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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곤지] 더 많은 우정이 필요해 +2
기픈옹달 / 2018-02-01 / 조회 802 

본문

* 올해 들어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교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짧은 글을 하나씩 썼어요. 최근에 쓴 글을 나눕니다. 나머지 글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writingyouth​ 

* 매주 청소년들이 꼽은 글을 골라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 주의 글로 꼽힌 두 글 링크도 아래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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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우정이 필요해 

 

첫 시간의 어색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묘한 정적, 낯선 황량함이 공간을 뒤덮었지요. 그 침묵의 시간이 가져오는 지루함은 말도 못 할 정도입니다. 지루함 끝에는 예민함이 찾아옵니다.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연필 굴러가는 소리마저 또렷하게 들리지요. 그래서일까요? 그 순간에는 말소리를 내기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소곤대듯 말을 건네곤 하지요.

 

워낙 그런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어색한 시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곧 이 어색함을 몰아내고 또 다른 공기로 공간을 채울 생각에 살짝 흥분되기도 합니다. 예전엔 그 어색함의 공기를 밀어내는데 많이 버거웠지만 지금은 좀 가뿐하게 해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횟수로 따지면 고작 세 번 만났지만 꽤 가까워진 것 느낌입니다. 이제 무거운 공기는 사라졌지만 서로에게 남아있는 어색함마저 완전히 몰아낸 것은 아닙니다. 서로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 이 어색함과 싸울 의지를 단단히 세운 듯합니다. 더 많은 화기애애가 공간을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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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氣愛愛, 이런 화기애애도 물론 좋...습니다...

 

글쓰기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어색함에 대해 대체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궁금할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이 어색함과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떤 글은 동굴에서 태어납니다. 병균 하나 발견할 수 없는 희고 흰 연구실에서 탄생하는 글도 있을 것입니다. 고요와 정숙 속에 쓰는 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글은 좀 더 수다스러운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우리가 쓰는 글은, 이론을 전달하는 창백한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논술문이라는 답안을 써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인문학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 감정, 존재 자체를 누군가에게 건네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토대 가운데 하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인문학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궁금증, 그에 대한 무한한 관심, 때로는 연민과 질투, 증오와 분노까지도 필요합니다. 수업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일상의 공유에 할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 삶에 대한 관심 없이 건조하게 글만 두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시간이, 그 글을 두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무척 지루하고 따분했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수업에서 남의 글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는 건 상당한 손해입니다. 자신의 글에 대해서는 전체 시간의 1/10 정도만 쓸 뿐이니 말이지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9/10는 별 쓸모없는 시간입니다. 왜 내 시간을 남을 위해 써야 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불평이나 항의가 없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모두 왜 그 시간이 소중한 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내 글을 읽고 비평해줄 동료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길잡이인 제가 건네주는 코멘트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게 되지 않던가요. 자신의 글을 관심 있게 읽어줄, 비난이 아닌 건설적인 비평을 더해줄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 시간이 있기에 다시 고쳐 쓰면서 글이 훨씬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한없이 독자를 기다리는 글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그렇게 읽혔기 때문에 그 글은 제 자리와 저만의 생명을 얻었습니다. 한 참 뒤에, 연말에 글을 정리하면서 한번 다시 읽어보세요. 함께 읽으며 이야기한 그 글은 다른 글과 정말 다르게 읽힙니다.

 

이런 상호 간의 이득 이외에도, 글쓰기의 본질이 말하기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수다는 더욱 중요합니다. 더 수다스럽기 위해 글을 씁니다. 말이 짚어 내지 못하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말로 담아내지 못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또 다른 말을 찾기 위해, 더 큰 말을 찾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지요. 이는 결코 메아리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습니다. 듣는 귀가 있어야, 전해질 마음이 있어야 그 말의 울림을 통해 또 다른 말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화기애애하지만 더 많은 우정이 우리 수업을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글이 나올 비옥한 토지가 되겠지요. 물론 이는 서로 우쭈쭈 해주라는 말은 아닙니다. 때로는 비수를 던져야 할 날이 올 수 있습니다. 혹은 갑자기 날아온 돌멩이에 의도치 않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정은 그보다 큽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더 많은 우정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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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싄나긔~~

* 글쓰기 클리닉 :: 나를 읽고 나를 쓰다 http://cafe.naver.com/ozgz/920

 

* 이 주의 글 :: 하수구 습기 (김하늘) http://naver.me/xAPiUUKC

* 이 주의 글 :: 거기 관 짜는 곳이죠? (남유진) http://naver.me/G3I5KsdX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글들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하늘이 덕분에 좋은 랩 음악도 알게 되었구요.

하늘의 글은 랩의 가사에 공감하며 자신이 느낀 감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새롭습니다.
자신이 공감한 가사를 다른 사람과 공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공감'이라는 감각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조금 더 길게 내용을 정리하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 관 짜는 곳이죠?'
제목부터 쌔끈합니다. ㅋㅋㅋ
덕질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너무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동지를 만난 듯 넘 반가웠습니다.
덕질의 기본은 모름지기 디테일을 잘 기억하고 집중하는 데 있는 것인지라......
그 디테일함을 좀 더 심도있게 다루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넘 재밌고 반가운 마음에 넘 주절주절 참견을 한 건 아닌지.....
암튼 기픈옹달과 10들을 늘 응원합니다.
화이팅!!!!!!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ㅎㅎ 감사합니다. 역시 덕질의 동질감이라니...
덕질이야 말로 세계를 하나로 묶는 힘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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