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를까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병원에 아픈 엄마가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다가 서둘러 전화를 누르는데 잘 눌러지지 않거나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거나 하는 꿈을 여러 번 꾸었다. 엄마의 안위를 확인해야 하는데 멍청하게도 그걸 놓치고 있었다는 자책으로 황망해하다가 깨는 꿈. 현실은 이미 엄마가 돌아가신지 14년째임에도. 그래서일까.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훅 올라올 때가 있다. 정말 놓친 것은 없는지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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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엔딩 2

[ 미미 ] :: 루쉰 잡감 // 죽음들 죽음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은 경박하다. 왜냐하면 죽음은 너무도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무겁게 생각하게 되는 몇 가지 감정은,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과 슬픔이다. 내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남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슬픔, 이 두 가지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죽음은 그토록 입에 올리기 어려운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몇 마디 말을 남기고 싶은 것은 죽음을 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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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히어로와 페미니즘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영화는 자본의 산물이다. 누구도 이를 부정하지 못한다. 영화는 기회의 땅 미국의 헐리웃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미국 이상으로 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나라는 소련이다. 미국이 영화를 산업으로 보았다면, 소비에트는 영화를 혁명의 도구로 보았다. 헐리웃이 영화의 흥행을 원했다면, 소련은 선전 효과를 기대했다. 자본과 국가는 서로 경쟁하듯 영화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선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발전시켰다. 지금도 우리는 두 종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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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②_네 앞에 서면 자꾸 화가 나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일단 화낼 준비가 된다. 준비가 된 사람에게라면 뭐라도 하나 걸려들지 않기는 쉽지 않은 법. 대개는 설명하지 않는 의사들을 향해 뾰족하게 촉수를 곤두세우지만 어떤 경우는 진료실에 들어가기도 전 간호사나 다른 직원들에게 딴지를 건다. 주로 치과에서다. 몇 번 대면했던 치과의사들은 내게 의사라기보다는 힘 좋은 기술자다. 어금니를 갈라서 캐내고 대체물을 잘 박아 넣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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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글을 쓰기 싫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쓰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 말에는 얼마간의 기만이 담겨 있다. 글이란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말과는 다르며, 시간을 때우기 위한 요깃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다 하더라도 어쨌든 최소한의 논리와 구성, 내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 말이나 쓴다고 글이 되지는 않는다.  글이란 글이 될만한 것을 붙잡아 문자화 시키는 작업이다. 따라서 글쓰기에는 본질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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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공허한 문장뿐이지만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나는 오늘 후라이가 될 것이다.뜨거운 바위와 부딪혀야 하기에.피하지는 않을 것이다.후라이를 각오하고 정면승부. 어느 날 아침에 남긴 글이다. 여느 날처럼 평화롭게 시작했지만 그 날의 약속은 이 후 나의 일상을 적잖이 바꾸어놓게 될 담판을 각오해야 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나는 계란이고 내가 부딪혀야 할 대상은 나로서는 웅장한 권력이었다. 돈과 세월이라는 권력에 얌전히 잡아먹히느냐, 마지막 발악으로 빠져나오느냐의 문제였다.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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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①_우리는 우리 몸을 너무 모른다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대장내시경을 하는 남편의 보호자로 병원에 따라갔다. 남편이 들어가고 대기실 소파에서 두 시간을 앉아 있는데 귀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를 가진 간호사가 5분에 한 번씩 사람들에게 같은 대사를 읊고 있었다. “말간 물이 나올 때까지 변을 보셨죠? … 탈의실에 들어가 팬티까지 다 벗고 동그란 구멍이 뒤로 오도록 바지를 입으시고, 부를 때까지 앉아서 대기하세요.” 오전 근무가 끝나기도 전에 간호사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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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용은 없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름이 바뀐 게 뭐가 대수냐 싶지만,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이름이 바뀌었겠나 싶다. 콕 집어 이명박 탓이냐 물으면, 이명박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확산시키거나, 아니면 저지할 역량이 있었을 리가 없으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이명박은 세계적 흐름을 타고 한 국가의 한시적 수장이 되어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데에 모든 권한을 동원했을 뿐이다. 그때부터일까. 노동보다 고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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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사회無孝私會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얼마 전 일이다. 연구실을 가는 길에 건물주 할머니를 만났다. 나를 내쫓은 그 건물주를. 매일 그 앞을 지나가니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그렇지만 애써 모른 척 지나고 싶었다. 웬걸, 쪼르르 오더니 내 손을 두 손으로 잡는 게 아닌가? “내가 미안혀.”“아니요, 뭘…” 그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던 까닭일까? 어느새 난 예의 바른 청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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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을 위한 변명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새벽배송이 화제다.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이 시작되기 전, 신선한 식재료들을 집 앞으로 배송해준다는 새벽배송. 유통혁명으로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이 새벽배송에 열광하고 있다. 물론 열광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다. 편리함을 무기로 한 새벽배송에 위협당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새벽배송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빼앗아갈 것인가. 새벽배송에 대한 열광과 우려에 대해, 한 번 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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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과 짜릿함의 역설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드라마는 평온하던 주인공의 일상이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한다. 평범하고 무해한 주인공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악역)까지 등장하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주인공은 온갖 불행과 고난 속에서도 선하고 정의로운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하며, 빌런은 갈수록 악랄함을 증폭시켜야 한다. 주인공이 견디다 못해 잠시 흑화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결론으로 가기 위한 보조장치일 뿐이다. 왜 그런지 확실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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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겠네”라고 나는 말할 수 없다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월차 휴가 날 뭘 할까, 묻는 남편에게 미술관에 가자 했다. 갑자기 왜? 하는 표정이길래 그냥 그림이 자주 보고 싶어진다 했다. 썩 내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일 아침 딸의 등교 후, 어서 가자 10시에 오픈이야 한다. 호감 겨우 10프로의 표정까지 숨길 재간은 없으나 내 입에서 떨어진 말에 남편은 웬만하면 맞추는 사람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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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자식들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김동호 목사는 나름 상식연하는 목사로 분류되어야 할 듯싶다. 그는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 교회 세습을 정면으로 비판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있었던 ‘높은뜻숭의교회’는 메가처치로 성장하지 않았다. 약 10여 년 전 교회를 분립, 즉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는 일이 있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지난 2017년 포항에 지진이 났다. 이에 당시 자유한국당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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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두 얼굴을 가졌다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모교 한동대 장순흥 총장의 인터뷰가 지난 4월 국민일보에 실렸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맞서 기독교 건학이념과 신앙교육의 자유를 지켜가겠다 주장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17년 페미니즘 강연을 개최했다는 이유로 한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명목상 이유는 ‘교직원에 대한 언행불손’이었다지만, 기독교 건학이념을 훼손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나님의 대학에서 동성애는 물론 페미니즘 따위는 입에 올려서도 안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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