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루쉰] 9장10장 발제 : 다만 플레이할 뿐, 페어에 기대지 말자2020-06-15 10: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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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0615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발제




다만 플레이할 뿐, 페어에 기대지 말자




길을 안다고 나서는 자들은 대개 서른이 넘고, 빛이 바래고 노티가 흐르는 자들로 그저 원만하다는 것뿐인데, 자신이 길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정말 길을 안다면 벌서 자기의 목표를 향해 전진했을 것이고, 지금껏 지도자 노릇을 하고 있을 리 없다.

  • 청년과 지도자 中


너절한 스승 찾아 헤매지 말고 차라리 벗을 찾아 단결하라는 루쉰의 이야기. 청년에게는 활력이 있으니 밀림을 만나면 밀림을 개척하고, 광야를 만나면 광야를 개간하고,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 우물을 파란다. 우리들은 이제 다 늙어빠져서 가시덤불에나마 안락한 집을 지었으니 우리를 의지하지 말고 니들끼리 잘 해보라는 얘긴가? 우리 중에 스승될 인간 찾기는 글렀으니 일단 너희들끼리 악으로 깡으로 부딪혀 보라는 얘기? 모르겠다. 안락한 늙은 자들을 겨냥한 얘기인 것 같은데, 늙고 안락한 자들 비웃어봐야 청년에게는 득될 게 하나도 없는 이야기다. 청년을 팔아 안락한 늙음을 유지하는 자들이 비웃음 그 까짓거에 찔릴 쏘냐. 제발 청년에게 활력이 있다는 착각부터 버려줬으면 좋겠다. 그 당시 청년의 초상과 지금 청년의 초상은 많은 다르겠지만, 지금의 청년은 왠지 부도수표같으니까 말이다.


머릿속에 편파적인 ‘시어머니의 도리’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입으로는 ‘공정한 도리’를 운운하는 신사들의 명언은 젖혀두고라도, 순진한 사람들이 부르짖는 공정한 도리 역시 현재 중국에서는 선량한 사람을 구조하기는커녕 악인들을 보호하고 있다. 악인들이 득세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학대할 적에는, 누가 아무리 공정한 도리를 외쳐도 악인들은 결코 그 말을 듣지 않으며, 외침은 그저 외침으로 그칠 뿐, 선량한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받기 때문이다. 어쩌다 선량한 사람들이 조금 일어나면, 이제 악인들은 마땅히 물에 빠져야 할 터인데도, 순진한 사람들은 ‘공정한 도리’ 운운하며 “보복하지 마라”“너그럽게 용서해라”“악에 악으로 응징하지 마라”라고 외쳐댄다. 이렇게 되면, 이번에는 그 외침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 선량한 사람들은 그 말이 옳다면서 악인을 구제해준다. 그러나 악인들은 구제되고 나서, 자신들이 이익을 보았다고 생각할 뿐 결코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지 않는다. 

  •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中


물 빠진 개를 때려죽여야 하는가? 이 개가 왜 빠졌는지를 따져보니 사람을 물어서 그랬단다. 나쁜 개라는 것. 그러니 물에 빠뜨려 벌을 주고 살아나려고 발버둥을 치더라도 다시 때려서 버릇을 고쳐놔야 한단다. 그런데 순진한 사람들이 자꾸 측은지심 운운하며 용서를 말한다. 루쉰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개가 그런 식으로 구조되면 금방 밥그릇을 찾아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사람을 물게 되기 때문이란다. 개는 절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단다. 

루쉰의 시대와는 별개로 나쁜 개, 악인에게 과연 ‘마땅한’ 처분이 가능할까의 문제가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 더 큰 사회악을 키웠다는 최근의 사건들이 오버랩된다. 다크앱/엔번방의 피해자였던 17살 여성은 가해자들이 잡히고 신상이 공개되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도 개운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 잡히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만연되어 있는 다크앱/엔번방 문화가 계속해서 나쁜 개를 키운다. 순진한 사람, 선량한 사람으로 버틸 수 있는 세상이 이미 아니다.


“물에 빠진 개를 때리지 않으면 도리어 개에게 물린다. 하지만 기실 순진한 사람들은 사서 고생을 한다. 속담에 ‘순하다는 것은 무능하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 야박한 말 같지만, 이 말은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도록 부추기는 말이 아니라 쓰라린 경험에서 우러나온 경구이다.”


페어플레이 같은 건 바라지 않는 게 좋겠다. 페어가 불가능한 세상이다. 쓰라린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그렇다고 플레이를 멈출 수는 없다. 피해자 17살 여성이 청소년 자살 방지 활동을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인가에 주목해 보자. 플레이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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