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우리놀이터 > 잡담과수다
  • 잡담과수다
  • 우리사회의 풍경, 일상의 감각, 생활의 기술 등 자유롭게 잡담하고 수다를 떠는 공간입니다.
잡담과수다

[채한리展] 나의 외부에 있는 나의 일부 +3
오라클 / 2017-04-27 / 조회 694 

본문

나의 외부에 있는 나의 일부 (Me and Beings in the world)

[미술평론] 아트허브 http://www.arthub.co.kr/sub01/board05_view.htm?No=24210

 

류 재 숙 (작가, 연구공동체-우리실험자들 회원)

 

『나의 외부에 있는 나의 일부』 채한리 개인전

전시작가 : 채 한 리 (Chai han lee)

초대일시 : 2017. 05. 01(월) 18:00 Opening 

전시일정 : 2017. 05. 01(월) ~ 05. 15(월) *수요일 휴관

관람시간 : Open 12:00 ~ Close 18:00 

전시장소 : 예술공간-서:로  http://blog.naver.com/seoro-art

                서울 용산구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1-1419   

 

 

  인간은 자기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채한리의 캔버스는 그와 함께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들로 다채롭다. 그 세계에는 그와 같이 사는 고양이나 강아지가 있고,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기억이 있고, 좋아하는 풍경들이 있고, 권태로운 낮잠 속에서 만난 꿈들이 있고, 그리고 신화 속의 흰 독수리가 있다. <A Shelf> 그의 캔버스는 인간과 동물-사물은 물론, 기억-꿈-풍경까지 모든 존재자들이 하나로 만나는 일관성의 평면을 꿈꾼다. 인간으로 환원되지 않는 존재의 평면. <A Flower-Bird Screen>이 평면에서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을 가로지르는 횡단이 보인다. 

 

그리고 채한리의 모든 작품 속에는 그가 있다. 그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오브제이다. 그것은 자신을 이들 존재자들과 함께 놓음으로써, 기꺼이 존재의 평면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즐거운 놀이 같은 것이다. 개와 고양이, 흰 독수리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을 당당한 존재로 느낀다. <A Leader of Animals> 전설의 흰 독수리가 전해주는 엽서에는 잃어버린 신화로부터 전해지는 메시지가 담겨있을 터이다. <Messengers> 아, 그는 그들과 함께 작업하고<Studio>, 그들과 함께 뛰어놀고<A Dream>, 나른하고 붉은 꿈을 꾼다<Nap>. 

 

동물이나 사물, 기억, 꿈, 풍경은 나에게 무엇인가? 그것들은 나에게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나와 분리되지 않는 어떤 것들이다. 나와 시간을 나누는 동물이나, 생활 속에 있는 사물들, 환상을 점유하는 꿈, 그리고 잃어버린 사람들과 기억들. 이것들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이며, 내가 나인 것은 이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이것들은 나의 외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나의 일부인 것들이다. 내가 이것들과 하나의 신체를 이룰 때, 나는 세계 속의 완전한 존재로 느낀다. 

 

A%20Leader%20of%20Animals%20Oil%20on%20C

 채한리, A Leader of Animals, Oil on Canvas, 80.3x100cm, 2016

개와 고양이, 흰 독수리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자신을 당당한 존재로 느낀다.

 

Messengers%20Oil%20on%20Canvas%2080.3%20

 채한리, Messengers, Oil on Canvas, 80.3x100cm, 2016

동물이나 사물, 기억, 꿈, 풍경은 나의 외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나의 일부인 것들이다.

 

A%20Shelf%2080.3%20x%20116.8%20(50P)%20O

 채한리, A Shelf, Oil on Canvas, 80.3x116.8 cm, 2016

그의 캔버스는 인간과 동물-사물은 물론, 기억-꿈-풍경까지 모든 존재자들이 하나로 만나는 일관성의 평면을 꿈꾼다.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을 횡단하는 존재의 감각          

 

우리가 사물들과 단지 개체로만 구별되는 어떤 순간, 인간과 사물들은 동일한 평면에서 만나고 자유롭게 접속하고 자유롭게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런 경험을 하게 될 때 처음부터 이렇게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마치 그렇게 되기를 계획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 계획이 완성된 것처럼 만족스럽다”고 한다. 이때 나는 나를 떠나 다른 것에 도달하는 느낌, 나를 넘어서는 어떤 감각을 갖게 된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존재의 감각을 표시하는 하나의 기호인 셈이다. 

