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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서:로] 『Dream Journey - 조연주展』
아침 / 2017-07-27 / 조회 12,322 

본문

 

 

『 Dream Journey - 조연주展 』

Cho Yeonjoo Solo Exhibition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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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조춘(早春)
Oil on Canvas, 130x69.5cm, 2016









전시작가  조연주(Cho Yeonjoo 趙娟住)
전시일정  2017. 08. 01 ~ 2017. 08. 10
관람시간  Open 13:00 ~ Close 19:00
∽ ∥ ∽
예술공간 서:로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2가 1-1419
seoro-art@naver.com
blog.naver.com/seoro-art









● 어디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임랑(문화비평,
소설가, ptrevo@naver.com)


조연주 작가는 ‘여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4-5년간 작업해왔다. 지난 작품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떠오른 가고 싶은 곳, 그러나 현실에는 없는 곳을 그려왔다면 이번 개인전은 주로 과거의 산수화를 참조하여 가고 싶은 여정의 장소를 재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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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산거열락(山居悅樂)
Oil on Canvas, 130x69.5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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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만동(晩冬)
Oil on Canvas, 72.2x60.6cm, 2016




비물리적인 여행을 떠나다

여행, 혹은 여정이란 물리적인 장소의 이동을 기반으로 하여 진행되는 사건이다. 주체인 나-자신이 일상적이고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살아가는 색다른 환경 속에서 일정 기간을 머무는 행위이다. 낯선 세계라는 ‘자극’은 우리에게 자신이 처한 문화나 삶의 태도, 습관 등을 일깨우며 긴장감을 일깨우고, 우리는 익숙지 않은 문법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극도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묘한 흥분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즉 여행이란 일상에서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자극을 인위적 혹은 자의적 선택에 의해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 혹은 여정이 굳이 색다른 장소로의 이동에서만 얻어지는 경험일까. 강력한 자극, 혹은 완벽하게 구성된 자극은 아닐지라도 사실 이러한 자극은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얻어질 수 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섬세하게 느끼는 ‘감성’과 다르게 보려는 ‘시선’이 부족하다.
조연주 작가의 여정은 물리적인 여정을 동반하지 않는다. 작가는 어쩌면 가장 손쉽고 값싼 여정을 진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짐을 싸야 하는 번거로움도 이동의 피곤함도 없다. 신체는 여전히 한 공간에 머물지만 작가의 또 다른 신체는 다른 곳을 경유하고 있다. ‘심리적인 이동’, 이고 ‘심리적인 여행’인 셈이다. 다만 그 여정을 회화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그 경험의 실체를 규명하고 핍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행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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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삼일포(三日浦)
Oil on Canvas, 91.0x116.8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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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장림운산(長林雲山)
Oil on Canvas, 30x120cm(30x30cm each), 2016




작가는 화면 속에서 어떤 여정을 진행하는가

이번 개인전에서 도드라지는 점은 기성작에 대한 ‘참조’이다. 여행의 출발은 몇 백 년 전 선배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다. 곽희의 <조춘早春>, 김홍도의 금강산 이미지를 담은 <발연鉢淵>, <구룡연九龍淵>, 심사정의 <삼일포三日浦 >, <산거열락山居悅樂>, <장림운산長林雲山>, 안견의 <만동晩冬>등이다. 미술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사실상 위의 원본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 즉, 원본의 강력한 권위를 바탕으로 한 개념적 접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작가는 오히려 한 장면 풍경으로서 산수화 자체에 매혹되었다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여정을 진행하는가. 그 풍경 속으로 빠져든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를 재구성해야만 한다. 작가가 그림 속을 여행하는 과정은 몇 단계의 진화를 거친다.
첫째는 원본 속에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일상 풍경을 개입시킨다. 예를 들면 고즈넉한 산수화 속의 나무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조경수’로 변신해있거나, 원본 속의 흰 점은 도심의 ‘가로등’ 불빛으로 바뀐다.
두번째로 이러한 소소한 개입의 단계를 넘어, 작가는 신화적인 상상의 인물들(마치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의 그림에 나오는 악마와 천사 같은)을 배치하거나 달과 폭포수 등을 등장시켜 자신만의 신화를 전개하기도 한다. 상상은 더해지고 여행은 적극적이 되어 그림 속에 작가로 추측되는 인물이 불쑥 등장하기도 한다. 심사정의 <삼일포>속 인물은 꽁꽁 언 강 위에서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또한 기존 산수화에서 아스라하게 표현된 계절감이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확연한 계절감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원명유의 <도원춘색>을 참조한 그림은 아예 만개한 벚꽃을 그려 넣어 원본의 계절감을 바꾸고, 안견의 <만동>을 참조한 그림에서도 중심이 되는 소나무에 눈이 쌓인 모습을 표현하여 한겨울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세번째는 대략 보면 원본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지만, 뭔가 수상스러운 분위기, 심리적 분위기로 화면을 재구성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김홍도의 <발연>을 참조한 그림에서 정 중앙에 위치한 연못은 거대한 씽크홀처럼 땅으로 꺼져있다. 산에서 흘러내려오던 물이 연못에 고였다가 다시 아래로 흘러 내려가야 하는데 작품에서 물줄기는 검은 구멍 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종적을 감춘다. 우리의 시선은 한참 동안 그 검은 구멍을 주목하게 되며 원본보다 다소 음산해진 주변 나무들과 색감과 더불어 암시적인 느낌마저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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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구룡연(九龍淵)
Oil on Canvas, 112.1x162.2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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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삼일포로부터
Oil on Canvas, 112.1x162.2cm, 2017




작가는 선배 산수화가의 작품을 ‘방작’하고 있는가?

