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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모험으로의 초대
기픈옹달 / 2016-11-04 / 조회 1,080 

본문

지난 10월 29일 책방에서 '열린서당'이라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번에는 <장자> 문장을 읽었답니다. 초등학생들과 읽는 장자는 또 새로운 기분이었어요. 짧은 문장을 암송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워낙 멋진 그림들이라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장자>의 첫 머리를 여는 곤과 붕을 상상한 그림을 함께 감상해 보아요~ ^^

더 많은 사진은 카페에... http://cafe.naver.com/ozgz/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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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冥 有 魚

 其 名 爲 鯤 

 鯤 之 大

 不 知 其 幾 千 里 也

 북 명 유 어 

 기 명 위 곤 

 곤 지 대 

 부 지 기 기 천 리 야

 아득한 저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어.

 이 물고기의 이름은 ‘곤’

 ‘곤’의 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지.

 化 而 爲 鳥

 其 名 爲 鵬

 鵬 之 背

 不 知 其 幾 千 里 也

 화 이 위 조 

 기 명 위 붕 

 붕 지 배 

 부 지 기 기 천 리 야

 물고기가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 해.

 ‘붕’의 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지.

 怒 而 飛    

 其 翼 若 垂 天 之 雲 

 是 鳥 也   

 海 運 則 將 徙 於 南 冥

 노 이 비 

 기 익 약 수 천 지 운 

 시 조 야 

 해 운 즉 장 사 어 남 명

 기운을 떨쳐 날아가면

 날개는 마치 하늘의 구름처럼 보이지

 이 새는

 바다를 뒤흔들며 아득한 저 남쪽 바다로 날아가.

 

<장자>, 모험으로의 초대

 

우리가 읽은 이 글은 <장자>라는 책의 첫 시작입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매혹시켰던 이 글은 이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고기가 새가 되어 날아가는 이야기! 장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옛날 중국 사람은 네모난 땅 위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네모난 땅 바깥을 바다라고 했답니다. 그렇게 동서남북, 네 바다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국 사람은 동쪽 바다를 가장 친숙하게 생각했습니다. 중국의 커다란 강이 모두 동쪽으로 흘러갔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북쪽은 춥고 황량한 땅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었습니다. 그 먼길을 건너 직접 바다를 보고 온 사람이 있었을까요. 아마 장자는 상상으로 북쪽 바다를 그려보았을 거예요. 이 북쪽 바다에 거대한 물고기가 있습니다. 크기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커다란!

 

이 물고기가 새가 됩니다. 커다란 물고기가 새로 변했으니 이 새도 엄청나게 크겠지요. 이 새는 날개를 활짝 펴고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어찌나 크고 힘이 센지, 새의 날개가 일으킨 바람으로 바다가 출렁입니다. 이 새는 북쪽의 반대편, 저 먼 남쪽 바다로 날아갑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매미와 메추라기가 나옵니다. 이 둘은 하늘 높이 날아가는 커다란 새를 손가락질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 때문에 저러는지 몰라. 우리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는 것도 힘든데 말이야.”

 

<장자>에는 이렇게 손가락질 받을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터무니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가득하지요. 실제로 장자의 친구 혜시는 쓸모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고 장자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아 무엇하느냐는 것이지요.

 

장자가 보기에 세상에는 매미나 메추라기, 그를 비난한 혜시와 같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도무지 상상이라고는 할줄 모르는 사람. 따지고 계산하는 일은 잘하지만 드넓은 세계를 상상할줄은 모르는 사람들. 장자는 이런 사람을 ‘우물 속의 개구리’라고 말했어요.

 

우물에 사는 개구리는, 커다란 강도, 넓은 바다도 알지 못합니다. 좁은 우물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지요. 어느날 거북이가 찾아와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비가 내리면 콸콸 흘러가는 강물에 대해, 바람이 치면 우레보다 더 큰 소리를 내는 파도에 대해. 이 이야기를 듣고 개구리는 배꼽을 잡으며 웃었답니다. 대체 그런 엉뚱한 이야기가 어디있느냐고.

 

장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우물 속에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말이지요. 우물 밖에서 보는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겠지요. 매미와 메추라기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커다란 새를 비웃었지만, 저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세계의 모습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우물속에 사는 개구리처럼, 새장에 갇힌 새처럼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넓은 하늘과 깊은 바다가 있습니다. 물론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는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푸른 하늘보다 새장 속의 삶이 더 안전한 것이 사실입니다. 장자는 대체 왜 우리에게 저 넓고 깊은 바다와 하늘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일까요.

 

그것은 더 자유로운 삶을 소개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물 속의 개구리는 우물이 무너지면 죽습니다. 새장 속의 새 역시 먹이가 떨어지면 굶어 죽지요. 바다와 하늘이 위험해 보이는 것은 우물과 새장을 벗어나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거꾸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물이 무너져도, 새장이 사라져도 살 수 있는 삶이 있다고.

 

이렇게 장자는 모험으로 초대합니다. 조금 위험해보이지만 멋지고 흥미진진한 세계가 있다고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이지요.

 

따라서 <장자>를 읽으면 용기가 생겨납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삶의 모습 이외에도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주어진 조건을 따라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계에는 네모난 땅만 있는 것은 아니듯 말이지요.

 

더불어 장자는 저 넓은 하늘, 저 깊은 바다를 상상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발딛고 사는 세계를 지나 저 바깥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요? 드높은 하늘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요? 다만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바다나 하늘을 생각하지는 맙시다. <장자>는 저 옛날 바다도, 하늘도 제대로 모르던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조금 힘들지만 우리도 상상해보아야 합니다. 깊은 바다 속 거대한 물고기와 까마득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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