 

한편 그의 캔버스가 인간적인 것들을 충분히 추상하고 있는가 묻게 된다. 인간은 동물의 리더가 되어야 할까, 인간의 동물-되기는 이로써 충분한가? <A Leader of Animals> 이것은 스튜디오에서 스텝으로 참여하는 개의 인간-되기인가? <Studio> 어째서 흰 독수리는 나의 메신저가 되고, 내가 잠자는 동안 동물들은 내 꿈을 위해 봉사하는가? <Messengers>, <Nap> 무엇보다 인간은 여전히 그들의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자리가 사라지지 않는 동안, 채한리의 세계는 몽환적인 신화적 나르시즘에 갇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채한리의 세계에서 인간은 동물이나 물건처럼 사물화되고, 사물들은 인간과 동일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인간이 목적이 되는 인간주의를 해체하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좀더 엄격하게 보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은 사물(thing)로서 존재한다. 스피노자의 자연, 스피노자의 평면. 따라서 채한리가 도달해야 하는 존재의 평면은 인간이 아니라, 사물의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역시 사물로서 그 평면에 참여하는 방식. 그런 의미에서 그의 캔버스는 사물을 향하여 좀더 밀고 갔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과 사물의 횡단적 접속과 식별불가능한 개체-되기.

 

Nap%20Oil%20on%20Canvas%2090.9%20x%2072.

 채한리, Nap, Oil on Canvas, 90.9x72.7cm, 2016

나를 떠나 다른 것에 도달하는 감각, 그의 작업은 이러한 존재의 감각을 표시하는 하나의 기호인 셈이다. 

 

Studio%2080.3%20x%20100%20cm%20(40F)%20O

 채한리, Studio, Oil on Canvas, 80.3x100cm, 2016

스튜디오에서 스텝으로 참여하는 개는 동물의 인간-되기인가?

 

A%20Flower-Bird%20Screen%20Oil%20on%20Ca

 채한리, A Flower-Bird Screen, Oil on Canvas, 80.3x116.8cm, 2016

인간의 자리가 사라지지 않는 동안, 그의 세계는 몽환적인 신화적 나르시즘에 갇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삶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어떻게 거칠어지나?          

 

채한리의 또 다른 캔버스는 거칠고 어두운 세계를 드러낸다. 바느질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현실의 삶을 살아내는 듯 보인다. <A Woman with Large Cloth>, <Sewing> 늙고 병들어 누워있거나, 엉클어진 털 속으로 형체를 감춘 개는 더 이상 아름답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다. <An Old Dog>, <A Dog after Shaving> 그리고 두 개의 <A Box>는 무심하고, 풍경들은 날카로운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A Winter Night>, <A House of a Shaman>, <An Old Town with Yellow Clouds>. 우리의 삶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앞의 작업들이 신화와 꿈의 세계라면, 이 작업들은 현실과 삶의 세계로 구분되는 것처럼 보인다. 앞의 작업들이 여럿이 세계를 이루는 작업인 반면, 이들은 대체로 홀로 있거나 자기세계 속에 고립되어 있다. 그래서 앞의 계열들이 하나 같이 몽환적이고 노래의 리듬이 흘러나오는 반면, 이것들은 차갑고 공허한 바람으로 가득하다. 마찬가지로 색체에 있어서도 명랑하고 따뜻한 것과 차갑고 어두운 것으로 구별된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붓터치와 거칠고 무심한 붓질도 대조를 이룬다. 

 

그래서 이 세계는 리얼리즘의 세계이며, 세계 속에 고립된 단독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존재자가 함께 어울려 있을 때 완전해지는 경험은, 홀로 있는 고립된 존재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계열은 몽상적 세계가 존재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이 두 세계는 표면에서는 서로 다른 형상을 하고 있지만, 동일한 내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현실이 고독할수록 신화는 찬란하고, 꿈이 아름다울수록 현실은 낯선 무엇이 된다. 

 

Sewing%20Oil%20on%20Canvas%2090.9%20x%20

 채한리, Sewing, Oil on Canvas, 90.9x72.7cm, 2016

바느질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현실의 삶을 살아내는 듯 보인다. 우리의 삶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A%20Dog%20after%20Shaving%20Oil%20on%20C

▲ 채한리, A Dog after Shaving, Oil on Canvas, 72.7x90.9cm, 2016

엉클어진 털 속으로 형체를 감춘 개는 더 이상 사랑스럽지도 않다. 세계 속에 홀로 있는 존재자의 형상.

 

An%20Old%20Town%20with%20Yellow%20Clouds

▲ 채한리, An Old Town with Yellow Clouds, Oil on Canvas, 53x65.1cm, 2017

다채로운 신화가 생성되는 캔버스는 쓸쓸하고 고독한 풍경으로 변한다. 그의 작업은 두 세계를 분절하는 긴장 속에 있다. 

