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레드로자] 혁명이란 무엇인가2019-04-23 13: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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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 <사회민주주의에서 수정주의의 의의> &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혁명'이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말이나 누군가에게는 낡고 닳은 말이 되었다. 물론 낡고 새롭고 따지기 전에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하지만 쉬이 해결될 질문은 아닐 것이다. 도리어 베른슈타인의 글을 읽으며 떠오르는 질문은 이런 것이어야 할테다.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수정주의란 무엇인가' 그럼에도 혁명을 운운하는 것은 본 세미나의 출발을 다시 확인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다.  


베른슈타인으로 돌아오면 그는 혁명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는 과학적 사회주의 대신 '비판적 사회주의'라는 말을 언급하며, 점진적 개혁을 주장한다. 이때 계속해서 강조되는 표현은 '운동'이라는 말이다.“사람들이 보통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라고 부르는 것이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게는 운동이 모든 것이다!”(57) 여기서 최종 목표라고 하는 것은 베른슈타인의 말을 빌리면 '붕괴'이다.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이라는 필연적 전망을 그는 믿지 않는다. 이를 혁명의 필연적 가능성이라 말해도 좋을까?


그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도 그들의 공적을 잊지 않는다. 베른슈타인에 따르면 그들의 공적이란 사회주의의 수단과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를 통해 발견된 것, 자본주의의 내부적 모순, 계급 투쟁의 속성 등은 끊임없는 발전을 향한 추동력을 낳는다. 


"… 마르크스의 교의 역시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가운데 발견하는 것인 한 그것은 실천의 영역으로 옮겨져야 하는 것인데, 그러나 그러한 실천적 적용은 많은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사회주의의 최종 목적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것은[최종 목적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옳다. 내가 볼 때, 근본적으로 마르크스의 이론은 사실상 최종 목적에 관한 이념을 버렸기 때문이다. 발전 사상에 바탕을 둔 사회 이론의 경우, 최종 목적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 이론에 따르면 인간 사회는 언제나 발전 과정 아래 놓여 있다. 물론 발전 사상의 기초에는 [그 발전의] 거대한 방향과 목적들은 있을 수 있지만, 최종 목적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잠정적으로 최종 목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선험적으로 머리에서 고안되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운동 자체의 현실적 투쟁에서 형성되는 것이라야 한다.(71)"


여기서 그가 흥미롭게 제안하는 말은 '사회주의적 현재 활동'이라는 말이다. 붕괴가 없다면, 자본주의의 필연적 붕괴를 기대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이 현실 위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그가 수차례 언급한 '운동'일 것이며, 또한 '현재 활동'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그 가운데 하나로 입법투쟁을 예로 든다. 왜냐하면 이 투쟁의 결과는 커다란 영향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공장법은 수백 개 기업의 국유화보다 더 많은 사회주의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전체의 이익은 더욱 큰 범위에 미치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의 복지와 관계되기 때문이다.(148)"


누군가는 그렇다면 베른슈타인에게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를 물을 수 있겠다. 그는 <과학적 사회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에서 사회주의를 이렇게 규정했다. '협동적 상태를 향한 운동'이라고. 그렇기에 사회주의의 역사를 소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서술하는,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에서도 그는 연대성이라는 말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한다. "내가 볼 때, 그것(연대성)은 한 단어로 주어질 수 있는 가장 옳은 대답이었다. 공유의 느낌, 사회로서의 인간의 결속, 그것이 그 소박한 사람에게 사회주의의 본질적 사상이었던 것이다.(140)" 


여기에 이르면 그 역시 유토피아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그의 글에서 '현실' 혹은 '현재'라는 말이 강조되기는 하나 그가 꿈꾼 세상도 멀어보기이는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연대와 공유를 강조하는 지점에 이르면 순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유화와 공유화는 사회화의 고전적 형식이다. 이들은 당연히 목적 자체는 아니다. 이들은 단지, 전체 복지를 가능한 한 높이 성취하는 것을 최고 과제로 삼고 있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144)" 그가 말한 연대, 협동, 공유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또 다른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전통사회에서 가부장적인 가족 공동체 혹은 종족 공동체가 그런 가치를 강조해 온 역사를 생각할 때 그가 강조하는 지점이 마냥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구상한 미래의 초상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에 대한 강조는 쉬이 과거로 회귀하기 쉽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그에게서 진보의 이상을 읽어내자. 20세기 초, 그가 그린 진보란 다른 말로 옮기면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이 오늘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차치하고, 그는 이것이 사회주의적 사회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보통—평등 선거권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보았다.


“내게 보통—평등 선거권을 달라. 그러면 해방의 근본 조건으로 사회적 원리가 성취될 것이다.” 여기서 반복할 필요가 없는 어떤 말들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비난했던] 20년 전에 내가 쓴 구절이 있다. 그 구절을 여기서 반복해도 될 것이다. 나는 거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견해의 최종 결과는 이것이다. 즉 사회주의는 커다란 정치적 결전의 결과가 아니라, 그것이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 운동이 거둔 전체적인 경제적—정치적 승리의 결과로 온다. 노동자의 억압, 빈곤, 퇴락이 거대하게 증가한 결과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한 결과로, 그리고 그들에 의해 쟁취된 경제적, 정치적, 전체 사회적, 윤리적 성격의 상대적인 개선의 결과로 온다. 나는 사회주의 사회가 카오스에서 생겨난다고 보지 않는다. 나는 사회주의 사회는 자유 경제 영역에서의 노동자의 조직적 창조물과,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에서 이루어지는 투쟁적인 민주주의의 창조물과 획득물이 결함됨으로써 온다고 생각한다. 온갖 급변과 반동 세력들의 온갖 교묘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 계급 투쟁 자체가 점점 더 문명화된 형태를 갖게 되는 것을 나는 본다. 그리고 계급 투쟁, 노동자의 정치적, 경제적 투쟁의 이 문명화에서 나는 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최선의 보증을 발견한다.” (154)


베른슈타인의 글을 집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수정주의나 개량주의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수정주의니 개량주의니 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좀 깨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지운 것도 아니다. 베른슈타인이 지적하듯 저 말은 출발부터 부정적인 입장이 전제되어 있다. 그에 대한 로자 룩셈부르크의 비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베른슈타인의 글을 읽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부분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서로 엇갈리는 것일까? 질문은 로자의 글에서 해결하도록 하자. 


다만 로자의 비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가 100여년 전에 건드린 문제가 여전히 흥미로운 질문 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 "사회민주당이 본질적으로 노동자 계급 정당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사회주의적 국민 정당이 되는 것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104)" 여기서 사회민주당의 이름을 적당히 다른 것으로 바꾸어도 여러 논쟁을 이끌어낼 수 있을 테다. 


한편 그가 전망한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는 100년 뒤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는 반복되는 공황으로 자본주의가 붕괴하리라는 전망을 갖지 않았다. 도리어 자본주의 사회는 발전하며, 사회적 부는 점차 증대된다. 앞으로 100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붕괴는 '아직'인가, 아니면 그의 비판대로 그 예측은 틀렸는가? 한편 누구는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필연적 붕괴가 없으므로 의도적 붕괴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그로부터 100년의 역사는 그가 전망대로 문명화의 길을 걸어왔는가? 그렇다면 사회주의의 이상에 얼마나 가까워졌는가? 여전히 혁명이라는 낡은 수사는, 선동의 언어에 불과한가? 그래서 다시 던지는 질문 '혁명이란 무엇인가?',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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