된다. 그러나 이 ‘아이’는 성에 대해 무지하지만 성적인 것을 먼저 원하는 뒤틀린 ‘아이’이다. 아이에게서 성적인 것을 원하는 남성들의 죄책감을 더는 것이다. 순진한 표정,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한 멍한 눈, 수동적인 포즈, 희고 맑은 피부에 붉은 혈색의 자취들, 아이들이 주로 입는 옷-아동복, 교복, 체육복 등등-, 유아적인 제스쳐(애교) 등은 소아성애적인 특징이자,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의 특징이기도 하다.

 

 

   1968년에 Rachman과 Hodgson은 여성의 부츠에 대한 남성들의 성적 각성(sexual arousal)을 유발하는 실험을 했다. 피험자들에게 처음에는 여성의 부츠를 찍은 컬러 슬라이드를 보여주고, 그 뒤 매력적인 여성의 나체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실험의 초반에는 무조건 자극(여성의 나체 사진)만이 남성의 발기를 유발시켰고, 조건 자극(부츠의 컬러 슬라이드)은 발기를 유발시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몇 번의 연합 후에는 조건 자극도 발기를 유발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조건 자극의 제시 없이 조건 자극만이 계속적으로 제시되었을 때에는 소거 현상이 일어나 발기를 유발시키지 못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연구는 비정상적인 성행동의 하나인 비성적 대상물에 대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현상(sexual fetishes)의 형성 과정에 고전적 조건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실험이다.

  여기서 이 실험을 소개한 이유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남성의 성적 각성은 반복적인 비성적인 대상물과 결합된 성적 자극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유치원 모자를 쓰고 춤을 추는 아이돌의 지속적인 출현은, 남성들로 하여금 실제 유치원 모자를 쓴 어린 아이에 대한 성적 각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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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2015년 6월 4일 기사로, 메르스가 한참이던 시기에 쓰였다. 메르스 때문에 6월 모의고사를 보는 중에도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는 기사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쓴 여고생이 시험지를 넘기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보는 것처럼 성적으로 조금도 대상화된 것이 없는 평범한 사진이다. 그러나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교복입은 여고생을 성희롱하는 말들로 가득하다. 아이돌처럼 성적으로 대상화된 뒤틀린 소녀의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교복’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미미치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여성이 가지고 있는 모든 구멍은 남성들에게 질로 상징이 된다. 그것은 여성의 구멍들-귀, 코, 눈, 입 등-에 사정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로 발현된다. 이것에 대한 증거로, 남초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얼싸(얼굴에 사정), 입싸(입에 사정)에 대한 다양한 선망이 나타난다. 또한 귀 모양을 본 뜬 남성용 자위기구도 따로 있다. 사진에 첨부된 것처럼 이 귀는 소녀의 귀를 모델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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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최근 남초 사이트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얘기는 여성의 귓바퀴의 좁기에 따라 질의 좁기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다. 많은 여성 연예인들의 귀 사진을 보며 품평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특히 미성년자 배우인 김유정에 대한 귀 품평이 심했다. 많은 남초 사이트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귀는 단순한 성감대 이상으로 여성의 질을 상징한다. 귓구멍이 여성의 질을 상징한다면, 질보다 좁은 구멍인 귓구멍은 직관적으로 미성숙한 소녀의 질로 연상된다. 이러한 연상은, 소녀를 강간하고 귀에 사정한 조두순 사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기에 모든 방면으로 퍼져있는 소아성애적 현상들과 (역겹지만 이것을 문화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 문화들을 우리는 경계하고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이 태도는 ‘강간 당하지 않게 입어야 한다’는 피해자 탓을 하는 논리와 같은 것이 아니다. 주지하듯이 강간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강간을 하는 가해자의 잘못이다. 그러나 소아성애적인 것은 여성 스스로도 경계해야한다. 왜냐하면 자신 스스로 피해자가 될 뿐 만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는 남성들로 하여금 다른 소아가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복이나 테니스 스커트, 미미치크나 숙취화장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 교복이나 테니스 스커트는 죄가 없다.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을 성적인 것으로 소비하는 남성들의 욕망이 문제인 것이다. 다만 소아성도착적으로 소비되는 각각의 아이템들을 남성의 욕망의 구조에 맞게 '수동적'으로, 남성에게 '사랑 혹은 선택 받기위해'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수동적인 처녀(아이)의 여성상을 원하는 남성의 욕망구조에 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들은 모두 소아도착증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아라는 존재 자체가 필연적으로 갖는 의존성과 수동성이 성적 대상화되면서부터, 존재 자체가 성적 대상화의 기호가 된다. 소아 스스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성적 욕망의 구조 속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결여된 상태로 혹은 있지만 행사가 인정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에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로 내던져지게 된다. 성폭력의 피해는 오롯이 소아/미성년자가의 몫이다.

