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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展] WHERE IS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5
오라클 / 2017-06-15 / 조회 1,097 

본문

WHERE IS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미술평론] 아트허브 http://www.arthub.co.kr/sub01/board05_view.htm?No=24422

 

류 재 숙 (작가, 연구공동체-우리실험자들 회원)

 

 『WHERE IS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지원 개인전

전시작가 : 지 원 (Jiwon)

전시일정 : 2017. 06. 18(일) ~ 06. 24(토) 

관람시간 : Open 13:00 ~ Close 18:00 

전시장소 : 예술공간-서:로 http://blog.naver.com/seoro-art

                서울 용산구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1-1419   

 

 

   몽상daydream. 당신은 어떤 시간에 꿈꾸는가?          

 

지원Jiwon은 지구상에는 없는 마치 외계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생물체 같은 것들을 드로잉한다. 이것들은 지구에 속한 것인지 외계에서 온 것인지, 벌레인지 식물인지, 인공물인지 자연물인지, 식별불가능하다. 사실 이것들은 아마존의 어느 습지, 혹은 고산지대의 까마득한 비탈 같은 곳에서 자라나는 균사체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버섯이 아니라서 균사체라는 생소한 명명이 어울린다. 그것들은 기이하면서 아름답고, 신비로우면서 충격적이다. 균사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초의 원시생명체이다. 원시적인 그것들은 우리 감각의 미세한 부분들에 틈입한다.

 

그는 그것들을 충실하게 따라 그리지만, 드로잉이 사실적일수록 추상적으로 보인다. 식별할 수 없는 이것들은 그의 작업을 구상인지 추상인지 규정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균사체의 식별불가능성으로부터 생성되는 구상 같은 추상 혹은 추상 같은 구상, 결국 구상도 추상도 아닌 어떤 작업. 식별할 수 없는 이것들을 그리는 동안 그는 지금도 과거도 아닌, 그 너머의 어떤 미지의 세계에 접속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실은 한순간 비현실적인 시간 속에 존재하고, 그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좌표에서 유영한다. 

 

지원의 균사체들은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꾸물거린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꿈꾸고 있다. 그것들은 지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꿈을 꾸고 있었으며, 그것들의 일은 온통 ‘꿈꾸기’로 하나로 분주하다. 아무것에도 아랑곳없이 누구도 방해할 수 없이, 오로지 꿈꾸기에 충실한 생명체를 본적이 있던가! 그것들이 존재하는 것은 꿈꾸기를 위해서인 것처럼, 꿈꾸기는 그것들의 존재이유이자 존재증명이다. 그는 이 균사체의 연작을 <눈 뜨고 꿈꾸기>라고 부른다. 

 

우리의 시간은 수많은 관계, 수많은 일들로 촘촘하다. 이 시간들이 촘촘할수록 우리 존재는 사라지고 없는 것처럼 감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에서 떠나 잠 속에서 꿈꾼다. 한편 그는 현실을 구성하는 촘촘한 얼개가 헐거워진 틈 사이로 균사체의 거대한 꿈을 밀어넣는다. 이것들을 그리는 동안 그는 꿈꾸는 균사체가 되고 몽상하는 생명체가 된다. 그의 균사체를 따라 우리는 균사체의 꿈꾸기 작업에 동참한다. 세계가 균사체의 꿈속에서 떠다닌다. “몽상daydream은 낮에 꾸는 꿈이다.” <눈뜨고 꿈꾸기>는 ‘잠들지 않은 채 꿈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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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꿈꾸기(detail),  가변크기, 종이에 먹지, 2015-2016>

이것들은 지구에 속한 것인지 외계에서 온 것인지, 인공물인지 자연물인지, 벌레인지 식물인지, 식별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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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꿈꾸기(detail), 가변크기, 종이에 먹지, 2015-2016>

균사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초의 원시생명체이다. 원시적인 그것들은 우리 감각의 미세한 부분들에 틈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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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꿈꾸기(detail), 가변크기, 종이에 먹지, 2015-2016>

그것들이 존재하는 것은 꿈꾸기를 위해서인 것처럼, 꿈꾸기는 그것들의 존재이유이자 존재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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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꿈꾸기(detail), 가변크기, 종이에 먹지, 2015-2016>

이것들을 그리는 동안 그는 꿈꾸는 균사체가 되고 몽상하는 생명체가 된다. 세계가 균사체의 꿈속에서 떠다닌다. 

