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우리놀이터 > 잡담과수다
  • 잡담과수다
  • 우리사회의 풍경, 일상의 감각, 생활의 기술 등 자유롭게 잡담하고 수다를 떠는 공간입니다.
잡담과수다

[나사박展] PLEASE TAKE A SEAT - 어느 시트의 기억 +4
오라클 / 2017-06-27 / 조회 1,180 

본문

『PLEASE TAKE A SEAT』 어느 시트의 기억  

[미술평론] 아트허브 http://www.arthub.co.kr/sub01/board05_view.htm?No=24492

 

류 재 숙 (작가, 연구공동체-우리실험자들 회원)

 

『PLEASE TAKE A SEAT』 나사박 첫개인전

전시작가 : 나사박 (Nasa Bak)

전시일정 : 2017. 07. 01(토) ~ 07. 12(수) 

관람시간 : Open 11:00 ~ Close 19:00 

전시장소 : 예술공간-서:로 http://blog.naver.com/seoro-art

                서울 용산구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1-1419   

 

  시트의 기억 :: 시트는 그를 어떻게 기억할까?          

 

Memory of a Seat1. 불안정한 신체 :: 나사박의 <앉아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머물렀던 시트에게 묻는다면, 시트는 그들을 ‘불안정한 신체’로 기억할 것이다. <앉아있는 사람> 연작에 등장하는 그들은 모두 불안정하게 앉아있고 불편하게 자리한다. 놀이터 미끄럼틀 끝에 걸터앉거나, 중고가구 매장에 퍼질러 앉거나, 이사짐 위에 혹은 물건을 담는 상자 혹은 이동하는 카트 위에 혹은 베드 위에 혹은 겹쳐놓은 의자 위에, 그리고 진입금지의 구조물 위에 앉아있다. 그들은 불안정한 것들 위에 앉아있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경우에도 불안하게 있다. 무엇이 그들을 불안하게 하고, 어째서 그들은 불안정하게 있는 것일까? 

 

Memory of a Seat2. 무기력한 신체 :: 한편 <앉아있는 사람>들에 대해 어느 시트는 ‘무기력한 신체’를 떠올렸다. 그들은 표정이 없고 의지가 없으며, 어떤 생각도 흐르지 않는 신체를 가졌다고. 그들은 또한 피로하고 무기력했으며, ‘그저 앉아있음’으로만 존재했었다고. 불안정한 신체 가운데 일부는 ‘불안정하게 무기력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파란 얼굴은 피로와 무기력의 증거이며,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로는 신체를 거쳐 마침내 그들이 앉아있는 시트까지 파랗게 물들인다. 그들을 점령한 무력감의 실체는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을 피로한 신체로 만든 것일까? <놀이터>, <진입금지>, <하늘이 무너지다>, <bedroom>.

 

Memory of a Seat3. 발작하는 신체 :: 다른 한편 어느 시트는 <앉아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경련을 일으키거나 경련 직전의 ‘발작하는 신체’로 증언할 것이다. 그들은 앉은 채로 손과 발을 쳐들고 무언가를 말하는 듯 했고, 그들이 어찌 할 수 없을 때는 허공으로 쏟아지는 물이 발작을 대신하기도 했다고. 불안정한 신체 가운데 드물게 ‘불안정하게 발작하는’ 단계로 폭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언젠가부터 의지도 생각도 없었으므로, 이 발작과 경련은 신체의 것이다. 어떤 순간에 신체는 폭발하게 되는가? 이 폭발은 그들 혹은 신체의 무엇을 드러내는가? <공사>, <흐름>, <몸서리>.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의자들> 116.8 x 80.3cm _ acrylic on canvas _ 2017

Memory of a Seat1. 불안정한 신체 :: 

그들이 머물렀던 시트에게 묻는다면, 시트는 <앉아있는 사람>들을 ‘불안정한 신체’로 기억할 것이다.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bedroom> 45 x 53cm _ acrylic on canvas _ 2016

Memory of a Seat2. 무기력한 신체 :: 

파란 얼굴은 피로와 무기력의 증거이며,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로는 신체를 거쳐 마침내 그가 앉아있는 시트까지 파랗게 물들인다.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몸서리> 50 x 65.1cm _ acrylic on canvas _ 2017

Memory of a Seat3. 발작하는 신체 :: 

그들은 언젠가부터 의지도 생각도 없었으므로, 이 발작과 경련은 신체의 것이다.

