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에세이][마오] 마오쩌둥과 중국의 혁명2019-12-23 00: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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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2019 마오세미나 에세이 - 삼월.hwp (32.5KB)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하는 마오쩌둥.jpg (70.2KB)

마오쩌둥과 중국의 혁명

 

2019 에세이/ 마오세미나/ 삼월

 

 

1. 누가 혁명을 원하는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고 17년이 지난 1966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었다. 혁명이 건국한 국가를 다시 휩쓰는 혁명의 기운, 이 기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마오쩌둥》의 저자 필립 쇼트는 이 거대한 소용돌이의 시작을 제법 단순하게 설명한다. 자신이 남긴 혁명과업을 2인자 류사오치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 염려한 마오가 중국 민중을 끌어들여 일으킨 대혼란이라고. 마오는 한 언론인을 매수해 정부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붙이도록 사주했다. 심지어 대자보의 글도 직접 고쳤다. 정부의 최고권력자가 정부를 비난하도록 사주한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동료들은 마오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혼란스러웠지만, 하나씩 숙청해나가다 보니 화살은 2인자 류사오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연히 사태는 류사오치를 숙청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처리해야 했을까? 강압적으로 후계자를 교체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도 않았을 텐데. 마오는 좀처럼 제 손으로 궂은일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완전무결한 주석의 이미지에 생기는 흠결도 두려워했다. 조금이라도 잘못을 지적당하거나, 동료들의 질책을 받는 일은 견디지 못했다. 오랫동안 마오는 ‘대외적으로’ 옳은 길만 선택했고, 옳은 말만 했다. 대장정 이후로 마오와 싸워서 이긴 동료는 없었다. 류사오치를 비롯해 린뱌오나 저우언라이와 같은 공산당의 최고위급 간부들도 마오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누구도 감히 마오가 ‘부분적으로라도’ 틀렸다거나, 실수했다고 말하지 못했다.

 

단지 누군가 자기 대신 비난을 해 주고, 손에 피를 묻혀주기를 바라고 마오가 이런 큰 판을 벌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필립 쇼트의 평전을 통해 들여다보는 문화대혁명은 우리가 어렴풋이 보고 들은 문화대혁명과는 어딘가 다르다. 애초에 홍위병을 비롯한 그 많은 군중을 마오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다고 보는 관점 자체가 무리다. 심지어 장칭마저도 마오의 ‘개’ 노릇에 충실했다기보다는 이 사태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 했음이 분명하다. 2년 동안 각종 소요와 폭력사태를 일으키면서 중국 각지를 떠돌았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한 가지도 아니고, 한 사람에게서 비롯되었을 리도 없다.

 

 

2. 혁명을 꿈꾸는 국가

 

국가가 건국되고 안정을 찾아가면서 중단된 혁명이 다시 불붙기를 바라는 이들은 누구인가. 넓게 보면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이들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물론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은 다르다. 권위적인 교사들에게 시달리던 학생들이나 장교들에게 불만을 품은 군인들은 혁명을 통해 억눌려있던 반감을 해소했을 것이다. 관료들은 이 상황을 정적에 대한 숙청의 기회로 삼았을 것이다. 마오는 혁명을 부추기면서, 자신의 적들을 ‘주자파走資派’라고 비난했다. ‘자본주의의 길을 가는 권력자 무리’라는 뜻이다.

 

어느새 마오가 없애려고 하는 적들은 ‘당에 숨어 들어온 자산계급 대표자들’이 되어 있었다. 마오의 적들이 자산계급을 위해 일한다면, 자연스럽게 마오는 무산계급을 대변한다. 마오는 군중이 당을 공격하도록 만들면서도, 당 내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신은 공격당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자신이 공격당할 성싶은 아주 작은 기미만 보여도 언제든 반격할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군중들은 혁명을 외치면서도 그 혁명이 향해야 할 최종지점을 알지 못했다. 반면 마오는 혁명의 불을 지피면서도 자신이 절대 혁명의 대상이 아니며, 되어서도 안 된다고 확신했다.