  폭력은 비대칭적인 권력관계가 상정된 관계 속에서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 성인과 소아/미성년자라면 필연적으로 비대칭적인 권력관계가 상정된다. 설령 소아/미성년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 행위의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폭력이 상정된 관계에서의 거절은 생명의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 소아/미성년자가 먼저 성관계를 요구했다하더라도,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소아/미성년자의 행동과 자신의 행위에 책임이 있는 성인간의 행위가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또한 소아성애적인 문화는 성인여성에게도 큰 문제가 된다. 성인 여성이 ‘아이 되기’를 문화적으로 강요받음으로써,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가능성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남성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에는 자신을 책임지는 존재, 타인까지도 책임지는 존재로서의 능동성을 함축한다. 그러나 여성에게 ‘아이 되기’로 상징되는 수동성을 강요하는 문화가 당연한 것이 되면서, 수동성과 퇴화·퇴행은 ‘여성적’인 것이 된다. 그래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주장하는 성인의 모습은 ‘남성 혹은 남성적’으로 한정되며, 그것을 주장하는 여성은 더 이상 여성이 아닌 존재가 된다. 그녀는 남성화된 존재이자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된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나이가 들고 능력이 있어도 사회는 어린아이로 퇴행하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소아성애적인 요소들이 소아성애적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감각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그대로 법에서도 드러난다. 법적으로 한국에서는 13세 미만의 아동은 성적 자기 결정권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으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존재한다. 강간치사의 경우에는 15년,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10년이다. 아동·청소년대상 강간죄, 유사강간죄나 강제추행죄 등은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가 10년 연장이 될 뿐이다.

  피해자의 상처에 대해 어찌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그들이 그것의 의미를 알게 된 이후부터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수반하는 일들이며,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 사건에 공소시효를 주는 것은 납득가지 않는 처사이다. 조두순은 2020년에 출소한다. 5회 이상의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폭력 전과 18범이며, 끔찍하게 8살 소녀를 강간하고 탈장과 장기훼손을 시킨 조두순은 이제 4년 뒤에 출소한다.

 

  한국의 성범죄/아동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형법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지만, 사실 법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제도에 드러난, 일반인들의 소아성도착적인 문화가 유발한 아동성범죄를 지적하고 싶었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소아성도착적인 문화에 익숙해져있고, 이것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며 방관과 적극적 찬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조두순 사건과 같은 범죄는 소아성애적 문화에 대한 하나의 징후이지, 특수한 한 사람의 범죄가 아니다. 소아성애적 문화에 대한 인식과 적극적 거부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더욱 노골적여지는 페도 공화국에서 살게 될 것이다.  

댓글목록

lizom님의 댓글

lizom

문제의 심각성과 예리한 관점의 필요를 확인케 하는 평론, 땡큐!

유택님의 댓글

유택

눈 크게 뜨고 잘 읽고 갑니다~ ^^ [소리in소리] 항상 뒤에서 응원할게요~~
아참 '나꿍꼬또 기싱꽁꼬또' 보면서 박장대소 했습니당~ ㅎㅎㅎㅎㅎㅎ

삼월님의 댓글

삼월

오, 드디어 읽었어요!
읽다가 몇번이나 자세를 고쳐앉게 되고, 소름이 쫙 끼쳤다가, 고개도 끄덕거리게 되는,
그런 멋진 글이예요.
저는 앞부분에 있는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타자'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때로는 여성들 자신이 남성에게 그런 타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익을 위해 그 점을 활용하면서
스스로가 남성들과 현명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착각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페미니즘의 필요성까지 부정하면서요.
소아성애 문제를 다시 권력과 연결시켜 생각해보게 해 주어 고마워요.
잘 읽었습니다!

라차님의 댓글

라차

좋은 글이네요. 1.2편 모두 잘 읽었습니다.

ㅇㅇ님의 댓글

ㅇㅇ

좋은 글이네요. 페도민국 심각성 새삼 느낍니다.

김민혜님의 댓글

김민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마스크 착용 사진에서 성적 이미지를 연상하는 건 교복보다는 일본 아마추어 성인방송 쪽 영향이 더 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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