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차이나] 6장/결론 발제 :: 문법에서도 계속되는 주권 상상, 그리고 충돌하는 결론2020-04-22 19: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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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리터러시 [충돌하는 제국] 6장/결론 발제 _ 아라차



문법에서도 계속되는 주권 상상, 그리고 충돌하는 결론



언어는 지극히 인간적인 제도이다. 국제법 이론이 상대방 주권의 승인 여부에 의해 실정법이 되었듯이 언어 또한 승인과 비승인의 정치학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윌리엄 휘트니는 유럽의 국가들을 세계사의 선봉이자 유일하게 문명화된 우월한 인종으로 간주했다. 그는 인도유럽어족 또한 기타 세계의 언어 영역을 지배할 수 있는 합당한 역사적 계보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이는 오히려 언어기호의 성질에 관한 지속적인 논쟁을 전개시켰고, 기호와 그 의미의 관계는 일종의 심리 연상 가운데 하나처럼 인위적인 것임을 드러냈다. 


마건충의 <마씨문통>은 라틴어를 표본으로 한 중국어 문법서이다. <마씨문통>은 중국 고대 한어에 관해 중국어로 쓰인 최초의 종합 문법서일 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의 비참한 상황, 19세기의 군사적 정복과 언어학의 공모관계 그리고 그 비참한 상황을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을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건충은 고대 한어가 자신의 고유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라틴어, 그리스어 그리고 다른 유럽 언어를 기준으로 중국어를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도출한 결과였다. 그가 수집한 모든 증거는 고대 경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추론된 문법 원리들이 라틴어나 유럽 언어의 문법 원리와 비슷하거나 동일하다는 주장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건충은 라틴어 문법이 논리적으로 일관된 완벽한 모델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중국어에서도 라틴어와 같은 특성을 찾아내려 했던 것은 아닐까. 마건충의 비교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저작은 중서 비교문법서일 뿐만 아니라 문화의 통약성과 주권 상상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마건충은 <마씨문통>을 교육적인 목적으로 쓴 것이다. 그는 당시 중국의 전통적인 교육 방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지적하면서,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과학에 대한 학습을 시작하는 데 자신의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량치차오 또한 <마씨문통>이 중국 근대 학술 발전에 선구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쑨원의 생각은 달랐다. 쑨원은 마건충의 저서가 전문가 집단을 제외하면 잘 교육받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며 이는 지은이가 처음 의도한 교육적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쑨원은 학생들에게 모어를 숙련시키는 데 적합한 문법서가 다시 출판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쑨원 또한 문법의 보편성에 대한 추구나 인도유럽어를 모델로 한 고대 한어의 연구 방법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자의 발음은 매우 탄력적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음되더라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한자의 문자기호는 표음문자의 기호체계와 본질적으로 다르며, 그 음과 의미의 관계는 아라비아 숫자에 비유할 수 있다. 한자 하나의 실제 발음은 각 지역의 언어와 방언들에서 그 한자가 어떻게 발음되는지에 따라 다양하다. 이를 간파하지 못한 휘트니를 비롯한 언어학자들은 중국어가 동음자가 지나치게 많은 단음절 언어라고 잘못 인식했다. 마건충에 의해 초기호 “자字/word”가 중국 학술에 도입된 이후 ‘字’와 ‘word’사이의 의미 편차를 해결하는 일은 중국 문법학자들에게 큰 난제였다. 5·4 시기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사詞라는 개념이 영어 ‘word’의 일반적인 대응어로 받아들여지고, 그로 인해 ‘詞/word’라는 초기호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詞라는 문자가 왜 영어의 ‘word’의 대응어로서 자字보다 더 정확하다고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모어를 외국어에 비추어 문법상의 개조를 반복 수정한 역사적 상황은 문법의 주권 문제를 계속 상기시켜준다. 


저자는 초기호 ‘이夷/barbarian’의 출현, 신약성서 선물, 국제법의 번역, 문법서 저술 –을 통해 주권 상상이 시공을 가로지르는 기호들과 대상들의 순회에 의존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주권 상상의 이러한 기호들이 근대 개인의 심령에 계속 작용해왔지만 근데 주체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이 점을 간과했다고 보고 있다. 제국의 충돌을 정치경제적인 이해충돌과 지배의 과정으로 분석하지 않고, 기호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저자의 방식은 제국의 실질적인 이해관계, 욕망에 의한 기호의 창출과 지배과정을 통해 제국 지배의 복잡성은 물론 그 본질적 특성과 한계(자기 콤플렉스)를 잘 드러내준다. 포스트식민 시대에도 계속 제국주의가 문제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제국이 구축한 기호의 세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 황제의 보좌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에도 불구하고, 책의 결론과 주제를 구구절절 요약하는 것은 또 한 번의 오독과 번역이 될 것이기에 이쯤에서 점잖게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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