 

스탈린 사후에 소련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며 마오는 자신도 그렇게 동료들로부터 부정당할 거라 의심했다. 마오가 진정 두려워한 것은 그것일지 모른다. 혁명가에서 독재자로 기억된다는 사실 말이다. 끝까지 혁명가로 남고 싶었던 마오는 류사오치에게 독재의 죄를 씌웠다. 혁명가 마오의 교리만을 남기기 위해 중국을 ‘한 장의 흰 종이’ 상태로 만들었다. 그런 혁명을 몇 번이고 반복해 자신을 신과 같은 위치로 만들려고 했다. 문화대혁명이 ‘문화 없는 혁명’인지 아닌지를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러면 혁명은 무엇인가? 혁명은 무엇을 부수려고 하며, 혁명을 원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문화대혁명’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의아한 지점은 이 대격변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혁명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사유하기 때문이다. 혁명이 사회의 부조리를 없애줄 거라는 단순한 사고, 사회의 약자들은 무조건 선함을 추구할 것이라는 낭만적 무지, 아니면 인간은 본디부터 잔혹한 존재라 언제든 폭력에 휩쓸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 혁명에 대한 평가들은 대체로 이 틀 안에서 작동한다.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혁명을 뒤에서 조종하는 늙고 추악한 독재자 마오.

 

혁명에서 태어난 국가는 혁명이 가져다준 놀라운 가능성에 계속해서 집착했다. 모든 낡은 것을 단시간에 제거해 버리는 힘, 그 뒤에는 전혀 새로운 무엇이 자리를 잡으리라는 기대감,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집단·능력·가치가 새로이 인정받게 되는 상황. 모두들 혁명의 주체가 되고 싶고, 혁명의 수혜자가 되고 싶었으리라. 혁명이 끝나고 국가가 건국되어 질서가 찾아왔을 때 그들은 은밀하게 다시 혁명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또 한 번 혁명의 수혜자가 되어 역사의 전면에 나서고 싶어서. 중국의 인민들이 그러했고, 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3. 혁명과 고별하다

 

지금 중국의 안과 밖에는 혁명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중국인들이 존재한다. 국가가 혁명의 대상이 아닌 혁명의 주체가 되려고 하는 일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마오의 유산이며, 과오이다. 국가가 혁명을 전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혁명은 마치 과업처럼 인민들에게 하달되고 있다. 생활표어처럼 ‘혁명’이 남발된다.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혁명은 일상이 될 수 있을까? 입버릇처럼 ‘혁명’이라는 단어를 반복한다고 해서 혁명적 사고가 가능해질까? 오히려 혁명적 사고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지는 않을까? 비판이 국가에 의해 권장되고 대규모의 형태로 이루어질 때, 비판이 가지는 파괴적이고 창조적인 기능은 상실된다.

 

이 모든 게 마오의 탓이다. 수십 년이 흘러도 ‘마오=혁명’이라는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정도로 마오의 힘은 컸고, 이미지는 강렬했다. 마오에 반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국이라는 국가체제에 반대하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중국의 많은 지식인들 역시 마오를 거부하는 것을 중국의 국가체제를 거부하는 것으로 여겼다. 《고별혁명》에 등장하는 두 인물 리쩌허우와 류짜이푸에게서 이런 중국 지식인의 전형을 볼 수 있다. 국가와 마오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들은 중국의 국가체제 또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마오와 혁명을 거부하며 반체제 인사를 자처하는 이들 역시 중국 지식인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 역시 마오가 만든 체제, 마오가 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지 못하는 중국 지식인의 모습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지식인으로 상정하기 위해 국가가 제시하는 혁명에 반감을 품으며, 자신을 대중과 끊임없이 분리시킨다. 마오의 시대로 대표되는 20세기 중국 문화의 경박함을 비난하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 지식인들의 멍청함을 조롱하면서 말이다. 지식인이 스스로를 지식인으로 인식하기 위해 대중과 분리되려고 애쓰는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 지식인들에게 중국의 대중은, 언제든 다시 마오의 혼령이 씌어 자신들을 공격하고 몰아세울 수 있는 홍위병으로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부와 망상에 힘입어 홍위병이 다시 살아나는 일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문화혁명의 진짜 피해자는, 비판과 혁명에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이런 지식인의 형상이다. 이 지식인들은 더 이상 비판과 혁명을 사유할 수 없게 되었다. 혁명과 고별하는 일은 이렇게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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