 

  존재의 감각 :: 그는 시트를 어떻게 감각할까?          

 

A sense of Being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불편함 :: 우리는 잠잘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앉아서 먹고 앉아서 이야기하고 앉아서 일하고, 때로 앉아서 자고 앉아서 꿈꾼다. 그리고 이동할 때조차 앉아있을 자리를 목적으로 한다. 머물 곳을 찾아 이동하기. 이렇게 ‘앉아있음’은 일상의 생활패턴이고 우리의 존재방식이 되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앉을 자리를 찾아다니게 되었을까? 어느 순간 ‘앉아있음’으로 고착되는 일상 패턴이 불편해지고, 우리 존재가 참을 수 없는 것으로 감각될 때가 있다. 나사박의 <앉아있는 사람> 연작은 시트와 결합된 ‘존재의 불편한 감각’에 대한 것이다. 

 

A sense of Being2. 신체와 시트의 불화 :: <앉아있는 사람>들은 휴식도 활동도 불가능한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일어설 수도 누울 수도 없는 상태가 불안하게 혹은 불안정하게 ‘앉아있음’이다. 그들은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존재이다. 나사박은 불안정한 ‘앉아있음’으로 존재의 ‘불편함’을 드러내고 싶다. 이 불편함은 어디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는 신체의 욕망과 시트의 의지 사이의 불화이다. 사실 신체는 흐르고 싶다, 머물지 않고. 하지만 시트는 고정시키고 붙잡으려 한다. “여기 앉아주시겠어요.” 신체의 욕망에 반하여 어쩔 수 없이 앉아있을 때, 우리는 시트의 의지에 속하게 된다. 이때 존재는 불편하다. 

 

A sense of Being3. 사회로부터 고정된 개인의 자리 :: <앉아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연관없이, 앉아있는 자리하고만 관계한다. ‘그저 앉아있음’으로만 존재하는 그들은 자리와 겹쳐지고, 자리에 의해 정의된다. 결국 그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자리만 남게 된다. 이처럼 신체와 시트 사이의 불화가 사회적으로 현상할 때, 문제는 좀더 분명해진다. 우리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나, 사회의 일부분으로 길러진다. 우리의 자리는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사회적 기준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욕망으로 일상을 채우게 된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공사> 65.1 x 53cm_ acrylic on canvas _ 2017

나사박은 불안정한 ‘앉아있음’으로 존재의 ‘불편함’을 드러내고 싶다. 이 불편함은 신체의 욕망과 시트의 의지 사이의 불화이다.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1
<소파2> 24.8 x 24.8cm _ acrylic on canvas _ 2016

사회적 자리와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면서 우리는 무기력하고 피로하다.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의자와 사람> 145.5 x 112.1cm _ mixed media _ 2016

‘그저 앉아있음’으로만 존재하는 그는 자리와 겹쳐지고, 자리에 의해 정의된다. 결국 그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자리만 남게 된다. 

