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R&D] 엔드오브타임 0609_우주는 왜 텅 비어있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게 되었는가2021-06-09 1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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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R&D <엔드오브타임>1/2/3장 0609 발제_아라차

 


우주는 왜 텅 비어 있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게 되었는가 _라이프니치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에 인간이다. 그러나 최종 미래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필멸이다. 인간은 수천 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을 염원해 왔다. 단명한 삶에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고 영원에 가까워지려 몸부림친 결과, 과학과 문화가 발달하고 인간만의 우주론이 만들어졌다.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과 그들이 쌓아온 과학적 지식, 이것이 이 책의 재료다. 과학은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면서 자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조직화한다.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머리를 넘어 가슴 깊은 곳을 파고 들기도 한다. 과학이 이성과 감정을 동시에 자극하면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감정은 암울한 미래보다 일시적이지만 경이로운 현재를 감각한다. ‘지금 여기’의 느낌은 시간을 시작에서 끝까지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 더욱 강렬해진다. 이 책의 목적은 ‘지금 여기’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말했다. “과학적 증거로 비춰 볼 때 지구는 비참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우주 전체도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것이 존재의 목적이라면 나는 그 목적을 추구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신을 믿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러셀의 이런 비관적 결론은 열역학 제2법칙의 발견과 관련 있다. 생명이 있건 없건 내부구조가 어떻게 생겼건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무조건 제2법칙을 따른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소모되고, 퇴화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바로 우주적 무질서도,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비관적 결론밖에 없는 걸까. 열역학과 엔트로피에 대해 더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열역학은 증기기관의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탄생한 과학이다. 난해한 부분이 많아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열역학은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고전물리학은 열역학을 만나 통계역학으로 거듭났다. 각 개별 입자들의 자세한 궤적을 규명하는 대신 모든 입자의 ‘평균적인’ 거동을 서술함으로써 물리적 특성을 알아내는 것이다. 분자의 수가 수조x수조 개에 달하기 때문에 애초에 개별 입자의 운동을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다. 전통적으로 유지해왔던 정밀도를 벗어나 원자나 분자의 존재를 통계나 평균으로 설명하다 보니 ‘대충 물리학’으로 폄하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1905년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물분자의 불규칙 운동)에 관한 논문으로 통계적 논리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통계적 분석은 증기 기관 뿐 아니라 지구의 대기와 태양의 코로나, 중성자별을 구성하는 수많은 입자의 움직임까지 일반적인 열물리계의 거동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수조x수조 개의 분자를 통계적으로 다루는 열역학의 주인공이 엔트로피다. 엔트로피는 각 입자들의 배열 개수(배열 경우의 수)가 많으면 높고, 배열 개수가 적으면 낮다고 표현한다. 입자들은 최초의 정리된 하나의 상태(특별한 상태)에서 이리 저리 흩어지고 움직이면서 배열을 바꾼다. 입자의 수가 작거나, 점유 공간의 부피가 작으면 엔트로피가 낮고, 입자의 수가 많거나 온도가 높거나 점유 공간의 부피가 크면 엔트로피가 높다. 우리가 물리계에서 경험하는 거의 대부분의 상태는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다. 우리는 구성 입자의 다양한 배열을 통해 구현된 전형적이고 평범한 흔한 상태를 접한다.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는, 그만큼 배열의 수가 적다는 뜻이고 드물게 나타나는 특별한 상태인 것이다. 엔트로피가 낮은 질서 정연한 배열이 만들어지려면 무언가를 조직화하는 강력한 힘이 발휘되어야 한다. 엔트로피가 가장 높은 상태에 있지 않은 물리계는 입자들이 무작위로 움직이면서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 이 변화는 엔트로피가 최대치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되며, 최대 엔트로피에 도달한 후에는 동일 배열 사이를 오가며 최대 엔트로피를 유지한다. 


제2법칙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상태는 오늘보다 엔트로피가 낮은 어제의 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 논리를 계속 적용하면 어제는 그저께, 그저께는 그그저께로 소급되다가 결국은 엔트로피가 가장 낮았던 우주의 기원, 빅뱅까지 도달하게 된다. 1920년대 중반 물리학자이자 예수회 수사였던 조르주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이론을 연구하던 중에 우주가 거대한 폭발에서 탄생했고, 그 후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당시만 해도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존재하는 시간, 공간, 물질은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있지만, 우주 자체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그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고, 르메트르의 주장을 형편없다고 묵살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에 의해 르메트르의 주장이 맞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아인슈타인도 이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우주론은 밀어내는 중력(상대성이론으로 밀어내는 중력도 가능함이 밝혀졌다)에 의한 인플레이션 우주론이 힘을 얻고 있다. 빅뱅 후 초기 우주가 급속도로 팽창하여 뜨거웠던 열기가 넓은 영역으로 퍼져나갔고 온도는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이 원시 우주의 열이 우주 전역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이는 우주배경복사라는 복사파로 발견되었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20세기 초에 개발된 양자역학을 도입하여 우주배경복사의 분포를 더욱 정확하게 계산했다. 양자역학은 인간의 오감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미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이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설명한다고 여겨진 고전물리학이 입자적 현실을 오감에 맞게 대략적으로 서술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의 감각이 양자영역을 느낄 정도로 정교했다면 우리의 직관은 양자적 현상을 기초로 형성되었을 것이고, 양자역학은 인간에게 제2의 천성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뉴턴 물리학이 뼛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빅뱅 후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마냥 증가하는 우주에서 별과 은하처럼 질서 정연한 물체들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을까. 지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우주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은 중력과 핵력을 통해 일어난다. 중력은 자연에 존재하는 힘들 중 가장 약한 힘이다. 엔트로피를 논할 때 중력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다른 힘에 비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중력이 없으면 한 무리의 입자는 집 안에 가득 찬 냄새 분자처럼 균일하게 퍼지면서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중력이 개입되면(물질이 많아지면) 입자 무리는 무겁고 조밀한 덩어리로 응축되고 여기에 핵융합이 가세하면서 엔트로피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한다. 핵력은 중력의 도움을 받아 엔트로피 2단계 과정(엔트로피를 외부로 방출하여 계의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과정)을 실행하고 질서정연한 지역을 형성한다. 그리하여 안정된 상태에서 열과 빛을 방출하는 거대한 천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를 ‘별’이라고 한다. 별에서 방출된 열과 빛은 주변 행성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이제 이야기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체 ‘생명’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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