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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때 했던 중고책 시장 이야기 +4
정아은 / 2017-05-13 / 조회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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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책 시장에 대해 인터넷에서 좀 찾아봤습니다. 중고책 판매에 대해 출판사가 싫어한다, 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왜 싫어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여러 기사를 보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이 많이 있겠다 싶네요.

아래에 제가 봤던 기사의 일부를 덧붙입니다.

 

....중고책 시장 확대는 소비자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새 책을 사서 본 뒤 절반 가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팔면 1차 소비자와 2차 소비자는 모두 반값에 책을 본 게 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생기고, 공급이 있으면 새로운 수요를 형성하는 게 시장 원리인 만큼 대형 서점의 중고책 시장 진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못내 불편하게 보는 곳이 있다. 새 책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출판업계다. 중고책 시장이 활발해지면 새 책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강일우 창비 대표는 “대형 서점의 중고책 시장 진출은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것과 같다”며 “출판업계의 성장동력을 까먹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서점의 중고책 시장 진출은 기존의 작은 헌책방들을 고사시킬 뿐만 아니라 책은 팔리지만 출판사나 저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없어 좋은 책을 내놓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파괴된다는 것. 한 출판단체 대표는 “대형 서점들이 중고책 시장 진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는 새 책을 팔아야 할 대형 서점들이 중고책 사업을 확대하는 데 대해 “출판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중고책이 많이 팔리면 새 책이 적게 팔릴 뿐 아니라 콘텐츠의 2차, 3차 유통에 따른 저작권료 추가 수입도 없다”며 “출판사뿐 아니라 저자의 인세 수입도 떨어뜨려 제작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일우 창비 대표도 “중고책의 대량 거래는 출판업계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고책 시장이 활성화되면 큰 틀에서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니 대형 유통업체가 열악한 출판사를 착취하는 구조가 보이네요...이렇게 되면 새 책을 내겠다는 동력이 줄고, 그렇게 출판시장이 전체적으로 같이 가라앉을 수도 있을 듯...이런 사정을 알고 나니 중고책 유통에 대해서도 양가감정이 생겨나네요(저작권 유통 음반시장에 대해서 그렇듯). 저성장 시대를 맞아 자본주의 큰 틀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 세세한 과정의 불공정함이 결국 어떤 형태로 수렴될지, 혹은 어떠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게 될지...이론적인 면에서는 중고책 시장 활성화가 반가운데, 현실에서는 안 그래도 책 만드는 수고의 열매를 가장 크게 가져가 보기 싫었던 유통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또 단물을 빠는 모습이 참 보기 싫으네요. 큰 틀에서 '중고'의 범람은 계속되고, 그 과정에서 대형유통업체만 재미보는 건 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러려면 중고 유통시 2차 유통에 대한 저작권 같은 걸 물려야 할까요? 아, 그렇게 되면 너무나 세세히 구석구석 만물을 자본화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는 걸까요? 머리 아픕니다ㅠㅠ
 

댓글목록

케로로님의 댓글

케로로

아 맞다. 그때 뒤풀이 자리에서 선생님께 다시 여쭤봤는데, 상인자본이 이득을 보는 거 같고 책은 좀 독특한 상품이라는 이야기도 하셨어요.(다른 물건은 그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사용가치가 있는데, 책은 읽고 나면 되는... 정확히 이해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이런 의미)
저는 이런 현상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상품으로서의 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니까요.
"업계의 성장동력을 까먹는 일"이라는 말이 우리 회사 잉여가치 줄었음, 이렇게 들린다는... 사실 업계 전체를 생각한다면, 대형출판사에서 (작은출판사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유통구조문제나 도서관 활성화 등등을 고민해야 하는데(도서정가제 변칙 적용도 대형출판사에 가장 많이 하면서!), 이런 부분에만 목소리를 낸다는 건 자본의 특성을 이해하니 이해가 되네요. ㅎㅎ.
중고책 유통으로 더 타격을 입는 건 베스트셀러 보유 출판사일 거예요.(많이 팔린 책이 중고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세미나 때도 말했지만, 실제로 중고가 아닌데 중고처럼 싼값에 유통되어 도서정가제를 파괴하는 게 큰 문제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상인자본과 소비자들의 이익추구로 생겨난 일이네요. 저자나 출판사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마냥 하고 있다니-.-;;(선완규 선생님 계셨으면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요.)

정아은님의 댓글

정아은 댓글의 댓글

"업계의 성장동력을 까먹는 일"을 듣고 아, 그렇구나, 중고 시장의 도래라고 좋게만 볼 게 아니었네? 생각했던 제가 ㅎㅎ...너무 순진하게 느껴지는군요. 그 말을 보고 바로 '우리 회사 잉여가치 줄었음'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 제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계산없는 순수의 화신 휴머니스트이기 때문이겠죠?^^  그나저나 선완규 샘 얘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지난 시간에 오셔서 번뜩이는 혜안을 풀어놓으셨으면 딱이었을 텐데...담 시간에 오시면 여쭤보아야겠어요.

효진님의 댓글

효진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몇 가지 드는데요, 일단 중고책 상품이란 것도 저가상품의 일종이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대형 유통사들이야 기존의 비효율적인 출판 시장이 무너지면서 수직계열화의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저는 지금도 책값이 (평균적으로) 딱히 비싸다고 생각하진 않고 오히려 대형 출판사들 중심으로 가격을 내리누르는 힘이 강하지 않나 생각을 하는데요, 그걸 또 중고상품화해서 더 싸게 만들고 그렇게 수요를 창출하는 건 어쨌든 곱게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그냥 일개 독자로서도 묘하게 기분이 나쁜). 어떤 면에서는 새책의 구매자가 중고책 시장에 책을 내놓음으로써 지난 지출을 얼마간 회수하게 되니 새 책 구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지갑을 잘 열게 되는 면도 있을 것 같지만... 아무튼 이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중고 유통시 2차 유통에 대한 저작권" 같은 것도 고려해 봄직하게 느껴져요!ㅎㅎ

정아은님의 댓글

정아은 댓글의 댓글

맞습니다. 우리나라 책값이 결코 비싸지 않지요. 우리나라에서 책이 해적파일로 돌지 않는 이유가 책값이 싸기 때문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요. 복사하는 것 보다 사는 게 싸게 먹히기 때문이라고...효진 님 댓글 읽으면서 문득 중고시장으로 인해 책값이 더 비싸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출판사들이 어차피 예전처럼 박리다매로 많이 팔아 이득 남기는 게 안 된다 싶으면 값을 올리는 쪽으로 가지 않을지?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옵션도 있으니 결국 종이책은 극소수만 사보는 고가 사치품이 되지 않을지? 도래할 미래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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