 

  회화로 연출되는 영화 :: 영화처럼 그려진 캔버스          

 

배치를 낯설게, 존재를 불편하게 :: 나사박이 선택한 오브제들은 일상의 사물-장소이고 일상적인 앉아있음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것들이 ‘적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합했을 때, 낯선 배치를 만들어낸다. 배치를 낯설게 만들기. 한편 그는 앉아있는 사람과 시트를 ‘불안정하게 결합하는 방식’으로 불편함을 연출하고 있다. 존재를 불편하게 하기. 이처럼 낯선 배치 속에 앉아있는 불편한 존재로부터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나사박은 <앉아있는 사람>을 연출된 영화처럼 그리고, 캔버스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처럼 연출된 캔버스 :: <놀이터>에 앉아있는 그는 왜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는 걸까? 놀이터 바닥에는 실직한 남자의 공허 같은 것이 떨어져있을까? 수많은 <의자들>을 두고 그는 왜 바닥에 퍼질러 앉아있나? 중고가구 매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알루미늄 은색의 <겹친 의자> 위에서 발은 허공에 떠있는 채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사> 짐 사이에 앉아있는 그의 막막함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늘이 무너지다>는 천장이 무너져 철골이 그를 덮치는 상황을 포착하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무심한 것은 그의 마음이 먼저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리라.

 

사회적 존재에 대한 신체의 저항 :: 나사박의 고백처럼, “나는 평범한 사회적 기준에 따라 성장했다. 익숙해진 생활양식은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였다.”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여기 앉아주시겠어요?”라는 사회적 권유는 강제가 된다! 사회적 자리와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면서 나는 무기력하고 피로하다. 한편 사회가 결정한 자리로 고정되는 존재를 참을 수 없다고 느끼면서 나는 경련하고 발작한다. 시트를 불편하게 느끼거나 혹은 사회적 기준에 대해 무기력하거나 때로 그것에 발작할 때, 그 모든 것은 우리 존재를 고정시키는 어떤 것에 대한 신체적 저항이다. 언젠가 발작하는 신체가 외치는 공포가 들려오기를!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놀이터> 116.8 x 91cm _ acrylic on canvas _ 2016

나사박은 <앉아있는 사람>을 연출된 영화처럼 그리고, 캔버스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이사> 116.8 x 91cm _ acrylic on canvas _ 2016

이사짐 사이에 앉아있는 그의 막막함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6d164cf5d2841c77b9cce146361873f5_1498542
<하늘이 무너지다> 60 x 60cm _ acrylic on canvas _ 2016

천장이 무너져 철골이 그를 덮치는,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에도 무심한 것은 그의 마음이 먼저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리라.

 

......................................................................................................

『PLEASE TAKE A SEAT』 나사박 작가소개

 

나사박 Nasa Bak

2014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 졸업

 

전시 Exhibition

2017  [PLEASE TAKE A SEAT] 예술공간 서:로

2017  [얼킨 COMMON] 건대 커먼그라운드

2016  [Asyaaf] 동대문DDP

2011  [금강미술대전] 대전MBC

 

 

댓글목록

나사박님의 댓글

나사박

안녕하세요, 나사박입니다.
제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까지 꼼꼼히 잘 풀어주시고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정식으로 평론을 받아본게 처음이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격스럽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론 잘 써주신만큼 작업도 더 열심히 하여 발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댓글의 댓글

나사박의 첫개인전에 평론을 하게 되어 저도 영광입니다 ^^
나사박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어려운 조건에도 지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에서 뵙겠습니다. 즐거운 전시가 되기를 ~~!! ^.^

희음님의 댓글

희음 댓글의 댓글

나사박 님 작품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시트는 어떻게 그를 기억할까'라는 컨셉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멋진 작품에 멋진 평론이 덧붙어 나사박 님의 작품이 두 배로 더 빛나는 듯도 하고요.^^

아침님의 댓글

아침

여기서 댓글로 보니 반갑네요~

서:로에서 첫개인전이 많은 이유는
출발하는 작가에게 응원해주고 싶기때문이기도 하고
작가에게 서:로가 의미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길 원하기도 합니다.
(모든 작가에게 첫개인전은 의미있으니깐요)

더운 날씨, 바쁜 시간에도 오셔서
'출발'하는 작가에게 끝까지 '완주'하라고
응원해주세요^^

잡담과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