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포스트휴먼] '인간'은 무엇인가2022-10-05 13: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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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포스트휴머니즘2부 포스트휴먼은 어떤 인간포스트인가

 

이 책의 1부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이 트랜스휴머니즘이나 안티휴머니즘과 어떤 연관이 있으며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다뤘다. 포스트휴머니즘을 정의하는 세 가지 핵심은 탈-인간주의와 탈-인류중심주의, -이원론이다. 서구 사상에서 중요한 전제이자 출발점이었던 인간이라는 개념은 근대부터 많은 도전을 받았다. ‘인간을 극복되어야 할 존재로 보는 니체부터 인간이라는 규정의 배타성에 도전하는 이론들이 여럿 생겨났다.

 

이 책의 2부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의 포스트를 비롯하여 휴먼의 의미와 계보에 대해서 다룬다. 먼저 이 책의 저자 프란체스카 페란도가 포스트휴먼이라는 용어에서 포스트와 생략된 을 대립의 의미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 후에 휴먼을 새롭게 사유하면서 포스트와 연결하여 관계성을 재조명하는 일이 필요하다. 여기서 인간은 개념(명사)보다 과정(동사)으로 파악된다.

 

프란체스카 페란도는 인간을 과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인간화하다라는 동사를 끌어온다. ‘인간화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젠더 계보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부아르가 여성을 타자성이자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했다면, 이리가레는 여성이 남성(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기 위한)의 인정을 위한 타자성이라는 부재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가 수행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세 이론에서 젠더에 인간을 대입하고 주디스 버틀러의 결론을 보면, 인간은 반복적 수행으로만 주체가 되며, ‘인간이 아닌 인간화과정만 남는다. ‘인간화과정에 대한 분석은 패권적 전통의 분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간화과정은 역사 속에서 인간 지위의 인정 문제와 관련된다. 노예재산제, 인종 학살, 기형쇼, 마녀사냥은 인간화 과정에서 인간 지위가 부인된 주요 사례들이다. 이 사례를 통해 인간 지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포착할 수 있다.

 

노예, 인종, 기형, 마녀의 존재는 인간화와 함께 특정 존재의 비인간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마녀는 초자연적 힘과 연결되었다고 알려진 존재였으므로, 특정한 힘의 범위 안에 존재해야 인간 영역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논의가 여기에서 그친다면 인간 배제의 역사에서 패권적 전통을 재확인하고 내부에서 속죄하는 형태에 머물고 만다. 프란체스카 페란도는 패권적 전통 자체에 대응할 탈중심화와 유목성을 강조한다.

 

패권적 인간 개념에만 매달린다면 담론의 외부에 있는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패권적 인간 개념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공식적 자료와는 다른 방법으로 드러난다. 여성들의 구술 언어, 이성애 규범에 저항하는 성소수자들의 수행적이고 전복적인 신체 행위나 흑인들의 음악과 문화, 카니발이나 아나키스트들의 반어적 실천은 혼종화와 함께 역사적 관습을 뛰어넘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실존적 태도들이다.

 

인간화를 실행하는 주체들은 자기-정체성을 인간으로 삼게 되며, 우리/그들 패러다임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배타적 태도로 그들을 비인간화하며 부인하게 되고, 사회적 모순을 정당화하게 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타자를 동일자로 환원하려는 서양 철학의 전통이나 그 전통에 관한 레비나스의 비판 모두와 다른 길을 모색한다. 다원론-일원론 관계에서 벗어나면 타자들은 절대적 타자가 아니라 자아와 공유하는 관계성도 함께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휴먼의 어원을 살펴보자. 라틴어 후마누스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후마누스는 그리스어 안트로포스와 연결되며 인간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삶과 관련이 깊다. 주로 성인 남성 지식인이 그 안에 포함되었으며, 그들은 자신들을 부르는 용어를 스스로 만들어내어 불렀다. 결국 인간은 특정 집단이 자신들을 정의할 용어를 만들고 그 정의를 보편적으로 내세우면서 위계와 배제를 실천해온 개념이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인간은 어떨까? ‘호모 사피엔스라는 정의를 만든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린네이다. 진화론 이전 서양 생물학은 분류하고 명명하는 학문이었다. 린네는 신의 피조물들을 열심히 분류하려 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물리적 특성에 따른 이 분류는 신의 자연적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여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린네는 인간을 분류하면서 인종과 장애 유무, 신체의 크기에 따라 위계를 나누고 인간의 분류 안에 괴물 인간을 포함하기도 했다.

 

포스트휴먼 관점으로 린네의 분류을 볼 때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포유류라는 용어이다. 모유 수유 옹호론자였던 린네는 젖을 먹이는 유방이라는 여성의 특징으로 하나의 동물 분류를 만들어냈다. 인간이 포함되는 이 분류는 인간을 동물과 관련시키는 특징(젖 먹이는 유방)을 여성과 연결하고, 인간을 동물과 분리하는 특징(이성)을 남성과 연결한다. 성차별주의와 종차별주의가 함께 작동하는 개념이다. (198)

 

인간은 지식을 통해 자기를 인간으로 만들고 이를 인식한다. 아감벤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인정해야 하는 동물’(199)이다. 이 자기-인정은 성차별적, 종차별적, 민족중심적 도식에 기반한다. 린네가 만든 호모 사피엔스라는 용어는 다른 유기체들과 인간의 위치를 재설정하려는 중요한 시도이다. 그러나 이 용어 내부의 위계는 인간범주의 보편성을 약화시킨다. 결국 인간은 다양한 인간을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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