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 R&D] '모든 것의 최종이론'을 향해 - 제 7장2021-09-08 15: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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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의 최종이론'을 향해


오늘날의 루프이론 

  오늘날의 루프이론은 많은 연구자들과 젊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독일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전통적인 루프이론 접근법은 시공간의 시간적 측면과 공간적 측면을 철저히 분리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 프랑스, 캐나다, 영국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비교적 최신의 접근법은 시간적 측면과 공간적 측면을 비교적 균일하게 다루는 '공변(covariant)'적인 방법이다. 이들의 차이는 양자역학의 두 가지 표준공식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유사하다. 양자역학에도 슈뢰딩거 방정식(양자 system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기술한다. 예를 들면 전자들이 수소 원자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기술한다.)을 기반으로 하는 '해밀토니안' 방식과 1950년대 리처드 파인만에 의해 개발된 '공변적' 방식이 존재한다. 양자역학의 공변적 접근법에서는 물리적 결과를 계산하기 위해 '전이확률', 즉 어떤 일이 관측되었을 때 다른 일이 관측될 확률을 구한다. 파인만에 따르면 전이확률은 가능한 모든 '경로'의 합으로 계산될 수 있다. 양자중력에서의 '경로'는 중력장의 다양한 배치, 즉 시공간의 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파인만식 계산에 따르면 기본 방정식에서 시간 요소가 사라지더라도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초 후'에 낙하하는 물체의 위치를 예측하는 대신, '진자가 다섯 번 진동한 후'의 물체의 위치를 예측한다. 이는 동일한 상황을 가리키면서도 지시적 현상과 절대적 시간 개념의 혼동을 피할 수 있으며, 시공간의 잠재적인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스핀 네트워크를 전통적 개념과 차이가 있을지라도 '공간'이라는 단어로 지칭할 수 있듯이, 스핀 네트워크의 변화 '경로' 역시도 '시공간'이라는 단어로 지칭할 수 있다. 

  한편 양자역학에서는 확률적 예측만을 이야기한다. 만약 A라는 지점에서 하나의 입자를 발견한 경우, B라는 지점에서 그 입자를 발견하게 될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 계산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파인만은 A부터 B 사이에서 가능한 '모든' 경로가 최종적인 확률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접근법을 개발했다. 결국 이 입자는 확률운 속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양자중력에서도 중력장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해 동일한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다. A라는 스핀 네트워크를 보았을 경우, B라는 스핀 네트워크를 볼 확률을 계산할 경우, A부터 B 사이에서 가능한 모든 경로가 최종 확률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각각의 경로는 시공간 조각으로 표현될 수 있다. 마치 무수히 많은 각기 다른 시공간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격이다. 이러한 각각의 '스핀 네트워크 경로'는 '스핀 거품(spin foam)'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거품 덩어리를 얼려서 아주 얇은 조각들로 잘라내면, 각각 연속적인 스핀 네트워크들이 될 것이다. 이는 스핀 네트워크의 연속, 즉 스핀 네트워크들의 경로들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스핀 네ㅡ워크의 경로들의 합인 시공간은 스핀 거품 그 자체이다. 

  최근 몇 년 새 프랑스와 캐나다에서는 여러 연구팀들이 스핀 거품의 '진폭', 다시 말해 총 전이확률에 미치는 스핀 거품의 영향을 구하기 위한 간단한 공식을 발견했고, 영국 노팅엄 연구팀들은 이렇게 규정된 진폭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얼마 전에는 무신 한(Muxin Han), 윈스턴 페어바이언(Winston Fairbairn), 카트린 모이스부르거(Catherin Meusburger)가 새로운 정리를 수립해 이 진폭들이 유한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루프이론은 여러 발전을 하고 있지만 루프 이론이 정말 완벽한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자연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이론인지도 알 수 없다.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끈 이론

  끈 이론에서는 기본입자를 점 입자가 아닌 작은 끈으로 본다. 끈은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작은 선 형태의 입자이지만, 루프는 '공간 그 자체'(중력장)이다. 끈 이론은 물리학의 모든 힘과 입자들을 통일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양자중력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할 뿐만 아니라 물리학의 모든 기본 상호작용을 통합하고자 한다. '모든 것의 최종 이론'을 추구하는 것이다. 끈 이론은 그 원리가 아직 다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널리 연구되고 있는 양자중력의 후보 이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끈 이론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10차원 공간과 초대칭적 입자들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 이론은 아직 강한 추측으로 남아 있을 뿐, 실험을 통한 최소한의 실제적인 확인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끈 이론 연구자들은 대형강입자가속기(LHC)가 설치 및 가동된 이후, 초대칭 입자 발견이 가속기의 첫 번째 성과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나마 가속기를 통해 힉스 입자(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따르면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의 하나로서 스핀이 0인 보손이다. 2012년 세른에서 가장 마지막에 발견됨으로써 표준모형의 실험적 검증이 완료되었다.)가 발견되어 대대적으로 조명되었지만 초대칭성은 관측되지 못했다.  

  일반상대성이론 전문가들은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는 공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에 중력을 기준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자극으로 보는 것 자체를 '잘못된' 설명으로 본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물리적 현상이 기준공간에서 일어난다는 기존의 공간관념 역시 바뀌어야 할 개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준 공간의 개념을 버려야만 상대론적 중력을 이해하고 블랙홀, 상대론적 천체물리학, 현대 우주론 등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론자들은 양자역학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시작된 개념적 혁신이 새로운 종합적 결론에 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그 결론에 지금까지 이 '근본적인 이론들'과 관련해 밝혀진 모든 내용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 개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확립된 이론과 가설적 이론 / 가장 강력한 힘, 호기심

  과거의 다른 이론들이 그랬듯 지금까지의 모든 이론들이 앞으로 더 훌륭한 이론이 나올 경우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파기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스스로가 근사치와 오류 중 어느 쪽에 가까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유일한 심판은 실험이고, 실험을 통해 부인된 많은 이론들이 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을 수립하고 이 세계의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될 순간에 느낄 흥분과 평생을 바친 연구 내용이 결국 틀린 것으로 밝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그래서 저자는 알고 있는 내용과 짐작하고 있는 내용을 확실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확립된 이론과 사변적 이론 사이에 흐릿하게 그어져 있는 경계선이 계속해서 수정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경계선이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이론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정 예측에 대한 반복적인 실험과 서로 다른 이론을 가진 연구자와 과학자들 간에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의 모든 기술 분야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기초과학 연구의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기초 과학 연구는 깨어 있는 지도자들이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 저자는 '호기심'이야말로 문명을 빚어내고 인류를 동굴 밖으로 끌어내 파라오에 대한 찬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고 말한다.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기술 응용이 가능한 학문 뿐만 아니라 순수과학에 대한 지원과 관심, 그 중요성을 사회가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무지와 한계를 인정하고 진리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자, 오류로부터 벗어나 공유 가능한 지식을 모으기 위해 인류가 사용해온 가장 훌륭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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