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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in소리] 대통령에 대한 이중잣대 +4
소리 / 2016-10-30 / 조회 1,405 

본문

대통령에 대한 이중잣대

 

 

  굉장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여러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최순실 게이트 사건은 그냥 묻힐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으로써의 최소한의 기능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과 회한이 들게 한다.

 

  그렇지만 이 비판의 방향과 의도의 기저에서 굉장히 불쾌한 여성 혐오를 느낀다. 최순실 씨의 집을 수사하면서 ‘명품 신발장’을 사진 찍어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비판과 해석들의 수준이 그러하다. 이들의 분노 어린 외침들은 굉장히 이중잣대라고 느껴진다. 이들의 외침이 단순히 ‘한 여자’에게 놀아난 것이 억울해서인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무너졌기 때문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타당한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가해지는 비판의 기준이 남성 대통령에 비해 너무도 이중적인 부분이 느껴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왜 최순실의 신발장을 찍어 올리며(신발이 그리 많지도 않더만...명품이 아니어서 그렇지 다들 그정도의 신발은 가지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저쪽은 부자인데 명품 신발이 많으면 좀 어떻고? 신발회사에 신발 달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명품 신발장이라고 보도를 할 필요성은 어떤 것인가? 그녀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얘기를 다루면서, 정유라의 대학시절의 명품으로 도배한 외모에 대해 다루는 것인가? 그리고 왜 사람들은 그러한 “김치 된장녀”스러운 이미지에 분노하는가? (똑같이 재벌 2,3세 아들들의 대학시절 시계랑 차, 구두 얘기도 해보지.)

  왜 박근혜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멀쩡한 강을 녹조라떼로 만들고, 빚은 50조에서 100조 가까이 집계되는 사업을 벌인 이명박 보다 더 가혹하게 비판 받아야 하는가? 국가적 재정 차원으로 볼 때, 최순실의 비리가 그렇게까지 많다고 볼 수 있을까? 자원외교로 날아간 수십조의 돈은?

  전의 다른 대통령이라고 달랐는가? 조 단위의 횡령을 한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떤가? 김대중의 아들 셋이나 노무현의 형도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는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리분석과 도올 김용옥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이해받아야하는”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자란’ 박근혜 대통령이란 말들에도 반대한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남자였다면 “왕자처럼 자랐고”하는 식의 말이 나왔을까?

  그녀는 단순히 무당에게 조종 당한 꼭두각시 같은 인물이기만 한 것일까? 40년간의 정신적 지배에 완전히 정신이 무너졌기 때문에, 그것을 조종한 뒷 배후들 때문에 ‘희생당한 가련한 여인’일 뿐일까? 설령 그녀가 정신적으로 심각한 의존상태이고, 자신의 사욕을 위한 재벌들과 여당의 이용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녀 자체가 가지고 있는 권력 욕구, 그 욕망까지 지워버리는 해석들과 비판이 타당한가?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동일한 방식으로 판단 받기를 바란다. 왜 더 가혹한가? 이 사람의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부각되는 지루한 스테레오 타입에 기인한 비판들이 아니라, 명확한 사실에 기인한 팩폭(팩트폭력)을 원한다. 본인 외에 명확히 알 수 없는 심리에 대해 떠들거나, 과거의 어린 시절에 대해 떠들며 말하는 비판이 아닌 대통령으로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비판을, 진정한 팩폭을 원한다. 그렇게 비판할 거리가 없는가? 그것도 아니지 않는가?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의지했던 이 가문에 대해 가까운 측근들은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대통령으로 옹립한 것은 새누리당이다. 그 새누리당의 사람들은 지금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고,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이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 최순실 이 두 명만 희생 제물로 삼는 것은 타당한 일일까? 이 둘을 움직이고 조정했던 새누리당과 재벌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을까? 그리고 왜 이들의 “여성성”에 기인한 스테레오 타입들-명품, 심리적 문제, 의존성-을 가져다가 이들을 해석하고 비판하려 하는가?