작가는 자신의 최근 작업에 대해서 ‘방작倣作’의 개념을 언급하였다. ‘방倣’이란 동양회화에 있어서 특수한 학습법이라 할 수 있다. 앞 시대 작품을 여러 번 옮겨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화법과 화풍을 개발해나가는 것이다. 안견, 정선, 김홍도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조선시대 화가들도 이러한 학습의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나갔다. ‘모摹’가 원본 그림 위에 종이를 한 장 덧대어 원본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라면 ‘임臨’은 원본을 옆에 두고 구도며, 필법을 따라 그리는 테크닉에 주력한 습득법이다. ‘방倣’은 임모 단계를 거쳐 어느 정도 자신만의 화법을 터득한 스타일로 이뤄지는데, 특정 대가의 필법이나 화풍을 차용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작품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즉 ‘방倣’은 오마주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창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동양 회화의 개념이 조연주 작가의 작품에 적용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첫째는 기법적으로 동양회화가 사용하는 재료와 작가가 사용하는 유화라는 재료의 차이이다. 묵의 농담과 필법이 중요한 산수화와 달리 유화는 붓의 ‘터치’와 물감의 ‘흔적’이 특징이다. 재료나 기법이 미학과 어떤 관련성을 짓는지 길게 논할 장은 아니지만 조연주 작가가 동양적 필법을 모방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화를 사용해 산수화 원본 이미지를 최대한 그대로 가져오려고 노력했다고 보인다.
두 번째는 산수화에 대한 태도이다. 즉 동양적 자연관이 스며있는 산수화는 한마디로 자신과 대상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다. 서양의 ‘풍경화’가 대상을 철저히 소유하고 관망하고 관찰하는 대상이라면 동양의 산수화는 오히려 자연 속의 섭리와 진리, 도를 추구하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조연주 작가는 어쩌면 산수화의 이런 정신적 맥락에 대한 오마주, 자연에 대한 태도를 그림에 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재구성된 산수들은 원본의 구도와 자연감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옮기려 하였고, 그 안에서 절제된 방식으로 원본의 이미지와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구성된 산수화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방’의 개념이 스타일보다는 이러한 자연에 대한 선배 화가의 태도에 염두를 둔 것이라면 작가의 작품을 ‘방’의 개념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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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박연포
Oil on Canvas, 50x40cm in Diameter(oval shap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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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조경수
Oil on Canvas, 40x30cm in Diameter(oval shape), 2017




다시 여정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여행이 항상 유쾌하고 즐겁기만 한가. 좋은 추억만 남기고 돌아오는가. 오히려 우리는 그 풍경 속에서 잔인한 진실을, 혹독한 현실을, 그리고 그러한 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되돌아보지 않던가. 여행이 어차피 ‘관광’이 아니라면, 여행은 결국 자신에로 돌아오는 지난한 과정에 다름 아니다. 즉, 우리가 여정을 떠나는 이유는 자신을 찾기 위한 것이고 자신의 숨겨진 부분과 그림자를 성찰하기 위해서이다.
조연주 작가는 앞으로 더 많은 여정을 남겨두고 있다. 그 첫 시작이 불가능한 장소이든 옛 선배들이 그린 금강산의 어느 절경이든, 우리가 마주하고 싶은 것은 조연주 작가만의 대상에 투영된 감정과 시각일 것이다. 그것은 뚜렷하게 우리를 흔들어놓고 우리를 사색하게 만드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나는 이런 향후 여정의 징후를 느낀다. 김홍도의 <발연>속 검은 구멍처럼 깊은 심연 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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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Cho Yeonjoo 趙娟住)

1991 서울 출생
2016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2014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Solo Exhibition
2017 'Dream Journey', 예술공간 서:로, 서울

Group Exhibition
2017 '제4회 의정부예술의전당 신진작가 공모전', 의정부
2017 ‘애(愛)경(敬)’, AK 갤러리, 수원
2016 ‘말하는 그림’, 서울 서부 지방 법원 갤러리, 서울
2016 ‘미탐’, 상암 DMC 아트 갤러리, 서울
2016 ‘그럼에도 불구하고 X’, 서울 시립 북서울 미술관, 서울
2014 ‘열+정, 젊은 작가들의 함성’, 갤러리 세인, 서울
2014 ‘제 4회 공장미술제’, 문화역 서울 284, 서울
2014 ‘스카우트’, 갤러리 이마주, 서울
2013 ‘Hi Potentia’, 갤러리 온, 서울

Awards
2017 의정부예술의전당, 4회 신진작가 공모전 입상
2017 AK 갤러리, 애(愛)경(敬) 공모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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