 

  몽상과 일상을 가로지르는 존재의 감각          

 

우리의 내면은 자유로운 몽상과 딱딱한 일상으로 세계를 사유한다. 이러한 내면의 풍경은 그의 캔버스에서 “오브제가 편안할 때 붓은 거칠어지고, 오히려 낯선 오브제를 그릴 때 부드러워진다.”그래서 친숙한 일상은 자유롭게 거칠고, 낯선 몽상은 조심스럽게 부드럽다. 우리는 하나의 내면에서 펼쳐지는 몽상과 일상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감각한다. 우리의 몽상이 아름다운 것은 거친 일상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거친 일상은 아름다운 몽상에게 위안 받는다. 

 

나는 사물들과 함께 세계를 구성하지만, 동시에 세계 속에 홀로 존재한다. 개와 고양이는 신화적 존재가 되는가 하면, 시간 흐름 속에서 소진되는 존재이다. 다채로운 신화가 생성되는 캔버스는 한 순간, 쓸쓸하고 고독한 풍경으로 변한다. 하나의 동일한 것들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이러한 긴장이 만들어내는 차이의 감각을 획득하는 힘이 그의 작업들을 살아있게 한다. 채한리의 작업들은 두 세계를 분절하는 긴장 속에 있다. 그는 하나이면서 동시에 다른 존재로서 세계를 감각한다. 

 

『나의 외부에 있는 나의 일부』는 존재의 감각을 회화적으로 추상한 것이다. 다만 이제 추상은 내면의 사유에서 신체적인 것으로 단단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추상이 두 세계의 분절을 횡단하는, 몽상도 일상도 아닌 새로운 세계를 생성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때 우리는 그의 캔버스에서 몽상과 일상을 가로지르는 식별불가능한 세계의 연출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세계 속에서 꿈꾸거나 삶을 살아내는 방식에서, 세계를 꿈꾸게 하고 세계로 하여금 한 알의 먼지처럼 흩어지게 하기.  

A%20Woman%20with%20Large%20Cloth%20Oil%2

▲ 채한리, A Woman with Large Cloth, Oil on Canvas, 76x66cm, 2016

우리의 몽상이 아름다운 것은 거친 일상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거친 일상은 아름다운 몽상에게 위안 받는다. 

 

An%20Old%20Dog%20Oil%20on%20Canvas%2080.

▲ 채한리, An Old Dog, Oil on Canvas, 80.3x116.8cm, 2016

동물은 신화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시간 속에서 소진된다. 그는 하나이면서 동시에 다른 존재로서 세계를 감각한다. 

 

A%20House%20of%20a%20Shaman%20Oil%20on%2

▲ 채한리, A House of a Shaman, Oil on Canvas, 80.3x116.8cm, 2017

몽상도 일상도 아닌 새로운 세계의 생성. 이때 우리는 그의 캔버스에서 식별불가능한 세계의 연출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 

『나의 외부에 있는 나의 일부』 채한리 작가소개

 

채 한 리 (Chai han lee)

2008 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 (MFA), Boston, USA

2005 고려대학교 미술학부 (BFA), Seoul, Korea

 

Solo Exhibition

2013 채한리 초대전, 갤러리 각

2011 New Work 공모선정전, 문신미술관 (문 갤러리)

2008 Lamer Leading Artist 선정 초대전, 라메르 갤러리

2005 스페이스 셀 공모선정전, 스페이스 셀 갤러리

2005 관훈 갤러리 공모선정전, 관훈 갤러리

 

Group Exhibition

2017  내가 있는 지금으로 — 2인전, 2nd 애비뉴 갤러리

2015  키미 아트 기획전, 키미 아트 갤러리

2007  Mesmerizing Gaze — 5인전, Museum of Fine Arts, Boston, Courtyard Gallery, Boston, USA

2005  카오스 — 4인전, 조흥갤러리

 

AWARD

2008 The Dehn Fund Award (Tufts University)

 

댓글목록

아침님의 댓글

아침

5월1일 부터 채한리 개인전 합니다.
봄나들이 오시듯 놀러오세요.
미술평론은 오라클님께서 써주셨어요.^^

주호님의 댓글

주호

주호
오라클 님의 고정일거리(?)가 생겼네요. 다른 일도 많으신 분이 꾸준히 미술평론까지 쓰시는 걸 보니 자극이 됩니다. 저도 열심히 써야겠어요.
전 작가의 작품들의 강렬한 색채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네요. 동물의 모습을 사랑스럽게만, 순종적이게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구요. 시간나면 작품을 직접 보러 한번 가봐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댓글의 댓글

공동체에서 작업이란, 임금으로 교환되지 않는 것인 반면 자기 욕망에 충실한 것이지요^^
미술평론은 이제까지 내가 해왔던 여러 글쓰기의 영역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여서 즐겁습니다.
채한리의 작품은 색채의 명랑함이나 신화적 몽상이 아름다워서 평론을 쓸 때도 행복했어요.
같이 보러 가요^^*

잡담과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