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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곤지] 성장의 글쓰기 +2
기픈옹달 / 2018-02-09 / 조회 208 

본문

렙업 노가다의 위대함

 

'렙업 노가다'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렙업'이란 '레벨업'을 줄임말이고, 노가다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말합니다. 본디 이 말은 RPG 게임에서 나온 말입니다. RPG는 롤플레잉게임(Role-Playing Game)의 약자로 보통 게임 속의 캐릭터가 되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의 게임이지요. 게임을 좀 해보았다면 알겠지만 이때, 게임 초반의 주인공 캐릭터는 매우 연약하답니다. 이른바 '쪼렙'이라 할 정도의  lv1의 저레벨에서 시작하지요. 손에 든 것이라고는 나뭇가지나 녹슨 단검 정도가 있을까. 맨 손으로 험한 RPG 게임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죽음의 전장으로 내몰지는 않습니다. 렙업, 즉 성장할 기회를 주곤 하지요. 보통 '튜토리얼'이라고 하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제공됩니다. 어떻게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간략히 소개해주는 시간과 더불어 살짝 레벨업의 기쁨을 맛보게 해줍니다. 마을을 떠나 들판에서 토끼나, 늑대, 곰 따위를 잡으며 경험치를 쌓으면 힘도 증가하고, 새로운 능력도 갖추게 됩니다. 당연히 무기도 바꿀 수 있게 되지요. 여러 게임을 접해본 제 경험을 비추어 말해보면, lv5까지는 보통 거의 선물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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렙업!! 싄나긔!!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친절한 시간이 끝나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낯선 상황에 부딪힙니다. 게다가 레벨이 올라갈수록 성장의 속도도 더디게 됩니다. 예전에는 토끼 한마리를 잡아도 레벨이 올랐다면 이제는 수십마리, 때로는 수백 마리를 잡아야 레벨이 조금 오를까 말까 한 상황을 맞지요. 이 시간, 레벨은 올려야 하는데 경험치는 충분히 쌓이지 않고... 결국 레벨업을 위한 지겨운 반복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바로 '렙업 노가다'의 시간이지요.

 

게임 이야기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의 능력을 키우는 일도 그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예요. 특히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것이 그렇습니다.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면서 고작 한 달이 지났지만 각자 실력이 불쑥 느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지요. 그건 개인의 성향 차이 일수도 있고, 기존에 갖고 있던 실력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뒷부분 실력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실력의 차이라고 하면 누군가 이렇게 물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에도 실력의 차이가 분명하게 보이느냐고. '실력'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글쓰기도 하나의 기술인 이상 정도의 차이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객관식 시험 성적처럼 정확한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속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글쓰기 강좌에 참여하면서 모두 느꼈을 것입니다. 많은 글을 읽으며 저마다 스스로 등수를 매겨보곤 했을 거예요.

 

지난 한달을 돌아보면, 처음 글쓰기 훈련을 시작한 친구들의 성장세보다 이미 글쓰기 훈련을 했던 친구들의 성장세가 더디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당연합니다. 시작하면서 레벨업은 쉽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력이 필요하거든요. 게다가 일부는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글쓰기가 정지해있거나 퇴보한다고 느낀다면 '렙업 노가다'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레벨은 단계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높은 레벨에 오른다는 것은 마치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비탈길을 오르는 것과 달라서 어느 순간 불쑥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평행선을 달리는 지겹고 긴긴 시간을 건너 갑자기 툭 찾아오곤 하지요. 똑같은 말이지만 이 평행선을 뚫고 나가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꾸준함입니다. 노가다라고 말하듯, 어떻게 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꾸준함이 위대한 성장을 선물해줍니다. 

 

이 이야기를 이리 길게 하는 이유는, 누구나 이런 순간을 맞기 때문입니다. 한참 스스로의 성장의 기쁨에 들떠 있다면 곧 이런 평행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혹은 지금 이런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자연스러운 일이니 모두 잘 감당하기를 바랍니다. 