 

   공간space. 당신은 어떤 공간을 꿈꾸는가?          

 

지원Jiwon의 균사체들은 어느 순간 현실의 익숙한 공간에 등장한다. 무심히 지나다니는 빌라 앞에서 포자를 터트리는 항아리 같은 <스며든 구멍들1>, 이웃집 텃밭에서 기어다니는 뽀죡하고 갈퀴같기도 한 <스며든 구멍들2>, 지하주차장에 놓인 거대한 머리카락 뭉치 같고 모자 같기도 한 <스며든 구멍들3>, 눈발이 날리는 풀밭에서 외계생명체 같은 것들이 자라나는 <스며든 구멍들4>. 익숙한 공간에 던져진 이것들은 우리의 감각을 공포스럽게 한다. 이것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여기는 어디인가? 익숙한 공간은 순간 낯설고 불안한 감각으로 점령당한다. 

 

그가 현실의 틈으로 밀어넣은 균사체들이 구멍을 비집고 나와 현실의 공간에 스며든다. 균사체들은 아마존의 습지에서 그의 작업을 거쳐, 이제 우리의 공간으로 침입한 듯 보인다. <스며든 구멍들> 연작은 얼핏 현실의 공간과 비현실적인 오브제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사실 비현실적인 공간과 현실적인 오브제로 구성된 작품이다. 균사체가 추상에 가까울 만큼 충실하게 묘사된 것인 반면, 공간들은 익숙한 만큼 그의 작업 속에서 재구성된 것이다. 균사체의 실재성을 드러내기 위해, 공간은 생략되거나 추가된 형태로 추상된다. 

 

이렇게 연출된 공간은 우리를 다른 방식으로 감각하게 한다. 그가 만든 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가면, 거기에는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다. 익숙한 공간에 등장하는 낯선 생명체는 현실을 낯설게 하고, 현실에 침입한 비현실성은 공간을 꿈꾸게 한다. 낯선 것들은 불안하게 하지만, 불안한 것들은 다른 감각을 만든다. 다른 감각은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보게 하는 방식이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외부적인 것이다. <스며든 구멍들>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를 통해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낯선 감각 깨우기’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은 익숙한 사물들로 채워져있다. 이 사물들에 익숙해질수록 공간은 더 이상 우리를 꿈꾸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도피한다. 한편 그는 자주 보는 풍경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보게 한다. 우리는 지하주차장에서 커다란 모자가 말을 걸어오거나, 눈보라 속에서 홀로 꿈틀거리는 이상한 것들의 외침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다 이웃집 텃밭에서 수상한 것들이 벌이는 수상한 일들을 오랫동안 지켜보게 될 것이며, 동네의 빌라 앞을 지나다 말고 이상한 포자를 따라 이상한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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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 구멍들1, 50x61cm, 종이에 먹지, 2016>

익숙한 공간에 던져진 이것들은 우리의 감각을 공포스럽게 한다. 익숙한 공간은 순간 낯설고 불안한 감각으로 점령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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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 구멍들2, 55x45cm, 종이에 먹지, 2016>

익숙한 공간의 낯선 생명체는 현실을 낯설게 하고, 현실에 침입한 비현실성은 공간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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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 구멍들3, 50x60cm, 종이에 먹지, 2016>

<스며든 구멍들>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를 통해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낯선 감각 깨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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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 구멍들4, 54x40cm, 종이에 먹지, 2016>

그는 자주 보는 풍경들을 다른 감각으로 보게 한다. 우리는 눈보라 속에서 홀로 꿈틀거리는 이상한 것들의 외침을 듣게 된다.


   출구exit.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지원Jiwon의 이번 전시는 먹지드로잉 작업이다. 페인팅이 아니라 드로잉으로 작업하는 방식, 연필이 아니라 먹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페인팅작업에 필요한 작업공간과 작업조건이, 드로잉작업에서는 많은 부분 간소화될 수 있다. 작업이 펼쳐지는 일정한 공간, 페인팅물감에 들어가는 비용같은. 한편 연필드로잉이 갖는 작업방식의 편리함과 달리, 먹지드로잉은 작업방식에서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이 따른다. 먹지를 덧대어 농담을 표현해야 하고, 종이에 밀착하는 먹지의 특성 때문에 수정이 힘든.

