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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일기?] 응, 오락실이 마음에 안 들어! 아니, 오락실이 흉물스러워!! +4
기픈옹달 / 2018-07-02 / 조회 990 

본문

성 내면 안 되는데...

페북에서 어떤 글을 보고 오랜만에;; 

제 개인 페북에 올린 글을 여기도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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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락실 사장 SNS 올린 . ! 무려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회위원이시기까지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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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락실 1호점 자리에 ‘해방촌 이야기’가 사라지며 붙여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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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세한 내용.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재생의 크로스!  

 

오락실 사장의 말. 뜬금없이 해방촌에 오락실을 연 것이 ‘우연히’, ‘부동산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서란다. 7곳이나 직영한다는 사장님께서 동네의 낙후한 모습을 보시고, 게다가 고바위에 사는 학생들의 어려운 오락시설을 보시고 문득 갑자기 오락실을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으셨단다. 어찌나 성업이 되는지 ‘CCTV’로 지켜보며 흐뭇하다는 말씀까지.

 

흉물스럽다는 게 과연 무엇인지. 그는 낙후된 동네의 가난한 살림이야말로 흉물스럽다고 느끼는가 보다. 그 음탕한 시선이야말로 흉물스런 시선이라 부른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겠지? 읽어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향신문에서 콤콤오락실 1호점 자리에 대한 기사를 써주었다. 기사 말미에 실린 구본기의 말을 옮겨본다. “가난하고 더러운 동네에도 기존 생태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수준을 운운하는 것을 보니 송곳이라는 만화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구나.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부동산 사장에게 이야기 듣고, CCTV로 구경하면서 ‘편협한 시각과 수준’이라 말하는 꼬라지를 보면 그가 흉물스러움에 대해 이해하기나 할까? 기억을 지우고 역사를 지우고, 삶을 지워내는 깔끔한 21세기 새마을의 일꾼은 모르겠지.

 

‘동네에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듯’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오랜만에 대차게 욕을 뱉어주었다. 몇 년 전부터 수없이 들어온 이야기, ‘동네에 무엇이 필요하나요?’. 이 질문은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을 지우고, 결여된 공간으로 우리를 밀어버린다. 당최 그대가 이야기하는 필요란 무엇인가? 아하! 동네 오락실!!

 

사실 며칠 전 신흥시장에서 혀를 끌끌차며 지나친 기억이 있다. 동네에 '또' 오락실이 생겼네 라며. 엄훠, 근데 그 오락실이 2호점인건 몰랐네. 그래 지역문화예술활동을 위해 오락실, 그것도 레트로 오락실이 필요하다고 치자. 고작 몇 걸음 가지 않아서 오락실 2호점을 내는 것은 참으로 신선한 생각이다. 암! 동네의 필요를 진득하니 고려한 탁월한 선택입죠.

 

‘지 돈 주고 동네에 뭐라도 해보라고 하면 암것도 못할 것들이’라니 역시 사장님의 입은 우리의 입과 다른가 보다. 1호점 자리에 있던 동네 공간은 월세를 높이는 바람에 뿔뿔이 흩어졌는데, 지난 10년 ‘암것도 못하고’ 흩어졌는데 말이다. 하긴 뭐 우리 돈으로 크게 한 게 뭐 있다고. 다 임대인의 주미니 속으로 들어갔지. 암! 지난 10년, 동네 축제니 뭐니 이것저것 실험한 흔적들은 깨끗이 지워졌지.

 

그러니 ‘냉정하게 지역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니 냉정하게 꼽아보자. 콤콤오락실이 뭘하고 있는지. 몇 가지는 분명하구나. 하나, 지역에 있는 여러 활동을 지웠지. 둘, 우리의 삶을 흉물스럽게 이야기하지. 셋, 힙한 문화공간이야 말로 해방촌의 미래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하지. 넷, 이렇게 떠들어봤자 해방촌은 빈가게와 해방촌이야기 등등 보다는 ‘콤콤오락실’로 기억되겠지. 뿅뿅!

 

뭐, 사장이야 자기 장사에 대해 싫은 말하는 거 싫어하니 저런 글을 싸지르는게 당연지사라 치자. 근데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회 위원’이라는 데 자꾸 눈이 가는구나. 그래 ‘문화정책’이라는 게 그런 거였어? 누군가 문화는 돈이 된다더니 틀린 말 없구나. 연예인이 와서 책방을 열고, 문화정책 위원이 오락실을 연다. 내일 해방촌에는 또 누가 와서 무슨 짓을 할까? 흉물스런 무슨 짓거리를 하겠지.

 

덧: 천년만년 동네에 살 것도 아니고. 애향심이 진득하니 있는 것도 아니고. 뜨내기 삶이 훅하니 불면 날아갈텐데 그냥 지나가다 생각한 짓이라도 해야지. 저 사장이 ‘동네 가이드’로 이름을 날렸다니 나도 가이드나 해야긋다. ‘젠트리피케이션 가이드’ 뭐 누군가는 흉물을 몰아낸다며 청소부를 자처하면, 누군가는 그 자리에 무슨 흉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해줘야지.​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그 자리에 무슨 흉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고 이야기해주는 존재가 정말 필요할 듯 합니다.
해방촌은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니어도, 동네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동네가 어떻게 사라지는지,
그 후에 거기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흩어져 버리는지를 알게 해 준 곳이죠.
지금은 미용실이 된 생선가게 자리를 지날 때는 아직도 놀라던 기억이 나고, 마음 한 구석이 찡합니다.
얼마 전엔 신발가게가 사라졌고, 이번 주에는 오거리 근처 떡집이 사라졌더군요.
이게 뭘까, 어디까지 갈까, 앞으로 이 동네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드는 요즘입니다.
무언가를 후지다고 평가하는 그 후짐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성질이 나는데,
지들이 좋아하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해서 해줘야 하나, 아님 배워서라도 상욕을 해 줘야 하나, 고민고민중입니다.
그러니 결론은 성 내야지요. 이럴 때 안 내면 언제 냅니까? 애초에 누구를 위해서 성 안 내고 참아야 되는 겁니까?
모여서 같이 냅시다!!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에혀 ~~

실험적인 공간이 많아서 '우리동네 자랑'을 나름 하고 다닙니다.
우리 공간인 우리실험자들이나 온지곤지, 빈집의 의미와 역사라던가,  등등
자본주의 담론을 강화시키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에 희망도 보곤 했습니다.
당장 어쩔수 없는 신자유주의의 거대 담론에 반하지 않으면서, 강화하지도 않으면서 '생각있게(?)'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디가서 우리동네를 '좋은 예'로 소개하듯 말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동네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되면 '빈집'을 꼭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누가 요청하지 않아도 . ^^;;;;)

이 사람의 입장에서 내 주머니에 돈뿔려주지 않는 장치는 다 '흉물'인가 봅니다.
이 사람 눈에는 돈안되는 것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흉물'적인 것들이겠네요~
이런 논리면 자식도 커서 돈을 못벌어 오면 '흉물'적 인간이 되고
자기 보다 돈못버는 사람들은 다 '흉물'스럽겠내요.

사람들의 (심적,정신적,물질적)쉼터인 공간을 없애고 자기 오락실을 넣은것을
진정한 쉼터인냥 말하는것이 백래쉬같네요~ ㅋㅋ

연두님의 댓글

연두

이야기하는 자가 된다는 것, 중요한 것 같아요. 기픈옹달님이 계속해서 해방일기를 써주길.

이사랑님의 댓글

이사랑

답답한 현실에 속시원한 글이네요.. ㅠ_ㅠ 정말 빠르게, 많이 사라지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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