 

 

성장의 필수 요소

 

저는 인간의 '자율'을 그리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학습시킬 수 있는 존재일까요? 내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패배의 경험이 많습니다. 방학을 시작하면 늘 시간표를 그리고는 했지요. 물론 매우 촘촘하게 시간을 나누어 번듯한 생활 계획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지켜본 적이 없습니다.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어 나중에는 시간표 따위를 그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어요.

 

의지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늘 제 손아귀에 쥘 수 없는 존재여서, '마음먹어야지' 하는 식으로는 도무지 의지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의지란 내 손을 늘 거부하는 나와는 가장 먼 무엇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부 교육학자는 '비계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비계'라고 하니 이상한 것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서 비계란 Scaffolding, 건축물을 높이 세우기 위해 옆에 세우는 구조물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벽돌로 탑을 쌓는다고 합시다. 하나씩 벽돌을 올리며 탑을 쌓다가 난감한 순간을 맞게 됩니다. 자기 키 정도의 탑을 쌓으면 슬슬 문제가 생기지요. 쌓기도 어려울뿐더러 조금 시간이 지나면 손이 닿을 수 있는 한계를 맞습니다. 결국엔 까치발을 들어 벽돌을 올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 이제 손이 닿지 않는 곳보다 더 높이 쌓아 올릴 방법은 없습니다. 옆에 의자라도 있다면 좀 다르겠지요. 더 높이 잘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높고 튼튼한 건물을 위해서는 구조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비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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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의 은총

 

 

하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계는 언제나 간단한 구조물이라는 것입니다. 튼튼히 높이 만들어야 하는 건축물은 따로 있기 마련이지요. 저는 이 비계가 학습 프로그램, 학습 공간, 선생의 역할 따위가 아닌가 생각해보곤 합니다. 훌륭한 건물을 위해 구조물을 세우는 것처럼, 좋은 성장을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것들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를 묶어 '교실'이라 이름 부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맙시다. 여기서 말하는 교실이란 실제로 여러분이 학교에서 경험하는 그 물리적 공간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니까요.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 이를 교실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선생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선생이 선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니 참 우습기도 합니다. 그러나 따져보면 저 역시 훌륭한 선생을 만나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습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학습 공간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제가 손에 꼽을 수 있는 몇몇의 선생이 없었다면 아마 배움의 시간을 맞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지식보다 좋은 선생이 더 중요하다 믿습니다. 살펴보면 지식은 어디나 차고 넘칩니다. 우리의 주제인 글쓰기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좋은 이야기가 넘치는지요. 도구는 넘쳐나는데 이것이 '비계', 성장을 돕는 구조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글쓰기 교실'을 진행하며 이 공간이 여러분의 성장을 위한 '비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청소년기는 성장의 시기라 '좋은 성장'에 대한 고민이 어렵기도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키가 크고 생각이 자라니까요. 그러나 작은 구조물, 적절한 도움이 있으면 더 크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각의 성장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도 어쩌면 그와 비슷하겠네요. 내 사유의 성장을 도울 구조물을 찾고 싶기 때문에 책을 읽곤 하는 게 아닐지요.

 

사실 '비계'와 같은 구조물은 크게 높은 건축물에게 필요합니다. 모래성을 쌓는다면, 간단한 오두막을 짓는다면 비계 따위는 거추장스러울 겁니다. 그러나 조금 욕심을 낸다면 '비계'가 필요합니다. 바로 앞에서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말했지만, 저는 성장에는 비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이란 단순히 조금 커지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것, 내 손에 닿지 않는 세계를 만져보는 것, 낯선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야 말로 성장이 아닐까요. 거창하게 말한다면 '존재의 변화를 위한 도약'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요. '너는 너를 알지 못한다.' 이는 누구나 자기 존재의 잠재성을 채 깨닫지 못하고 산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성장이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알지 못하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니까요. 그렇기에 글쓰기는 좋은 성장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내 생각을 더 구체화시키고, 미처 내뱉지 못했던 말을 찾고, 새로운 감각들을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성장의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새학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교실의 이름을 '성장의 글쓰기'로 붙였습니다. 성장을 고민하면서 글쓰기를 훈련하자는 뜻입니다. 당연히 이어지는 다양한 글쓰기 교실의 이름도 있습니다.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참아야겠습니다. 차차 소개하도록 하지요. 