 

페인팅작업에 필요한 작업공간이나 작업비용을 회피하면서도, 연필드로잉의 편리함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 그래서 선택된 작업방식이 먹지드로잉이다. 특히 연필드로잉과 달리 먹지드로잉은 종이에 직접 작업하지 않고 중간매개로 먹지를 삽입한다. 그는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의 중간지대를 포착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연필의 물성이 종이 위에 날린다면, 먹지의 물성은 종이에 자국을 내며 안착한다. 그의 작업는 먹지의 물성이 갖는 특이한 효과를 표현한다. 그는 작업방식에서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떤 방식을 실험한다.

 

그는 한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냈던 적이 있다. 그는 가장 치열한 직장인의 현실을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수입에 비하면 직장인의 월급이 비현실적이며, 작가의 시간에 비해 직장인의 시간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직장인의 시간은 돈을 벌거나 돈을 쓰는 것으로 채워져있다. 돈이 지배하는 직장인의 삶 속에서 자기 존재를 감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맑스가 노동자를 ‘노동시간의 인격화’라고 표현한 것은 은유가 아니다! 직장이라는 시스템의 ‘뜨거운 맛’을 경험한 그에게 작업은 빛나는 즐거움이고 ‘절실한 꿈꾸기’이다. 

 

특이한 형체를 가진 균사체를 먹지로 드로잉하는 그의 작업은 ‘자기 삶의 출구-찾기’의 실험과 같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자기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현실적일수록 출구는 어디에도 없고, 비현실적이 될수록 그것은 어디에나 있다. 그는 균사체를 드로잉하면서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연출하면서 다른 공간을 떠돈다. 그의 작업은 현실을 해체하고 해체된 현실 위에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시간을 꿈꾸게 하기, 공간을 꿈꾸게 하기, 결국 앉은 채로 떠나기.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좀더 비현실적인 출구를 모색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작업이 비현실적일수록 꿈은 더 큰 주파수를 가질 것이며, 보다 절실하게 현실과 공명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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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팅작업에 필요한 작업공간이나 작업비용을 회피하면서도, 연필드로잉의 편리함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 

그래서 선택된 작업방식이 먹지드로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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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업은 ‘출구-찾기’의 실험과 같다. 현실적일수록 그것은 어디에도 없고, 비현실적이 될수록 그것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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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S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작가소개

 

지 원 Jiwon

2014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조형미술전공 졸업

2007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개인전 Solo Exhibition

2017  WHERE IS-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예술공간 서:로, 서울

2017  저기, 저 달은, 룬트갤러리, 서울

 

단체전 Group Exhibition

2016  도약의 단초, 탑골미술관, 서울

2016  보행 연습, 역삼1동 문화센터 갤러리, 서울 

2013  25Decibel, 한원미술관, 서울 

 

수상경력

2016  룬트갤러리 작가 공모 당선

2016  탑골미술관 신인작가 지원 사업 공모 당선

2016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

댓글목록

아침님의 댓글

아침

지원작가는 회사생활 5년 만에 '이러다간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그만 두었다고 하네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지원작가는 생계가 힘들어도,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한번도 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지금 정말 행복하다며 웃는 지원작가를 보면서 문득 자본론을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작가 지원은 자신의 미술작업이 현실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출구를 찾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눈을 뜨고 꿈꾸는 것' 혹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구멍을 찾아 가시화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자기가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 작업의 지도그리기'에 현명한 작가입니다.
응원과 기대를 아끼지 않습니다^^*

지원님의 댓글

지원

안녕하세요,, 지원 입니다! 위의 선생님들 모두 이미 소개를 너무 잘 해주셔서.. 작업에 대해 굳이 부연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예술이 이렇고 미술이 저렇고 하는 것보단, 작업을 하는 것이 당연한, 평온한 일상을 사는 것이 삶의 목표입니다.
그건 내 능력 뿐 아니라 주위의, 세상의 여러 도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살고 있어요!! 이번 전시도 바쁘신 일정에도  여러모로 지원해주신 분들과 그 인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댓글의 댓글

예술 혹은 소수적 예술이 가치화하지 않는 노동, '쓸모' 없는 작업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예술은 자본주의적 노동을 대체하는 작업모델일 수 있고,
예술가는 노동자을 넘어서는 새로운 주체성으로 파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예술가처럼 작업하고, 예술가처럼 살기!"

아침님의 댓글

아침

지원작가의 댓글이 반갑네요.
작업하는 평온한 일상은 모든 예술가의 목표가 아닐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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