 

 

 살다보니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을 쓸 날이 오기도 하는 것이 놀랍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결혼도 안 한 여자가!!!”라거나 “공주처럼 자라...인형처럼 조종당한 불쌍한...”이런 식의 비판과 해석을 듣고 있자니 화가 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여성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에 대한 판단과 비판이 가해지길 바란다. 남성 대통령 보다 더욱더 가혹한 비판과 질타가 가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것이 현 대통령의 어린 시절과 박약한 심리 등으로 귀결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기인한 기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져야 할 책무와 의무의 소홀을, 실책과 실정을, 그 불통과 경솔함을 비판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남성 대통령과 동일한 잣대로 비판하기를 바란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음, 저는 몇 가지 지점에서 동의하기도 하고, 좀 다르게 보기도 합니다.
박근혜나 최순실을 보는 언론과 국민의 시선이 철저히 '여성'을 보는 태도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외모와 언행과 사치, 남성과 관련된 사생활이 조명되지요.
한편으로는 박근혜나 최순실, 그리고 언론이 그것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박근혜는 '여성대통령' 이미지보다는 '박정희의 자식' 이미지가 더 부각된 사람이지요.
그러면서 선거 때는 소녀가장 이미지를 활용하기도 했고요.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판단의 의지나 능력이 결여된 박근혜 같은 사람은 아버지를 비판하지 못하고,
그 권위에 묻어가기 위해 더욱 아버지를 미화하고 우상화하게 되는 거지요.
그러니 박근혜를 가련하게 보는 것은 다시 그 사람에게 범죄자보다 병자의 이미지를 씌워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순실 같은 경우 기업들에게 수조원의 돈을 뜯어내고 평창올림픽을 통해 수십조원의 이득을 보려고 한 사기꾼인데
단지 사치스럽고 천박한 졸부 여성의 이미지를 씌우는 일도 마찬가지이고요.
이건 마치 한진해운 사태 때 전 회장이었던 최은영이 보여주었던 언행과 비슷합니다.
경영자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 '주부라서 아무것도 몰랐다'라고 변명하며
자신에게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를 덧씌워 상황을 모면해보려고 했던 일 말이지요.
언론과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사건을 접하는 우리들도 권력있는 남성이 된 양 착각을 하며,
이들을 조롱하고, 훈계하고, 단죄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여성혐오가 나타나겠지요.
아마도 이후에 등장할 여성정치인, 여성대통령에게는 저 이미지가 유령처럼 늘 따라다닐 것 같아 겁이 납니다.

더 제기되어야 할 것은 정치구조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박근혜 같이 무능하고 나약한 사람이 국회의원도 하고, 다수당의 대표도 하고, 대통령도 몇 년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이 공화국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비교적 잘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으니까요.
푸코 말대로라면 이미 우리 사회의 권력형태는 신체와 정신을 꼼꼼하게 포섭하는 규율권력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권력을 군주와 같은 통치자가 존재하는 형태라고 믿고, 또 원합니다.
이런 믿음과 기대는 진보나 보수 진영 모두에서 나타납니다.
권력자에게 자신의 욕망을 덧씌우려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아마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군주와 같은 강한 권력자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라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고 부패로 재산을 축적하는 일 뿐입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조금 더 촘촘하게 우리를 포섭하는 동시에 배제하는, 더 무섭고 총체적인 권력의 형태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 일은 권력의 속성, 권력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아주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이 글의 내용에 대한 공감도 있고, 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냥 흘려보낼 일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더 정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몇 마디 말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소리님의 댓글

소리 댓글의 댓글

문제는 한국의 권력구조라는 말이 깊이 공감합니다.
'여성혐오'적인 요소들이 권력을 은폐하는데에 쓰이면서, 끊임없이 여성에 대한 편협한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하는 것에 큰 분노를 느낍니다. 주권권력으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라, 촘촘한 권력체계를 지닌 국가권력에 대해 다시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동시에 이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투쟁적 성격의 힘들 또한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푸코가 말하는 힘들의 투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저도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유택님의 댓글

유택

잘 읽었어요~
하루 하루 뉴스 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가
기자인 매형한테 쿠사리 먹었네요 ㅎㅎ
머가 재밌냐며 지겹다며...

소리님의 댓글

소리 댓글의 댓글

ㅎㅎㅎㅎㅎㅎ기자님이시라 그런가. 그런데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더 많은 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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