 

이름은 거창한데 하는 건 별 차이 없습니다. '꾸준히 쓴다', 이것이 첫째 목표입니다. 기억하세요. 렙업 노가다 없이 렙업은 불가능합니다. 외우세요. 꾸준함은 위대합니다. 매주 한편의 글을 쓰고, 그 글을 두고 이야기하고, 고치고 하는 일을 반복할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참 미련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여러분은 자신 만의 글, 여러편을 소유하게 됩니다. 계속 이야기했듯 몇 명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연말에는 꼭 다시 개인 문집을 엮어 만들 겁니다. 그러니 어딘가 적어 놓으세요. 꾸준한 자, 위대한 자야 말로 멋진 선물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매달 1권의 책을 읽을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글은 삶과 가깝기 때문에 우선 일상을 담은 글을 계속 썼습니다. 그런데 일상이라는 게 마르지 않는 샘물이기도 하지만 펑펑 쏟아내는 힘은 없어 어느 정도에 이르면 싫증이 나곤 합니다. 친구를 사귀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처음에야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지만, 어디 그것만으로 되나요? 내가 들은 음악, 읽은 책, 본 영화 등등이 있어야 대화가 재미있습니다.

 

글쓰기로 이야기하면 글감이 있어야 합니다. 일상이 좋은 글감이라 하지만, 우리가 세울 건물 '존재의 변화를 위한 도약'이라는 간판의 저 건물을 짓기에는 좀 부족합니다. 게다가 이 건물은 조금은 화려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할 테니 색다른 자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책을 읽어야 글에 무게가 실리고 내용이 깊어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거운 책을 고를 수는 없는 법.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두 권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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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 & <데미안>

 

 

따라서 우리의 호흡은 이렇습니다. 두 주는 일상을 소재로 삼아 글을 씁니다. 한 주는 책을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쓸 거예요. 홈쇼핑 식으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내 삶을 이야기하는 글 2편 + 책 1권 + 책에 대한 글 1편' 이 모든 것을 한 세트로!! 벌써 부자가 된 기분 아닌가요?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소개를 덧붙이면, 이 두 소설 역시 성장을 담은 책입니다. 그러나 두 책의 성향이나 분위기는 크게 다릅니다. 당연히 느낌을 받은 사람도 다를 거예요. 누군가는 크게 감동할 테고, 누군가는 영 심심할 겁니다. 아니,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몰라 답답할 수도 있어요. 그런 일을 바라지는 않지만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여기에 더해 책을 읽고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이 있을 겁니다. 이런 고민, 어려움 등등도 글쓰기의 좋은 과정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차차 하나씩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부디 그만한 애정이라 생각해주기 바랍니다. 참, 가능한 인원은 10명으로 제한하려 합니다. 너무 많으면 그만한 관심과 애정을 쏟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신청은? 선착순입니다. 이미 몇 명이 신청했다는 사실을 함께 알려야겠습니다. 어떤 멋진 건축가가 함께 할지 기대하며 이 '비계쟁이'는 물러가야겠습니다. 그럼...

 

* 청소년 글쓰기 교실 - 성장의 글쓰기 (3월 4일 시작) :: http://cafe.naver.com/ozgz/1013

* 청소년 글쓰기 교실 - 이 주의 글 <상실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 :: http://naver.me/GF2D7Tn3

* 청소년 글쓰기 교실 - 이 주의 글 <SHE, 그녀> :: http://naver.me/xplV9BvE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게임과 비계를 통한 글쓰기 안내라니.....
나도 비계쟁이 따라 교실에 들어가고 싶다~~^^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ㅎㅎ 감사합니다. 계속 재미있는 소식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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