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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아은의 새 책 '맨 얼굴의 사랑'을 읽고 +4
유택 / 2017-07-27 / 조회 1,35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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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샘의 맑스 파레지아 수업 같이 들었던 
울 학우 정아은의 새 책을 기쁜 마음으로 읽고 나누고 싶어 후기 씁니다. ^^


나도 모르게 책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듯 빛의 속도로 읽었다. 이후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 되어갈까, 주인공 이서경의 끝간데 없는 저 미친듯한 내면의 묘사들에 혀를 내두르며, 과연 이 작가는 제정신일까, 이런 작가의 일상 생활은 어떨까, 이렇게 예민하게 사람의 내면을 포착하는 눈을 가졌다면 사는게 솔직히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전작 <모던하트> <잠실동 사람들>을 인상 깊게 읽었던지라, 주시해왔던 정아은 작가의 세번째 소설 <맨 얼굴의 사랑>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앞번 책들과 같이 우리 삶으로부터 멀리 가지 않는다. 웃음과 눈물, 분노와 환희로 뒤범벅된 진행형으로써의 지금 우리의 삶, 콧구멍, 땀구멍에서 나오는 콧김과 땀내가 느껴질 정도의 이 펄떡이는 실존의 캐릭터들, 통념에 휩싸인 채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건지, 아니면 살아지는대로 살아가는건지 헷갈려하며 살아가는 군상들. 삶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제목에서도 시사하듯 사랑이란 무엇일까 묻게 만든다, 섹스란 무엇일까, 사랑받고자 성형하는 것일까, 사랑하니까 섹스하나, 섹스하니까 사랑하나... 이 무한히 연결된 쇠사슬 같은 동어반복, 찌질해 보이고 지리멸렬한, 그러나 유한해서 너무나 소중한 단 한번의 우리의 삶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은 사랑이다. 결국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다. 작가는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사랑, 섹스. 성형 외로움... 이 모든 것들이 타인을 통해 행해지는 결국 자기 증명아니냐며 시니컬하게 말하기 좋아하는 내 주위 사람들의 말들이 기억났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따져들 필요가 있을까. 카테고리를 나누고 정의하고 규정하고 이러쿵 저러쿵,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들었다. 그게 작가의 의도일까. 정말 차 떼고 포 떼고 가감없이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할 때 정말 다 떼진 건지 혹시 여전히 들러붙어 있는 건 없는지 다시 한 번 가열차게 묻게 만드는 정아은의 <맨 얼굴의 사랑>. 이 무더운 여름날 맨 얼굴로 뜨겁게 내게 다가와서 무척 반갑다. 그렇다. 삶은 사랑이다. 지금 들려오는 신해철의 절규하는 듯한 노래와 잘 어울리는 책이다.


[연합뉴스 인터뷰 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7/20/0200000000AKR20170720148200005.HTML?input=1195m

댓글목록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정아은님은 우리와 함께 [푸코-파레지아]와 [맑스-파레지아]를 같이 공부한 친구입니다.
옆에서 같이 공부할 때는 알수 없었지만, 세상 속에 있는 친구는 정말 멋진 사람이군요~~!!
아은님의 새로운 소설 출간을 축하하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랍니다.^^*

[맨 얼굴의 사랑] 정아은 단편소설, 민음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58675

삼월님의 댓글

삼월

짧지만 힘있는 후기가 인상 깊네요.
'콧구멍과 땀구멍에서 나오는 콧김과 땀내'라는 생생한 표현도 소설의 리얼리즘만큼이나 좋고요.
정아은 님 이번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리얼리즘을 날카로운 무기처럼 사용하는 분이란 걸 알아요.
삶은 사랑이라는 결론. '자기증명'을 위한 욕구와 여정.
그러면 사랑이 무엇일까, 사랑을 정의하기 이전에 왜 우리는 사랑이라는 걸 하려는 걸까,
유택님의 결론에 덧대어 문득 고민해보게 되는 밤입니다.
이 더운 날 지인의 소설을 읽고 후기를 쓰는 따뜻한 남자 유택의 사랑을 응원하면서!

선우님의 댓글

선우

'맨 얼굴의 사랑'  제목에 한 표 던진 일인입니다. 왠지 뿌듯~~^^
음,  그러면 이거 마을버스팀 종점에서  만나 파~뤼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언제 기회가 되려나. . . .  책 사놓고 작가님 불러 싸인하라고 해야겠지요?  ㅋㅋ
폭풍 댓글녀 얼굴 떠올리며 전철에서 피식피식 혼자 웃고 있어요.

소리님의 댓글

소리

축축! 답변이 늦었군요!!
이런 후기를 읽어보니 문득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네요.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삶의 가까이에서 들리는 얘기라는 아은님의 소설이 더 기대되네요! 유택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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